프레데릭 콘스탄트,인덱스 컬렉션
밸런타인데이에 거창한 선물은
호들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계를 보고선 물욕이 생겨버렸다. 진득한 초콜릿처럼 달고 쓴 색의 다이얼과 로즈 골드색 케이스, 교양미가 철철 넘칠 것 같은 참한 분위기는 당장 먹고 없앨 초콜릿보다 실용적이지 않을까 하는 얼척 없는 핑계를 만든다. 죽어도 못 살 정도의 가격이 아니라는 것도 더해야겠다.
1백40만원대 프레데릭 콘스탄트 제품. EDITOR 고동휘
구찌, 브리프케이스
가방이 필요 없는 사회다. 스마트폰만 하나 있으면 어지간한 건 다 해결되니까. 메모장도, 노트도, 가방 속 책도, 심지어 지갑 속 카드도 필요 없다. 그렇다고 가방이 없어질까? 가방은 필요보다 의미로 존재한다. 남자의 가방에는 남자의 야망이 담겨 있다. 내 가방에도 야망이 담겨 있으면 한다. 야망을 담기에 똑 떨어지는 브리프케이스가 좋다. 이왕이면 오래 들수록 숙성되는 초콜릿빛 가방이 좋다. 내 야망도 숙성되도록. 그녀가 내 마음을 알까?
가격미정 구찌 제품. EDITOR 김종훈
콴펜, 크로커다일 반지갑
선물이 곧 지갑인 때가 있다.그래 별 생각 없이 선물하기엔 또 받기엔 지갑만 한 게 없지.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밸런타인데이니 초콜릿을 닮은 빛깔이 좋겠다. 어차피 못 받을 그림의 떡 아니, 사진 속 지갑이니 때깔이라도 좋은 놈으로 골라봤다. 그런데 초콜릿 끝 맛처럼 마음이 씁쓸하다.
1백76만원 콴펜 제품. EDITOR 이광훈
파티, 퍼퓸 디퓨저
퍼퓸 디퓨저? 여자는 정말 이런 걸 좋아할까,
아리송했던 적도 있지만, 그 순간에도 방에 이런 게 하나 있으면 멋있어 보이긴 하겠다, 생각했다. 좋은 향이 나는 머리카락을 이마 위로 쓸어 넘기는 여자한테 반하는 게 당연하듯이. 파티(FATI)는 독일의 장인 조향사들이 만든 퍼퓸 디퓨저다. 7가지 향이 있는데 그중 피스메이커 하모니 (The Peacemaker Harmony)는 꽃 향이 난다. 긴장감을 해소시켜주고, 불면증을 개선하며, 자존감을 높인다(고 한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맡으면 방방 뛰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행동이 차분해진다. 초콜릿색이어서 밸런타인데이 때 선물하기에도 좋다. 향을 선물할 수 있다는 거, 낭만적이지 않나?
11만6천원 파티 제품. EDITOR 이우성
슈퍼, 선글라스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위해 초콜릿색을 닮은 동그란 프레임의 선글라스를 골라본다. 초콜릿빛으로 오묘하게 그러데이션된 색감이 마음을 녹인다. 그와 내가 커플로 이 선글라스를 쓰고 길거리를 나란히 거니는 상상을 해본다. 꽤 달콤할 것 같다. 어이쿠, 벌써 한 달도 안 남았다. 마음이 급해진다.
30만원대 슈퍼 by 쥬크 제품. GUEST EDITOR 안언주
워터맨, 엑스퍼트 리프레쉬 컬렉션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고 봐야겠다. 연애는 애초부터 일말의 기대가 없어야 수월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은 덕이다. 그래도 연애 상대를 고르는 기준은 하나 있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 한 통. 펜촉에 가하는 압력은 사람의 감정 그대로를 드러낸다. 진심을 다룰 줄 아는 남자라면, 그가 직접 쓴 편지 한 통이면 족하다. 내 남자에게 이 만년필을 선물하리라.
23만원 워터맨 제품. EDITOR 조하나
젠하이어, 모멘텀 헤드폰
선물은 리얼리티가 중요하다. <라붐>의 소피 마르소를 닮은 여자친구에게 헤드폰을 씌워주고 싶다. 뒤에서 몰래 씌워주는 게 중요한데, 헤드폰에서 나오는 음악은 ‘Reality’로 하겠다. 밸런타인데이라
초콜릿색 헤드폰으로 구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영화 속 1980년대 헤드폰과 생김새도 비슷하다. 물론 성능은 더 낫지만. 그러기 전에 우선 여자친구부터 만들어야겠다. 소피 마르소를 닮은 그녀는 어디 있을까? 내일은 녹사평역에 가봐야겠다.
50만9천원 젠하이저 제품. EDITOR 조진혁
까리데이, 가죽 장갑
겨울 거리를 걸을 때 희미한 온기마저 달아나버린 내 손이 얼음장같이 차갑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 애써 두 손을
맞잡아보지만 더 차갑다. 그래서 그의 손이 항상 뜨끈했으면 좋겠다. 큼지막한 손이 내 작은 손을 감싸 녹여주면 그 순간만큼은 머리가 찡할 만큼 달콤해지니까.
16만원 까리데이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제품. EDITOR 최태경
EDITOR: 김재경
PHOTOGRAPHY: 조성재
WEB EDITOR: 박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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