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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의 고민

김영광은 최근 <굿 닥터>에서 여심을 자극했다. 인터넷에서 김영광이라고 치면 그의 얼굴을 캡처한 사진이 빼곡하다. 물론 여자가 캡처했다. 밑에는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는 글도 있다. 그런데도 김영광은 괴로워한다. 자기 연기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아직 갈증을 해소할 역할도 맡지 못했다고 한다. 욕심이 많은 걸까?

UpdatedOn January 0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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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니트 카디건·팬츠·스카프 모두 구찌 제품.

남자가 봐도 멋있다. 나 이런 말 잘 안 하는 사람이다.
아니다, 하하. 특별히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거짓말!
음,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다? 하하. 정말 아니다. 고등학생 때는 그냥 마르기만 한 애였다. 정말이라니까.

언제 자신이 멋있다고 느끼나?
모델 생활을 하다 보니까 진짜 잘 나온 사진이나 쇼에 섰는데 나한테 확 집중될 때는 스스로 희열을 많이 느낀다.

사실 모델은 다 멋있더라. 외모가 훌륭한 무리 속에 있다 보면 좀 더 돋보이고 싶은 열의나 목표 의식이 생기겠지?
이 일 시작할 때는 정말 그런 게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표정이나 포즈도 취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까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잡지 보면서 다른 모델 형들을 많이 보고 베꼈다. 누군가를 이겨야지 하는 것보다 나 스스로 빨리빨리 바뀌었으면 했다. 공부까지는 아니지만 화보에서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번 1등도 해봐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고. 내가 눈치가 좋다고 해야 하나? 현장에서 스스로 잘 찾았다. 그러면서 숨은 고수가 되고 싶었다.

실력을 키우다 보니 배우 쪽도 보였을 테고?
모델 활동할 때 한창 잘나가다 보니까 이곳저곳에서 연락 왔다. 새로운 걸 시작해볼까 하다가도 반대로 지금 이곳에서 잘나가는데 굳이 옮길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연기를 너무 못해 화가 났다. 모델로 활동할 때는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뭐가 날 이렇게 긴장시키고 시야를 닫아버릴까 고민했다. 그때 회사 사장님과 얘기하며 차근차근 밟아보자고 했다. 지금 너무 반짝이는 것보다는 잘 닦아서 나중에 연마한 모습으로 정상을 찍는 게 훨씬 더 멋있고 좋을 거 같았다. 그래도 뭐, 조급함은 생기더라, 하하.

완전히 다른 동네에서 또 자신을 알려야 하는 거니까.
스스로 위축되니 남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무시하나 이런 생각도 들더라. 그래서 상처도 받고, 반대로 오기가 생기기도 했다. 첫 번째 역할이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현빈, 송혜교, 엄기준 선배들이 찍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다. 거창해 보여도 그냥 단역이다. 그때 비참한 기분도 들었다. 투명 인간처럼 보일 정도로 내가 그곳에서 존재감이 없다는 게 서운할 정도였다.

그래도 잘 참고 여기까지 왔다.
연기하면 좋다. 하는 순간은 너무 재밌고 좋지만, 그전까지 힘들다. 대본을 붙들고 고민해야 하는 시간도 많고. 모델은 베스트 컷을 고르면 되지만 연기는 항상 집중해야 한다. 점점 연기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책임 의식 같은 것들도 강해진다. 힘들어도 내가 택한 것이니까.

연기하다 보면 자신이 잘하는지 아닌지, 뭘 잘할 수 있는지 아닌지 느끼지 않나?
지금 27세인데 그동안 실제 나이보다 8~9세 더 많은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을 해본 적이 없으니 연기하며 답답할 때가 많았다. 만약 내 고민이 36세가 하는 고민과 비슷하다 해도 절대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내가 원하는 역할을 하려면 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이것도 핑계밖에 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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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와 팬츠는 모두 캘빈클라인 컬렉션, 셔츠는 지방시, 슈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제품.

“언제 추락할지 몰라서 두렵다. 한 계단씩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미끄러질지 모르니까.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더 부여잡게 된다. 그럴수록 어떻게 하든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자꾸 캐릭터에 얽매이는 거 같고,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탓도 한다. 다 내가 한 건데 누구 탓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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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베스트는 모두 닐 바렛, 팬츠는 지방시, 슈즈는 구찌 제품.

웃는 모습이 선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소년 같은 모습을 발견하나 보다. 그동안 맡아온 배역과도 비슷하다.
아, 모르겠다. 사람들이 날 보고 상상하고 판단하는 거니까. 그동안 비슷한 역할을 너무 많이 했다. 친구인데 약간 착한 친구 캐릭터. 든든하고 옆에서 지켜줄 거 같은 키다리 아저씨 같은 캐릭터. 다른 역할을 많이 하고 싶다. 배우 대부분이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어 하잖나. 비슷한 캐릭터를 맡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진 않을지 걱정된다. 비슷한 대사들도 많다.

많이 해봐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스스로 만족해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런 점이 힘들다. 여태까지 고만고만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칭찬 듣지도 혹평 받지도 않은, 그냥 무난하게 흘러가는 것들을 이제 좀 덜하고 싶다. 무난하게 연기하니 막상 내가 나왔지만 나처럼 보이지 않는다. 같은 것을 하다 보면 매력도 떨어지고, 쟤 원래 저렇게 나왔잖아, 할 거 같다.

계속 그런 역할만 맡을까봐?
그러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 역할이라도 계속할 수 있으니까. 언제 추락할지 몰라서 두렵다. 한 계단씩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미끄러질지 모르니까.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더 부여잡게 된다. 그럴수록 어떻게 하든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자꾸 캐릭터에 얽매이는 거 같고,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 탓도 한다. 다 내가 한 건데 누구 탓을 하나. 내가 정말 연기자가 될 만한 사람인가? 내가 연기에 끼가 없나? 그런 쪽으로 생각이 쏠린다. 그런 생각 안 하고 정말 열심히 해도 잘할 수 있을까 말까 한데…. 사람이니까 불안하고 답답하고, 시작할 땐 뭔가 될 거 같았는데 막상 더디고. 한 번에 팍 올라가는 친구들을 보면 어우…. 그들에게 특별한 게 있으니까 저렇게 될 수 있는 거야 하면서 내겐 어떤 특별함이 있나 돌아본다.

아무래도 아직은 그럴 수밖에 없는 위치와 상황이니까.
배우나 모델이 항상 갑인 것처럼 보이지만 을이다. 결국 일을 줘야 하는 거다. 자신이 연기를 잘하고 떴다고 해서 거만하게 다니면 금세 좋지 않은 소문이 나고 잘릴 수도 있는 거다. 그런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 또 잘하더라도 겸손하지 않다거나 나쁘다, 문란하다 등 여러 가지 루머도 견뎌야 하고.

그래도 복 받았다. 모델들은 연기만 잘하면 정말 배우로 활동하기에 좋은 몸이잖나.
관계자 분들도 너는 연기만 잘하면 되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냐고 한다. 너희는 정말 잘난 놈들이야, 이런 말. 물론 100% 공감하진 않는다. 탁월하게 재능이 있는 연기자가 아니고선 연습과 경력, 노력에 따라 나오는 게 다르니까. 그래서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쉬지 않고 계속해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람들이 가능성은 좋게 봐주시는 거 같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극은 아직까지는 힘들 듯하고, 현대극에선 잘나가는 남자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원톱을 해보고 싶다. 영화라면 뭐든 좋다. 나쁜 놈을 많이 연기하고 싶다. 정말 나쁜 놈인데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마음에 드는, 센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 하면 또 인터뷰를 해야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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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박정민
EDITOR 김종훈
STYLIST 김선희
HAIR&MAKE-UP 아영

201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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