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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손끝

아무나 고수가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고수의 행보와 작품은 각 분야의 `이정표`가 된다. 고수들의 최근 작품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길`을 만난다.<br><br>[2007년 9월호]

UpdatedOn August 28, 2007

Editor 구정란

이상한 나라의 톰 딕슨

톰 딕슨 컴퍼니는 당신의 꿈이었나?
나에게 그런 꿈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업을 즐겁고 열심히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특히 하비타트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책임자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한 경험이 사업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톰 딕슨 컴퍼니는 한국의 파트너로 aA 디자인 뮤지엄과 손을 잡았다.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강력한 에너지를 느꼈다. 기존의 가구와 전혀 다른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점,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내 생각과 비슷했다. 그래서 함께 가기로 했다.

당신의 디자인 작업은 ‘주로’ 영감에서 출발하나? 아니면 시장 조사 등 마케팅 활동에 의해 기획되는가. ‘주로’라는 전제를 달았다.
‘주로’ 영감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만들가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다. 그 영감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오히려 관심이 있다.

당신은 바이크를 좋아했고, 바이크 때문에 정규 학업을 포기했으며 바이크로 디자인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바이크를 즐기나?
사고로 바이크가 고장났을 때 수리 작업을 내가 직접 하고 싶었다. 그럴려면 용접 기술을 알아야 했는데 친구를 불러 시범을 보이게 하고, 내가 해보는 일이 내 용접 활동의 시작이었다. 나는 바이크를 사랑하지만 지금은 잘 즐기지 못한다. 사업은 사람을 바쁘게 만든다.

당신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나?
나는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한다.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워 등교 준비시켜 사랑하는 딸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게 내 아침의 기쁨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 지금 생각나는 것 다섯 가지만 이야기해달라.
어찌 좋아하는 게 다섯 가지뿐이겠는가. 눈앞에 보이는 모든 현상을 나는 사랑하고 즐긴다. 나는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만년필을 보고 있다. 저 아름다운 펜촉을 도대체 누가 만들었으며, 똑같은 굵기로 똑같은 채도를 유지하며 글자가 써진다는 게 참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이 테이블(톰 딕슨 작품) 위에 놓인 오브제의 디테일이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오브제 역시 톰의 작품)는 생각을 한다. 널찍한 통창이 아름답고, 그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좋다. 뭐 그 정도다. Words 이책

자하 하디드의 미래

건축계는 영화판 못지않게 여자가 살아남기 힘든 분야 중의 하나다. 자하 하디드, 그녀 또한 미래 지향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건축물 없는 건축가’로 남아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세간에 화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83년 홍콩에서 열린 피크레저 클럽 공모전에서 1등을 하면서 부터다. 그 후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 격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여,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거친 풍토에서 확실한 파워를 보여주었다. 하디드는 상식적 공간을 붕괴시킨 기하학적인 구조를 창조한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늘 공상적이다. 독일 월프스부어그에 있는 페노 사이언스 센터나 라이프치히에 있는 BMW 공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엔 패션계까지 그녀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바로 샤넬의 ‘모바일 아트’가 그것이다. 모바일 아트는 3D 영상으로 만들어진 입체 전시. 유명 현대 미술가들이 샤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퀼팅 백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함께 전시할 예정으로 그녀는 이 작품을 전시할 완벽한 공간을 설계했다. 2008년 1월부터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이 건축 행사는 몇 년간 계속될 아시아, 미국, 유럽 등의 월드 투어로 만나보게 될 것이다. 더 기쁜 소식이 있다. 그녀의 작품을 2010년엔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녀의 팬들이라면 환호해야 마땅할 일이다. 서울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설 공원의 설계를 그녀가 맡게 됐다. 이곳에 설계될 작품의 이름은 ‘환유의 풍경’. 이 작품은 조선시대 성벽을 떠올리게 하는 직선의 벽에서 출발해 전체 공원을 액체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유연한 곡선으로 디자인하게 될 듯. 동대문운동장을 대신할 퓨처 캡슐, 상상은 안 가지만 결국 우리의 미래로 성큼 다가오고야 말았다.

피터 린드버그의 자전거

사진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실용성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표현을 위한 창작이다.
이 두 가지의 성격을 모두 가진 사진가가 있다. 피터 린드버그다. 90년대 드라마틱한 흑백 사진으로 전 세계 패션인들의 맘을 사로잡은 그는 당시 유명 잡지는 다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이후 그 자리를 패트릭 드마쉘리에가 이어갔지만.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같이 드라마틱하다. 영화 촬영 못지않은 스케일에 거대한 장소, 수많은 남녀 모델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뛰어난 소품 등은 그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하드웨어적인 특징이다.
60세를 훌쩍 넘은 이 독일계 거장의 사진을 이번 시즌 빈폴의 광고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욕에서 촬영한 이 사진은 세계적인 톱모델 캐롤라인 트레티니를 비롯한 6명의 모델들과 함께했다. 지적이고 무게감 있는 사진이 인상적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이 있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대림미술관으로 가볼 것! 17명의 해외 사진 작가들이 선보인 <위대한 서커스> 전에 그의 사진도 함께 전시된다. 역동적인 서커스를 순간 포착하여 패셔너블하게 만든 그의 사진을 놓쳐서는 안 된다. 10월 말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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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구정란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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