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정재환 Editor 성범수
뒤가 ‘땡길’ 때가 있다. 여자의 얼굴보다 엉덩이가 땡기거나, 정상위보다 후배위가 더 끌리는 날 말이다. 시계를 볼 때도 앞쪽보다 뒤쪽에 더 눈이 간다. 시계를 손목 위에 올려놓으면 백케이스는 자랑하려 해도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백케이스가 더 궁금한 건 이 의미심장한 뒷면이야말로 지식의 보고라는 거다. 시계의 얼굴은 당연히 멋질 수밖에 없다. 그건 시계 마니아의 말초를 자극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문페이즈, 투르비옹 모두 앞쪽에서 구현되니까. 최종 구매 결정은 결국 앞을 보고 이뤄진다. 시계 브랜드에선 장인정신과 예술성을 강조하지만 판매 실적을 도외시하진 못한다. 상업적 요소가 강조되면 작품은 가치를 잃는다. 백케이스는 페이스와는 다르다. 그건 보너스 트랙 같다. 각국의 시차를 새겨놓거나, 역사적 공장 모습을 정밀묘사하고, 플라이 백 같은 특별한 기능도 표시한다. 또 투명 케이스를 통해 시계의 생존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시계의 뒷모습은 소중하다. 나만 볼 수 있는 비밀스런 거다. 1932년작 고전 포르노를 소장하고 있다며 자랑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마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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