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느끼는 우영미란 브랜드의 이미지는?
협업 의뢰를 받고 룩북을 봤는데 색과 패턴의 활용이 눈에 띄었다. 내 작업과의 접점을 곧바로 찾을 수 있었다.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색과 형태, 질감을 조합하는 걸 좋아하는데, 우영미의 옷에서 그러한 조합을 보았다. 구조적이고 세련된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디테일이 강하다.
협업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최근 브랜드나 광고 회사에서 협업하자는 제안을 자주 하는데, 일방적인 경우가 대다수다. 자사의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내 작품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분이 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거절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우영미는 달랐다. 이미 세 번이나 아티스트와 협업한 사례가 있고, 결과물에서 작가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다. 협업을 통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Cube’ ‘Tower’ ‘Tube’, 총 세 점의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우영미의 2013 F/W 시즌 색감인 암적색, 파란색, 겨자색을 주제로 삼았다. 수트 케이스와 구식 타자기, 텔레비전 세트 같은 중고 오브제와 우영미의 컬렉션 피스들을 하나로 조합한 작품으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담고자 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구식 오브제와 미래적인 우영미의 옷이 하나의 작품 안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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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 요한슨은 우영미의 2013 F/W 시즌의 색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암적색과 겨자색, 파란색으로 이어지는 색의 흐름이 그의 작품에 녹아 았다.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이전의 작업에서도 주로 빈티지한 오브제를 사용하더라.
새것보다 헌 물건으로 작업하는 게 흥미롭다. 그 물건엔 누군가의 역사가 담겨 있으니까. 예를 들어, ‘Cube’에 들어간 아이템만 따져봐도 1백 개가 넘는다. 온갖 중고 가게와 벼룩시장을 돌며 모은 것인데, 이렇게 물건을 수집하는 것 자체가 작업의 일부다.
각각의 역사를 가진 물건들이 한 작품에 담겨 있다는 게 재미있지 않나? 이것이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의미를 갖는 것.
난 거기에 의미를 둔다.
협업 과정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천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지금껏 견고한 형체들을 가지고 작업해왔기 때문에 천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떤 물건에 천을 덮어 씌우자니 진실성이 훼손될 것 같았다. 그러다 천을 접으면 덩어리처럼 입체감이 생긴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우영미의 옷을 작품 안에 조화롭게 녹였다.
당신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건 무엇인가?
작은 것, 사소한 것, 예상치 못한 어떤 순간에 영감을 받는다. 일상이 아주 살짝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예를 들어 TV 채널을 돌렸는데, 전 채널에서 나오던 배우가 다른 역할로 나오는 걸 볼 때라든지, 주차장에 빨간 차만 주차되어 있는 장면 같은 것. 일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걸 좋아한다.
한국에 처음 방문한 소감은 어떤가?
사실 시차 때문에 많은 곳을 돌아보진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친절하고,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다이내믹한 것 같다.
고속도로 수준의 대로가 이어지다가 코너를 돌면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바가 있는 작은 골목이 있고, 공원도 많다. 그러다 다시 큰 도로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러한 공존이 흥미롭다.
평소 패션에 신경 쓰는 편인지?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나?
예전엔 패션에 관심이 꽤 있는
편이었다. 빈티지 숍이나 중고 시장에서 옷을 사곤 했었다. 지금은 쇼핑을 거의 하지 않는다.
작업이 일상이다 보니 좋은 옷을 사도 별로 소용이 없다. 작업복의 일상화랄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최근 가장 관심 있는 건 무엇인가?
베를린으로 이사 가는 것. 10년 전 학생 시절에 베를린에 살았다. 베를린이란 도시 자체를 사랑해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시로
둥지를 옮겨 현재의 삶을 바꿔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PHOTOGRAPHY: 이상엽
EDITOR: 안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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