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최민규 (〈스포츠 2.0〉 야구전문기자) Editor 이현상
1 기적
포스트 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은 4위. 7월 10일 현재 최하위팀인 기아 타이거즈(이후 기아)는 4위 LG에 10.5게임차로 뒤쳐져 있다. 1951년 뉴욕 자이언츠는 8월 11일까지 브루클린 다저스에 13게임차로 뒤쳐져 있다 따라잡았고, 1969년 뉴욕 메츠는 8월 16일까지 9게임 뒤져 있던 시카고 컵스를 눌렀다. 1978년 뉴욕 양키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7월 8일까지 10경기 차로 뒤쳐져 있었다. 하지만 시즌 최종전에서 균형을 맞췄고, 단판 챔피언 결정전에서 ‘물 방망이’ 버키 덴트의 역전 3점 홈런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기아에게도 기적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4위를 노리는 팀과 우승을 노리는 팀의 전력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2 부상 탈출
7월 10일 현재 기아의 재활 군에는 선수 14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부상 선수가 없는 프로 구단은 없다. 그러나 기아는 심각한 상황. 개막전 주장이자 팀의 기둥인 이종범, 에이스 김진우, 4번 타자 최희섭, 주전 유격수 홍세완, 주력 왼손 투수 전병두, 지난해 전반기 마무리 장문석 등이 죄다 재활 군에 머물러 있다. 이종범은 “노후한 광주 구장 인조 잔디가 원인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7월 초 “시즌 뒤 잔디 교체”를 약속했지만 지난해 10월 약속대로라면 지금 광주 구장에는 천연 잔디가 깔려 있어야 한다.
3 야구 규약 개정
기아는 이종범의 거취 문제로 시끄럽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기아가 올 시즌 뒤 이종범에게 코치 자리를 권유했지만 그가 계속 현역을 고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기량에서 예전만 못하나 주전이 아니더라도 팀에 공헌할 부분이 많은 선수다. 하지만 기아에는 그럴 여유가 없다. 올해 이종범의 연봉은 5억원. KBO 규약에 따르면 연봉 감액 한도는 40%다. 즉 기아는 내년 이종범에게 최소 3억원을 보장해줘야 한다.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이종범은 프리에이전트(FA) 신분으로 올해까지 2년 계약이 돼 있다. 메이저리그라면 이종범은 시즌 마감 후 기아 잔류가 여의치 않으면 다시 FA를 선언하면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FA 자격 재취득까지 4년이 걸린다. 이종범의 거취는 기아가 결정해야 한다.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명예로운 은퇴’ 소리가 들리고, ‘명예롭지 못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4 장기적인 안목
기아는 재건이 필요한 팀이다. 개막전 기준으로 투수 30명(외국인 선수 제외) 가운데 24명이 25세 이하다. 선참과 신진 사이에서 팀의 기둥이 돼야 할 중견 선수들이 없다. 그렇다고 나이 든 노장들이 제 몫을 하는 것도 아니다.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 팀을 이끌다보니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기아는 어느 구단보다 트레이드에 적극적인 팀이다. 정재공 단장의 취임 뒤인 2002년부터 기아는 프로야구 전체 트레이드의 39.5%를 도맡았다. 트레이드의 목적인 우승 전력의 확보, 또는 팀 재건을 위해서다. 둘 가운데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다. 잦은 선수 이동 중에 팀의 구심점이 사라진 게 기아의 현실이다.
5 외국인 선수 교체
메이저리그 마무리 출신 투수의 공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광주 구장 팬들에게는 펠릭스 로드리게스의 피칭을 즐길 여유가 없다. 서정환 감독도 마찬가지다. 리드하는 경기가 적은데, 리드를 지키러 올라오는 셋업맨이 무슨 소용일까. 기아에 필요한 외국인 선수는 중심 타자나 선발 투수다. 우습게도 기아가 내보낸 래리 서튼이 지금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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