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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Awaited Moment

갑은 핏대를 세우며 4강 재현을 부르짖는데, 을은 손사래를 치며 16강도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이거야말로 소모전이다. 불과 4년 전의 일이지만, 스코어나 전적은 우리 뇌리에서 쉽게 잊혀진다. 다만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만이 기억될 뿐이다.

UpdatedOn May 26, 2006

박지성이라는 엔진

일찍이 우리는 이런 선수를 가져본 적이 없다. 박지성은 쉼없이 움직여 공간을 점유할 뿐 아니라 방향을 바꿔 적진을 향해 광속으로 달려가면서도 창의적인 골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한다. 한국 팀을 상대하는 감독들은 이 프리미어 리거

- ESPN으로 그 실상을 목격한 - 한 명을 막기 위해 팀에서 가장 거칠고 질긴 수비수들에게 특명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4년 동안 급성장한 박지성이 가는 길을 막을 자가 누구인지, 스타 플레이어 틈바구니에서 한 해를 보낸 박지성의 결론은 무엇인지를 지켜봄 직하다.

 

레벨이 다른 이영표

이기고 지는 것, 다만 몇 개라도 건수(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것과 한 단계 위의 축구를 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이것이 PSV 에인트호벤과 토트넘에서 수학한 이영표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 부여다. 지능적인 드리블과 드로인, 신속 배달되는 좌우 크로스, 윙 플레이어를 못살게 구는 대인 마크….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누구보다도 바쁘게 움직이며 감독의 전술과 팀 플레이에 헌신할 것이다. 자신의 플레이가 어느 클래스에 속하는지를 가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스스로 향상되었음을 느끼는 순간, 두 다리로 그라운드를 박차고 떠올라 이렇게 환호할 것이다.

설기현의 자기 방어

울버햄튼의 1부 리그 승격이 힘들어지면서 설기현의 마음은 서둘러 독일로 향했다. 그에게 두 번째인 이번 월드컵은 지금보다 더 큰 곳으로 가는 일련의 과정일 것이다. 설기현은 자신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특유의 근면, 성실, 봉사 정신과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스스로를 지켜낸 전력을 갖고 있다. 독일 월드컵에서 자신이 ‘탈아시아권’ 신분임을 각인시킨다면, 그는 머지않아 프리미어 리그의 눈 밝은 에인전트들로부터 달콤한 전화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믿는 구석 최진철

이제 등 뒤에 홍명보가 아닌 최진철이 있다. 평균 연령이 하락한 한국 팀 수비 라인의 운명이 결국 그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앙리와 아데바요르는 그가 무장 해제시켜야 할, 수없이 많은 스타 플레이어 중 극히 일부다. 이 사실을 잘 아는 그는 왜 김태영도 유상철도 미련을 갖지 않은 자리를 수락했을까? 어쩌면 최진철은 월드컵이란 명분이 아니라 진지한 축구라는 실리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모로 보나 그는 자격이 있다.

 

확률 높은 박주영

지난 4년간 숱한 유망주들이 제풀에 꺾이거나 벽을 만나 스러져간 가운데 박주영만이 골 에어리어 앞에 섰다.
혹자는 이동국의 부상이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거라고 말한다. 초점에서 벗어난 코멘트다. 박주영을 지켜보는 궁극적인 재미는 그의 플레이를 통해 한국 축구의 가까운 미래를 예단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과연 그가 소문대로 타고난 볼 터치와 고감도 유효 슈팅으로 ‘문전 처리 미숙 아니면 골 결정력 부재’로 간추려지던 한국형 스트라이커의 지병을 씻어버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안정환의 드라마

안정환은 늘 별난 존재였다. 축구만 잘하는 게 아닌 까닭에. 그는 우리가 아는 축구 선수의 외모가 아니었고, 평균 수위를 넘는 자기 신뢰로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몇 장 남지 않은 티켓을 겨우 잡은 안정환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이 최종 엔트리에서 빠질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외모를 보면, 그는 축구를 너무 잘하는 거다. 분데스리가에서의 미련은 독일 월드컵의 리허설쯤으로 여기면 그만. 가장 빠르게 현지 시차에 적응할 안정환은 이번 월드컵에서 특유의 드리블과 터닝 발리슛으로 또 어떤 드라마를 쓰려고 할까?

 

태극권

프리미어 리그의 경험을 더한 박지성과 이영표, 박주영과 안정환의 결정력, 전략적 요충지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김남일과 최진철. 다시 이운재의 손에 맡겨진 골문, 경험이야말로 힘임을 증명할 설기현과 송종국, 밝은 미래를 기약하게 될 김동진, 백지훈, 조재진. 히딩크만큼 늠름한 딕 아드보카트와 늘 그의 곁을 지키는 핌 베어백…. 전국이 ‘태극권’에 들었다. 하지만 새벽까지 눈꺼풀을 닫지 않고 TV 앞에 앉은 자만이 그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수는 4년 전, 한반도를 물들였던 붉은 티셔츠의 장수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결과가 아닌 헌신의 과정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눈은 분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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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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