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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개관을 앞두고 여러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미술관은 도시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래서 2000년대 이후 완공된 미술관 중 아름답고 혁신적이며 지역 친화적인 건물을 찾았다. 그 작품들 사이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UpdatedOn August 29, 2013

©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Kanazawa / 일본
가나지와 21세기 미술관
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란 이름엔 비전이 담겨 있다. 이 미술관은 2004년에 완공됐다. 당연히 가나자와에 있다.
애초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 염두에 둔 가치는 동시대, 지역 시민, 지역 전통, 어린이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도쿄도 아니고 오사카도 아니고 나고야의 가나자와에 이 기적 같은 미술관을 지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앞뒤 구분이 없다. 원이기 때문이다. 둘레는 유리 아트서클이어서 전 방향으로 빛이 드나든다.

미술관은 공원이 둘러싸고 있어서 공원에 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미술관 내부를 볼 수도 있고 들어갈 수도 있다. 입구는 동서남북에 하나씩 네 개고, 전시실은 열한 개다. 올 초에 서도호가 이곳에서 전시를 했는데 그는 격앙된 어조로 이 미술관이 얼마나 독특한지 말했다. 열한 개의 전시실은 온전히 독립된 프레임이다. 크기와 높이가 모두 다르다. 그때 서도호는 자신의 천 작업처럼 규모가 큰 것을 하나의 전시실에 한 개씩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이 세계에 별로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남동 삼성리움미술관에서 전시할 때 그는 넓은 공간에 자신의 작품을 여러 개 배치했다. 작품과 작품이 한곳에 있을 때 느껴지는 긴장감이 돋보였지만 각각의 작품을 떨어뜨려놓고 온전히 볼 수는 없었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는 가능하다.

왼쪽 사진을 보면 천장에 사각형이 볼록 솟아 있다. 독립된 전시장들이다. 이 새로운 미술관은 2010년에 프리츠커 상을 받은 가즈요 세지마와 류에 니시자와가 설계했다. 2010년에 문을 연 뉴욕 신현대미술관도 둘의 작품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랑스에 분관을 열 계획인데 그 건물의 설계도 맡았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는 올라퍼 엘리아손, 제임스 터렐, 레안드로 에를리치 등의 작품이 항구적으로 전시 중이다.

건축가 가즈요 세지마, 류에 니시자와
완공 시기 2004년
홈페이지 www.kanazawa21.jp





Berlin / 독일
유대인 미술관 Jewish Museum

  • ©Jewish Museum
  • ©Jewish Museum

베를린 유대인 미술관은 완공되자마자 주목을 받았다. 2001년 9월 개장 당시, 전시물 하나 없는 텅 빈 박물관에 3만5천 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Between the Line’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자신의 설계에 붙인 이름이다. 두 개의 선은 건물을 이루는 우주다. 몇 번 구부러진 형태를 하고 있는 첫 번째 선은 건물을 지그재그로 나눈다. 곧게 뻗은 두 번째 선은 건물을 관통한다.

두 선들이 교차하는 지점은 비어 있다. 지면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비어 있는 이 수직 공간을 리베스킨트는 ’빈 공간(Void)’으로 명명했다. 관람객은 긴 층계를 따라 베를린 유대인 미술관의 지하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곳 역시 ‘빈 공간’이다. 추방의 축, 이민의 축, 연속의 축, 홀로코스트 타워와 같은 공간들은 1층의 에릭 F 로즈 갤러리로 이어진다.

이때 긴 하얀색 계단은 ‘아무것도 아님’이라는 벽으로 연결된다. ‘빈 공간’은 독일의 유대인 생체실험을 통해 희생된 사람들로부터 야기된 공백, 공허, 고통, 절망을 상징한다. 1층에는 이스라엘 예술가 메나시 카디시먼이 만든 설치 작품 ‘낙엽’이 전시돼 있다. 두꺼운 철판을 잘라 만든 이 전시물은 약 천 개가 넘는데 입을 벌린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다.

베를린 유대인 미술관은 리베스킨트의 첫 번째 설계 작품으로 그에게 건축가로서 명성을 안겨주었다. 미국 덴버 미술관과 캐나다 토론토의 로열 온타리온 뮤지엄의 증축도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맡았다. 칼로 자른 듯한 건물 모양은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에서 착안한 것이다. 또한 이것은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직선과 사선, 빛과 그림자, 경사진 건물 바닥, 날카로운 삼각형 구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두 안다.
다시 2001년 9월로 돌아가면 ‘텅 빈 미술관’에 왜 그렇게 많은 방문객이 몰려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
완공 시기 2001년
홈페이지 www.jmberlin.de



Kansas / 미국
넬슨-애킨스 미술관 블로흐 빌딩
The Nelson-Atkins Museum of Art Bloch Building

©The Nelson-Atkins Museum

1993년, 넬슨-애킨스 미술관의 책임자들은 개관 60주년을 어떻게 기념할지 의논하기 위해 모였다. 거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2007년 6월 9일 블로흐 빌딩이 문을 열었다. 블로흐 빌딩은 미국 최고의 건축가 스티븐 홀이 설계했다. 블로흐 빌딩은 물 흐르듯 가늘고 긴 형태를 띠고 있다. 급격하게 꺾이는 부분 역시 물의 흐름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마치 땅에서 솟은 거대한 렌즈같이 보인다. 모든 층들이 공원 잔디의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른다. 반대로, 각 층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수록 폐쇄형 유리 렌즈가 천장을 높아 보이게 만든다.

낮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블로흐 빌딩 내부의 전시물을 비추고 밤엔 공원을 밝히는 거대한 조명처럼 반투명하게 변한다.
스티븐 홀이 중요하게 생각한 개념은 융합이었다. 블로흐 빌딩과 기존의 건물을 잇는 산책로에는 큰 반사 풀이 있다. 풀 안에도 렌즈가 설치되었다. 낮에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지하의 주차장을 비춘다. 밤에는 주차장 불빛이 렌즈를 통해 올라와 물이 빛을 머금고 있는 것 같다. 모든 빛과 모든 풍경이 끊임없이 흐른다.
시간처럼.

건축가 스티븐 홀
완공 시기 2007년(증축)
홈페이지 www.nelson-atkins.org










Minneapolis / 미국
워커 아트 센터 Walker Art Center

©Walker Art Center

1972년에 개장한 워커 아트 센터는 애초엔 건축가 에드워드 라라비 반스가 지은 건물만이 있었다. 1988년 미니애폴리스 조각공원을 추가했다. 2005년에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 설계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워크 아트 센터가 완성되었다.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의 설계에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하나는 큐빅 타워이고 다른 하나는 유리로 만들어진 벽이다. 큐빅 타워의 표면은 수많은 알루미늄 패널에 주름을 잡아 붙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구겨진 직물, 얼어붙은 강 표면, 연약함 등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갤러리는 창 안쪽에 개별적인 작은 건물처럼 배열되어 있다. 광택 있는 석고 벽, 거리의 각과 동일하게 기울어진 바닥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은 워커 아트 센터의 마스터플랜을 완성한 1999년에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건축가 헤르조그 & 드 뫼롱
완공 시기 2005년(증축)
홈페이지 www.walkerart.org







Madrid /스페인
카이사 포럼 Caixa Forum

©Caixa Forum

앞서 나온 ‘워커 아트 센터’를 지은 ‘헤르조그 &드 뫼롱’의 대표 작품 중에 알리안츠 아레나가 있다. 독일 프로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이다. 외부에서 보면 커다란 타원형 돔이 떠 있는 것 같다. ‘떠 있는 것’ 같은 형상을 구축하는 것은 ‘헤르조그 &드 뫼롱’의 장기인데 카이사 포럼은 그 능력을 가히 공중부양 수준으로 극대화시킨 건물이다.

한때 이곳은 전력발전소였다. 헤르조그 &드 뫼롱은 발전소의 건물 벽 중 네 개를 남겨두고, 이 벽을 뼈대 삼아 떠 있는 마법을 부렸다. 건물 1층은 마치 비어 있는 것같이 보인다. 그래서 2층부터 그 위는 가볍게 부양한 상태를 유지한다. 그 옆으로 풀이 무성한 정원이 수직으로 솟아 있다. 카이사 포럼은 고전미술, 현대미술, 멀티미디어 아트뿐만 아니라 시 페스티벌, 사회 문제를 위한 토론장, 교육을 위한 워크숍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은 ‘도시의 자석’을 만들겠다는 야망을 품었다. 야망은 이뤄졌다.

건축가 헤르조그 & 드 뫼롱
완공 시기 2008년
홈페이지 http://obrasocial.lacaixa.es









Texas / 미국
패롯 자연과학박물관
Perot Museum of Nature and Science

©Perot Museum of Nature and Scienc

건물 형태는 떠 있는 거대한 큐브를 연상시킨다. 지붕은 댈러스 지역의 고유 지질을 반영하는 작물과 돌로 장식되었다. 그래서 이 살아 있는 건물은 시간이 흐를수록 형태가 달라진다.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트리움(현대식 건물 중앙 높은 곳에 유리 지붕으로 된 넓은 공간)을 지나 박물관의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하면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발코니에 닿는다. 꼭대기 층에서 박물관 갤러리로 연결되는 통로는 아트리움의 안팎으로 이어져 박물관 내부와 외부를 교대로 오가게 된다.

댈러스 시내를 향해 열린 건물의 동쪽 코너에 이르면 관람객은 건물의 일부가 된다. 이와 같은 극적인 공간의 배치는 ‘열려 있으며, 도시에 속해 있고, 도시를 활성화시킨다’는 패롯 자연과학박물관의 이념을 담고 있다.

“자연계의 상호 의존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우리 자신의 생존과 진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박물관이야말로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건축회사 모포시스의 디자인 디렉터 톰 메인은 이 박물관의 디자인을 맡으며 말했다. 박물관 완공을 한 해 앞둔 2005년에 프리츠커 상을 받았다.

건축가 톰 메인
완공 시기 2006년
홈페이지 www.perotmuseum.org









Metz / 프랑스
퐁피두 센터-메츠 Centre Pompidou-Metz

  • ©Centre Pompidou-Metz
  • ©Centre Pompidou-Metz

퐁피두 센터-메츠는 프랑스 최초의 예술 지방 분산화 프로젝트다. 퐁피두 센터의 분관이 아니라, 자매 관계에 있는 기관이며 과학적, 문화적 선택의 독립권을 가지고 있다. 퐁피두 센터는 물론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현대 예술품을 소장한 국립 현대예술박물관의 지원도 받는다.

외관은 광장과 정원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천막을 연상시킨다. 전체 면적은 10,700㎡이며 전시 공간은 5,020㎡다. 1977년에 개장한 퐁피두 센터를 기념하기 위해 중앙 첨탑의 높이를 77m로 설계했다. 육각형 구조로 돼 있고 정원과 미술관 사이에 벽이 없어서 커다란 지붕 아래로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다. 반 시게루와 장 드 가스틴은 대중을 중심에 두고 미술관을 설계했다. 건물 내부는 연한 나무 지붕, 하얀색 벽, 진줏빛 회색으로 마감된 콘크리트 소재 덕분에 밝은 느낌을 준다.

건물 안에 3개의 갤러리가 있는데 각각의 갤러리는 장방형 튜브 형태를 띠고 다른 방향으로 돌출돼 있다.
그곳의 창문을 통해 도시의 랜드마크인 대성당, 기차역, 세일리 공원 등을 볼 수 있다.

건축가 시게루 반, 장 드 가스틴
완공 시기 2010년
홈페이지 www.centrepompidou-metz.fr

Editor: 이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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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우성

201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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