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진
스토리지앤코 대표 1986~
스토리지앤코는 어떤 매장인가?
실물 빈티지 의류와 빈티지 레플리카를 취급한다. 아메리칸 빈티지와 오리지널 워크웨어를 지향하고 있다.
요즘 들어 비슷한 콘셉트의 소규모 편집매장들이 많이 생겼다. 그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얼핏 비슷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지앤코는 특정 시대의 옷과 스타일을 추구한다. 1800년도 후반부터 1940년도까지의 워크웨어에 집중한다. 이번 시즌부터는 그 시대의 옷을 복각하는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복각은 원형 그대로를 재현한다는 건데, 현대적인 요소는 아예 배제하는 건가?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한다. 소재와 봉제, 디테일 하나까지. 그때와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핏이다. 원형은 워낙 서양인 체형에 맞춰 만들어서 동양인이 입었을 때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콘셉트의 매장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무작정 빈티지를 좋아했다. 그런데 깊게 빠져들수록 원형 그러니까 옷의 뿌리를 찾게 됐고, 현대 의복의 원형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단순히 옷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문화를 공유하는 매장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외국의 경우 이런 매장이 더러 있지 않나?
외국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다들 흉내만 낼 뿐 깊이 있게 다루는 매장은 거의 없다. 일본의 경우 ‘사파리(Safari)’와 ‘버버진(Berberjin)’이 있는데, 그 두 곳은 수천만원대의 실물 빈티지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매장이다.
지속 가능한 매장으로 발전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스토리지앤코는 작년 9월에 문을 열었다. 아직 뭔가 제대로 갖추기엔 짧은 시간이다.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마음먹은 소신 하나만은 끝까지 고집할 생각이다.
기린
가수 겸 미술가 1985~
기린
당신은 어떤 시대를 동경하나?
1990년대 초·중반을 가장 좋아한다. 놀이 문화나 음악, 디자인 등 돌이켜보면 인간적인 온기가 가득했던 거 같다.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옷차림까지 꼭 그 시대 사람 같다.
보통은 그때그때 유행에 맞추거나 혹은 앞서가며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나도 당시 유행 가요와 팝을 들으며 열광했다. 하지만 마냥 흘려보내지 않고 나의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그 멋을 간직하고 계속 즐겨왔다.
그것들이 당신의 음악과 미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어머니가 가요나 유행하는 팝 CD와 테이프를 많이 사고 많이 따라 불렀다. ‘보이즈투맨’과 ‘포트레이트’가 발라드로 인기 몰이를 할 때쯤 그들의 CD를 사다주셔서 많이 들었다. 다른 팝이나 발라드에 비해 리듬감이 재미났던 기억이 있다. 김건모의 앨범도 같은 경로로 어린 시절 많이 들었다. 그런 기억이 나의 음악과 미술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도대체 그런 옷과 신발은 어디서 구하나?
일부러 구하러 돌아다니기보단 평소에 즐겨 입거나 좋아서 모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전 물건을 버리지 않는 습관도 한몫한다.
의외로 진지한 편인 것 같다.
사람들의 편견이다. 올드 스쿨 음악을 한다고 하면 디스코를 추며 손가락을 허공에 찌르고, 복고 영화라고 하면 대부분 코믹물이라 생각하지 않은가. 나는 단지 그리 멀지 않은 시대의 음악을 하는 사람일 뿐이다.
가장 아끼는 옛날 물건이 있다면?
어릴 때 모은 CD들과 아버지께서 찍어주신 어릴 적 사진들.
이러한 행위나 작품들로 인해 생긴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주변 뮤지션들과 비교했을 때 형 누나들의 지지가 남다른 편이다.
1집이 나온 지 꽤 지난 거 같은데, 2집은 언제 나오나?
1집이 나온 지 1년 반 정도 지났다. 그 사이에 리믹스 앨범도 냈다. 9, 10월 정도에 2집을 낼 예정이다. 1집이 푸른색의 청소년 이미지였다면 2집은 조금 더 강한 남자의 냄새를 느낄 수 있을 거다. 1집이 그냥 커피면 2집은 ‘티오피’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현대적인 물건은 무엇인가?
제습기(?).
안도현
안도현
빈티지 오브제 설치미술가
1984~
어떤 작업을 주로 하는가?
오래된 오브제들을 이용해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하나의 대상을 정하고 그 대상으로부터 파생된 기억의 오브제들로 설치 작품을 만든다. 그 대상은 사람이나 사물 또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작품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나의 첫 작품을 꼽을 수 있다. 나에 대한 표현이었는데 괘종시계 안에 그간의 추억과 의미가 담긴 오브제들을 담아 작업했다. 한 번은 칠레의 민중 가수 ‘빅토르 하라’를 표현했는데, 그는 기타 하나로 군부와 맞서 싸운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기타를 해부하고 창처럼 뾰족하게 성형해서 그 안에 오브제들을 담았다.
어떻게 빈티지 오브제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워낙 오래된 물건을 좋아해서 관련된 작은 숍을 했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만들었는데, 점점 발전해 나를 오브제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이력서 대신 사용할 목적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한국철도공사와 함께 작업한다. 한국 철도 역사 1백 년을 담은 설치 작품을 노량진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명은 ‘노량진(Noryangjean)’으로 정했다. 마치 데님의 태그(Tag)처럼 표현해봤다. 철도공사의 지원을 받아 예전에 실제로 사용했던 침목, 선로, 자갈과 공구들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옷은 원래 그렇게 입고 작업하나?
작품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작품은 철도 역사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옛날 실제 철도 노동자들이 입었던 옷을 재현했다. 작품을 만드는 동안만이라도 나는 옛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공기업과의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하지만 좋은 부분도 있다. 노량진역이라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공간을 제공받지 않았나. 아티스트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갤러리에서 해방된 작품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다.
당신이 꿈꾸는 궁극의 작품은 무엇인가?
한 사람의 일생을 담은 자서전 같은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실제 그 사람 곁에서 생활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그가 걸어온 삶을 깊게 파고들어 하나의 조형물을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그 대상이 죽기 전의 내가 될 수도 있고.
박도건
에틱 프롬 스테드 디자이너
1981~
- 박도건
- S/S 컬렉션 테마가 ‘귀농’
에틱 프롬 스테드는 어떤 옷인가?
한국적인 아날로그 감성을 담고 있다. 겉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옷을 직접 입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다. 이를테면 옷에 이름을 붙이는 식이다. 보통은 사람 이름을 따는데 시인이나 작가의 이름일 때도 있고 유명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나는 옷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고로 내가 입고 있는 옷의 이름은 미국의 무명 가수, ‘로드리게즈’다.
S/S 컬렉션 테마가 ‘귀농’이라고 알고 있다.
맞다. 이번은 ‘귀농’이었고, 지난 시즌은 ‘딱지’였다.
한국적인 아날로그 감성을 풀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촌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이 내가 할 일 같다. 아날로그적 요소는 시작점일 뿐이니까.
가장 아끼는 옛날 물건이 있다면?
아무래도 우리나라 근대사를 담고 있는 옛날 책들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인간적이고 온기가 서려 있는 옛날 물건과 디자인은 나에게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책은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다른 것에서도 영감을 받는다. 예를 들면 오래된 간판이나 예전 로고 같은 것들 말이다. 가끔은 기형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엉뚱할 때도 있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 조합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것들은 오히려 지금 보면 새롭게 느껴질 때가 많다.
당신과 어울리는 영화나 음악이 있다면?
조엘 코엔 감독의 1998년 작품 <위대한 레보스키> 같은 코미디 영화인데 인간적이고 따뜻한 영화를 좋아한다. 음악의 경우 ‘M83’ 같은 포스트 록을 자주 듣는 편이다.
이제 가을·겨울옷을 한창 준비 중일 것이다. 이번엔 어떤 테마인가?
‘빛의 상인’이라고 정했다. 누구나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자신에게 빛이 되어주는 사람, 따뜻함을 주는 사람. 그래서 가을·겨울에는 다소 경직된 수트를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들어볼 생각이다.
김기조
김기조
레터러
1984~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한글 레터링을 기반으로 메시지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지금은 한 기업의 의뢰를 소화하는 중이다.
한글을 주로 다루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꼭 그런 건 아니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디자인했다. 마침 그때 작업한 아티스트들이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같이 모두 한글 이름이었다. 한글의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새로운 서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적인 측면 이외에 문장의 선택이나 색 조합이 신선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글은 우리에게 무척 익숙한 서체다. 그 익숙함을 깨는 작업에 매력을 느낀다.
당신이 만든 것 중 상용화된 서체가 있나?
엄밀히 말하면 아직 없다. 한 번은 캐논과의 작업에서 카메라 이름을 딴 ‘Eos M 체’를 만든 적이 있긴 하다. 궁극적으로 나의 이름을 딴 서체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다. 기존 서체와는 다른 해석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정리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당신의 작품이 복고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도적인 표현이라기보다 과거에 대한 관심과 취향이 누적되어 디자인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작업실 안에 오래된 물건이 많다.
그렇긴 하나 대부분이 단순한 쇼핑과 건조한 인터넷 서핑을 통해 수집한 것들이라 특별한 의미를 두진 않는다. 다만 유년 시절 경험들이 묻어 있는 물건을 성인이 된 지금 다시 갖게 됐을 때 그 물건을 통해 생각을 되짚어 나가는 경험은 재미있는 것 같다.
7월 25일부터 홍대에 있는 플랫폼 플레이스에서 개인전을 연다고 들었다.
플랫폼 플레이스에서 순차적으로 아티스트들에게 갤러리를 제공하는 ‘플랫폼 플레이스 629’에 동참하게 되었다. 특별한 목적이 없는 개인 작품으로만 채울 것이다. 파편적이고 건조하게 나열된 메시지들은 각기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수용자가 의미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조금은 캐주얼하고 어떻게 보면 장난스러운 장치도 넣어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아레나>에게 당신의 스타일로 문장 하나를 던진다면?
‘전시 좋아해?’
Editor: 이광훈
Photography: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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