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일렉트릭 바흐 앨범 커버 ⓒ비싼트로피
작년에 구속에서 풀려난 후 아트선재센터의 <조선펑크로커 리성웅>의 앙코르 퍼포먼스를 기획, 출연했고, 1심 판결 후 최근엔 옥인콜렉티브의 <서울 데카당스>에 출연했다.
압수수색을 받은 직후엔 불온해 보이는 (사실은 그렇지 않은) 현수막이나 ‘찌라시’를 제작했다. 리트윗도 계속했고. 그런 행위가 구속 사유가 됐다. 풀려나니까 다른 걸 해보고 싶었다.
마침 <조선펑크로커 리성웅>을 재밌게 봤다. 전시된 것들도 감옥, 북한 제복, 단상 같은 물건들이어서 좋은 재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앙코르 퍼포먼스를 기획했고 내가 판사로 등장했다.
<서울 데카당스>는 옥인콜렉티브가 제안했다. 1심 공판에서 작성했던 최후진술서를 낭독하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스크립트 없이 연기자와 둘이 하는 즉흥 드라마 같은 거였다.
이런 우회적인 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위축되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다. 처음엔 이거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이었고 구속 후에는 법률 자문을 얻어가며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당신은 DIY 레이블 ‘비싼트로피’의 기획자이자 운영자이기도 하다.
비싼트로피는 고등학생 때 인터넷에서 친구들과 놀며 만든 레이블이었다. 그때 같이 놀던 대표적인 친구가 밤섬해적단이다. 2006년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레이블을 쉬었는데 그때 두리반이나 명동마리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에 구속됐다. 풀려나서 <조선펑크로커 리성웅>을 마치고 뒤풀이를 했는데 당시 총선 정국이었다. “이인제는 이번에도 됐겠지?” 그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날 밤 친구들과 이인제 헌정 앨범을 만들었다. 그렇게 비싼트로피가 다시 시작됐다. 작년엔 트로트 메들리 <조와정>, 펑크 밴드 노컨트롤의 <무죄> 등 앨범 5장을 발매했다. 그중에 회기동 단편선의 <처녀>가 호응이 좋다.
사실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먹게 만든 건 <처녀> 앨범이다. 사진이 아름답다.
원래 주업이 사진이라 다른 밴드들의 프로필을 찍어왔다. 단편선 사진도 나름 ‘포멀’하게 찍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후속으로
<처녀>와 비슷한 콘셉트의 앨범을 준비 중인데 여기에도 화보가 포함될 것 같다.
발매하는 앨범의 아트워크나 기획을 보면 그 미감이 그동안 SNS나 다른 기획물에서 당신이 보여준 것과 유사하다. 독특하고 극단적이다.
시각적으로 불온해 보이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반감을 갖는다. 예를 들어 ‘찌라시’에 북한 폰트 같은 걸 사용하면 아는 사람들은 웃어넘기지만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난다. 나는 반공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북한을 희화화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 이런 미감에 거리낌이 없다. 지금의 국보법이라는 것도 국가의 미감에 해를 끼치는 것들에 대한 일종의 청소 같은 의도가 없지 않다.
문화 생산자로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무엇보다 지금 운영 중인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예쁘게(웃음) 만들고 싶고 음반 형식에 대해 여러 가지 시도해보고 싶다. 이런 게 DIY 레이블의 가치인 것 같다. 또 그동안 해온 사진 작업들도 모아서 내년쯤엔 전시도 하고 싶다. 곧 재판도 끝이 나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 국보법 폐지와 표현의 자유 보장 운동은 계속할 것이다.
EDITOR: 이우성
WORDS: 이미연(미술가)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