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노선으로 선회 vs 결국 밀어붙일 것
이재명 전 대표는 최근 과거와는 달라진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제20대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국토보유세에 대해 “무리한 거 같다. 수용성이 너무 떨어진다. 반발만 받고 표는 떨어지고 별로 도움이 안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종부세와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도 “부동산은 누른다고 눌러지지 않는다”며 “세율을 더 높이지 않고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도 완화적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내가 돈 벌어서 비싼 집에 살겠다는 1가구 1주택 실거주는 제약할 필요가 없다”며 “자기 돈으로 산다는데 세금을 더 걷으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고 “집 한 채 가진 사람들의 조세 저항을 공연히 부추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민생의제 발표회’를 열고 주요 정책 의제로 세입자가 최대 10년까지 전세를 살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포함하자 이재명 전 대표는 이에 반대하기도 했다. 당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10년 전세 의무화는 재산권 침해라는 논란이 불거졌는데 그는 “당 공식 입장이 아니고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어 “국민의 주거권 보장은 국가의 중요 책무이지만 어떤 정책이든 시장 원리를 거스른 채 정책 효과를 달성하긴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민간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켜 세입자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전문가 우려 또한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명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중도 노선을 표방해 선거 승리를 확실하게 다지기 위한 쇼라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취임하면 결국 원래대로 그동안 주장하던 정책을 추진할 거라는 시선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개발 기구인 민생연석회의의 부동산 정책 자문진(외부 위원)은 집값 상승을 규제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운동가나 학자 등이 주류를 구성하고 있다. 민생연석회의는 이재명 전 대표가 의장을 맡았기 때문에 이들이 이재명 캠프의 부동산 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에 참여해 부동산 공약을 주도하기도 했다.
남기업 토지연구소 소장은 ‘토지는 공공재’라는 관점을 바탕으로 국토보유세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다. 그는 제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선거 캠프에서 부동산 정책 참모로 활동했고, 2024년 총선 당시엔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적극적인 공공 참여 개발을 주장하는 인사로 과거 이재명 후보 대선 싱크탱크에서 기본주택 특별연구단장을 맡았다. 한문도 한국부동산경제협회 회장도 유튜브 등에서 지속적으로 부동산 폭락론을 제기해온 전문가다.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쏠릴까
이재명 전 대표는 온건한 중도주의를 표방하는 가운데서도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는 2020년 “가격(집값)보다는 숫자(다주택), 숫자보다는 실거주 여부를 따져 징벌적으로 중과세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비싼 한 채를 가진 사람들보다 값이 싸더라도 여러 채를 가진 다주택자들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이재명 전 대표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다주택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세금을 열심히 내면 된다”며 “자본주의사회에서 막을 수 없고 대신 세율은 조금 비싸게 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보유세나 취득세 강화는 여전히 추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 현상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로는 2주택자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이 꼽힌다. 이렇게 규제가 추진되면 다주택자들은 가장 가치가 높은 한 채를 남겨놓고 매각이나 증여를 통해 나머지 주택들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일어났던 일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가 무산되면서 재건축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서울 신축 아파트 가격이 더욱 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