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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르며 바라본다, 김지호

배우 김지호는 마음이 요동칠 때, 자신을 기꺼이 요가 매트 위에 둔다. 산란한 세상을 미뤄두고 매트 위 자신만의 고요한 세계에서 시선을 오롯이 자신에게 돌린다.

On May 01, 2025

책의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부분이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이 요동칠 때, 기꺼이 나는 혼자가 된다>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요가를 할 때면 매트 위에서 내 안에 머무르며 수행해요. 매트 위에서도 수없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고요. 마음이 요동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죠. 너무 기쁜 마음에 흥분해서일 수도 있고, 때론 슬프거나 화날 때도 마음이 요동쳐요. 그럴 때면 매트 위에서 자신을 고요히 바라보는 것이 나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어요. 매트 위에서 홀로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죠. 그래서 제목도 그렇게 지었어요.

요가는 ‘운동’이라는 표현 대신 ‘수련’이라는 표현을 쓰곤 해요. 그 표현에는 몸을 위한 수련뿐만 아니라 마음 수련도 포함되겠죠.
물론 신체적인 훈련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다스리는 것도 함께해요. 처음엔 호기심과 운동으로 접근했지만 자연스레 마음을 돌볼 수 있게 되면서 요가에 더 빠진 게 아닌가 싶어요. 요가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요가를 하고 나면 마음이 좋다.” 내 마음이 품은 기운이랄지 에너지가 달라져요.

몸을 수련하며 더불어 마음도 수련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요가의 아사나를 수행하다 보면 굉장히 어렵고 불편하고, 때론 좀 고통스럽거나 힘든 상황들 안에 놓일 때가 있어요. 그때 동작들을 해내며 그 한계를 극복해나가죠. 그 과정에서 헐떡이는 내 숨이나 감정들을 바라보고, 그런 것들을 흘려보내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과 마음을 마주보게 돼요. 그렇게 내 안에 힘과 여유가 생기죠. 우리는 살면서 스스로를 대견하고 뿌듯하다고 생각할 일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어려운 요가 동작을 해내고 나면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져요.

매트 위에서 깨달은 진리가 실제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저는 원래 뭔가를 시작해야 할 때 걱정이 산더미처럼 많고 주저하는 사람이었어요. 모든 시선이 밖에 나가 있어서 그랬던 거죠. 하지만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면 결과는 상관없고 그 과정을 즐기게 돼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요. 이제는 어려운 동작을 해야 할 때면 설레면서, 두려움을 접고 이걸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먼저 생각해요. 물론 일상의 모든 순간을 그렇게 살아갈 순 없겠죠. 이미 50년 동안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에 익숙했으니까요. 대신 그런 마음이 올라올 때면 스스로 알아차려요.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너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화가 날 때면 ‘너 왜 화났어?’, 스트레스받을 때는 ‘왜 스트레스받는 거야?’라며 내 감정을 알기 위해 질문하죠. 두렵고, 화나고, 스트레스받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거예요. 내 감정이 그렇게 된 데는 내게도 이유가 있으니 ‘그럼 너도 50은 잘못했네. 반반씩으로 하자’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죠. 그러고 나면 기분이 훨씬 나아져요.

책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 ‘내려놓다’예요. 무엇을 내려놓는 건가요?
욕심, 잘하려고 하는 욕심. 그걸 내려놓기가 가장 힘들어요.

내려놓은 것이 있다면 반면에 채운 것이 있을 거예요. 그건 뭔가요?
스스로에 대해 ‘너도 잘하는 게 있구나’라는 마음. 저는 원래 지구력이 부족했어요. 집요함도 없었고요. 이렇게 오랫동안 요가를 수련하게 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저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거예요. 나에게 없는 건 줄 알았던 면면을 알게 되면서 나라는 사람이 더 좋아졌어요. 요가가 좋아서 꾸준히 한 건지, 꾸준히 해서 좋아하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꾸준히 해서 잘하게 된 건 요가가 처음이라는 거예요. 저는 원래 뭔가를 배울 때 습득이 빠른 사람이에요. 대신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전체를 안 적이 없어요. 설명서도 자세히 안 읽는 편이니까요. 쉽게 질리다 보니 세세하게 알게 됐을 때의 재미를 몰랐죠. 제가 지금 너무 좋은 것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는 걸까요?

다 좋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좋았어요. 그런데 어떤 이들은 원래 유연성이 좋고, 꾸준히 하는 사람들만 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한두 번 해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죠. 꾸준히 하면 체력과 유연성이 자신에게 다가올 거예요. 그때 얻는 만족감과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인생에 큰 힘이 되고요.

요가로부터 얻은 깨달음은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아이나 남편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도요.
스스로가 만족스럽게 느껴지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돼요. 그러다 내가 가졌던 나쁜 습관에 대해서도 알아채고요.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 깨닫게 되죠. 그리고 훨씬 덜 감정적인 사람이 돼가요. 예전에는 남편과 서로 다른 점 때문에 부딪치면 제가 굉장히 냉랭해졌어요. 그 감정을 풀어낼 에너지가 없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런 감정이 들 수 있었던 건 스스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에요. 예전 같으면 “도대체 왜 화가 나는 거야?”라며 저 역시 똑같이 화낼 상황에서 이제는 ‘그렇지, 충분히 화날 상황이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편의 말에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지고요. 남편이 화나는 상황을 얘기하면 “오빠 성격에 화날 만하지. 화가 나야지. 그래서 힘들겠네”라고 말하니까 싸움이 될 수 없어요. 남편이 이렇게 말할 정도예요. “지호가 요가를 해서 나랑 살잖아. 명상 안 했으면 벌써 이혼했을 거야.”(웃음)

정말 지대한 영향을 미쳤네요.(웃음)
매일 몇 시간씩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스스로 행복하니까 나머지 시간에 남에게도 여유로울 수 있어요. 스스로 마음이 충만하니 많은 것이 만족스러운 거죠. 나를 배려하는 시간이 분명히 필요해요. 아이도 다 자라고 나니 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해졌어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하루가 그냥 흘러가버린 것 같고,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매일 하면 자신에게 칭찬해줄 일이 생기는 거죠. 물론 그 일이 꼭 요가일 필요는 없어요.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좀 더 꾸준히 해서 그 안에서 반복하다 보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삶의 질도 분명 달라질 거예요.

요가는 내 안으로 시선을 돌리게 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타인의 시선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게 되고요.
실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면 오히려 호흡이 가빠지면서 동작이 잘 안 돼요.
매트 위에서 삶의 진리를 배우죠.


마음이 요동칠 때 권하고 싶은 방법이 있나요?
스트레스받거나 화가 날 때 심장이 막 벌렁벌렁하잖아요. 그럴 때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보세요. 이렇게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빠르게 고요한 곳으로 데려다 놓을 거예요.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숨을 보낸다는 생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부정적인 생각과 에너지, 감정의 찌꺼기를 내보내다 보면 마음이 다스려져요. 그런 식으로 호흡을 열 번만 해도 몸이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그다음에는 그냥 조용히, 코로 들이마시고 코로 내쉬는 ‘머무는 호흡’을 해보는 거죠. 숨이 길지 않아도 괜찮아요. 길지 않으면 짧은 대로, 억지로 조절하려 하지 말고 그냥 지금의 호흡을 있는 그대로 따라가세요. 내 호흡의 리듬에 규칙적으로 머물다 보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생겨요. 눈이나 몸이 너무 피로할 때 혹은 자기 전에 해도 좋고요. 너무 화나는 일이 있을 때는 400~800Hz로 음악을 틀어놓고 이어폰을 낀 다음 그냥 편히 호흡해도 좋아요. 그러다 보면 제법 괜찮아져요.

책에 나온 문장 중 “젊음을 흉내 내지 않으며”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요즘처럼 젊음을 흉내 내기 쉬운 시대와 비교됐고요. 오히려 세월이 흐르며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나이 들수록 무뎌져요. 젊었을 때는 얼굴에 뭐 하나가 나더라도 너무 불편하고 거슬렸어요. 이제는 눈도 점점 잘 안 보이고 순발력도 많이 떨어졌어요. 하지만 그런 제 모습이 거슬리거나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아요. 과거의 예민함이 무뎌진 지금이 좋아요. 요가로 인한 변화이지만 나이가 들어 일어난 자연스러운 변화이기도 해요. 그리고 과거에는 뭔가 큰 것을 이룰 때 행복했다면 이제는 소소한 것으로부터 행복을 찾게 돼요. 맛있는 밥을 먹으면 좋고, 반찬이 맛있게 되면 좋고, 무탈해서 너무 좋고. 물론 어떤 날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겠죠. 인터뷰하며 계속 이렇게 말하는 거는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잊지 말고 계속 이렇게 살아가자고 다짐하는 거죠. 요가 할 때도 그렇거든요. 우리는 금방 과거로 돌아가버리잖아요. 호흡에 집중을 잃으면 무너지고요. 그때마다 매트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집중하는 거예요. 이건 몸을 움직여서 깨닫는 과정이에요.

생애 첫 책을 완성한 시간은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요?
고행의 시간이요.(웃음) 어려서부터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실행하지 못했어요. 초짜만의 ‘무식함’으로 해낸 것 같아요. 출판사 대표님도 계속 저에게 좋은 말을 쓰려고 하지 말고 솔직하게만 쓰라고 용기를 줬고요. 퇴고하기 전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데 정말 대견했어요. 책 한 권에 제가 성장해나간 이야기가 담겨 있더라고요. 새삼 과거의 내가 어땠는지 기억났고요. 요가를 시작한 이래 10년 동안 나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게 됐고, 그 기록을 책에 남길 수 있어 감사해요. 이걸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예전과 굉장히 다른 사람이 돼 있다고 생각하고요.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문장은 뭔가요?
제목이 가장 마음에 남아요. 누구나 매일 마음이 요동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면 명상으로 자신을 혼자 두고 편히 호흡만 하더라도 분명 마음의 상태가 달라질 거예요.

책이 일종의 고백서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고백이 있다면요?
전 늘 두려워 생각만 하고 시작을 못 하던 사람이었어요. 내가 내 안에 머물러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거였죠. 늘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남들에게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그랬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냥 해봐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조금만 꾸준히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아닌지는 좀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정하고, 조금만 더 꾸준히 해보라고요. 그렇게 해내는 과정에서 재미를 알고 뭔가를 깨닫게 될 거예요, 분명.

책에 대한 리뷰도 찾아봤나요?
독자가 남겨준 리뷰가 너무 좋아서 감동받았어요. 젊은 친구들이 제 책을 읽고 위로받고 힘을 얻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송구스럽고 부끄럽기도 해요. 제가 뭐라고 ‘이렇게 좋은 얘기를 많이 듣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요가 하는 친구들은 제 여정이 더 잘 보이니까 같이 웃고 울고 했대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영광의 시간을 보내는 기분이에요.

이 책을 쓰기 전에는 독자들에게 어떤 책이 되길 바랐어요?
출판사 대표님이 한 얘기가 있어요. “이 책을 읽고 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도 성공이다. 그러니 솔직하게만 쓰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썼어요.

나를 완전히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때론 자신에 대해 잘 모를 때도 많으니까요.
책에 담긴 제 모든 생각이 어쩌면 100% 솔직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꽤 솔직해지려고 했어요.

앞으로 독자와의 대화도 여러 번 있다고 들었어요.
큰일 났어요.(웃음)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에서 강연할 때도 너무 걱정한 나머지 잠도 잘 못 자고 피부염이 생길 정도였거든요. <세바시>를 무사히 마치고 나니 좋은 경험이 쌓이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지 않은 경험이 쌓이고 기억되면 다음에는 하고 싶지 않게 돼요. 하지만 결과를 떠나 그 과정을 열심히 즐기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 쌓여요. 앞으로 그 좋은 경험으로 독자와의 대화도 해나가야죠. 요가 덕분에 과정의 가치를 알게 됐어요. 저를 키운 건 8할이 요가예요.(웃음) 요가가 저를 성장시키고 변화시켰죠.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라고 한 것처럼 저 역시 요가를 통해 알을 깨고 나온 것 같아요.

동시대를 사는 또래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가 있을까요?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걸 하는 시간과 그 안에서 얻는 만족감과 성취감이 쌓이면 내 마음이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여유로워질 거예요.

올해 5월은 어떤 시간으로 기억될까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4월)은 잎들이 막 올라오고 있잖아요. 본격적으로 완전히 피어나면 정말 예쁘게 계절의 색이 가득 차올라 풍경이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한동안은 황량하고 쓸쓸했던 배경이었는데, 생명력 넘치는 계절로 바뀌는 거죠. 마침 저도 그 시기에 독자들을 많이 만나게 될 거예요. 그래서 제 마음속 풍경도 함께 달라질 것 같고요. 이전까지의 페이지가 조금 무채색에 가까웠다면, 아마 5월쯤에는 더 많은 색이 입혀진 예쁜 페이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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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기획
송정은 기자
인터뷰
박민(프리랜서)
사진
김지호 제공
2025년 05월호
2025년 05월호
기획
송정은 기자
인터뷰
박민(프리랜서)
사진
김지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