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프(연애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는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 SBS Plus 예능 <나는 SOLO(나는 솔로)>(이하 <나솔>)를 비롯해 <나솔>의 스핀오프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는 매회 화제를 모으며 일반인들이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지인이 부모에게 <나솔> 출연을 권유받았다거나 직접 출연 지원서를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솔로들이 <나솔>을 통해 인연을 찾고 싶은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신분과 직업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엔 아파트 내 컨벤션 센터에서 미혼 자녀 60명이 모여 단체 미팅을 가졌다.이들은 일대일 미팅, 그림으로 알아보는 이상형 찾기 등 간단한 게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갔고,저녁 시간에 뷔페와 와인 파티를 즐겼다.
강남 최고급 아파트 입주민끼리 맞선
<나솔>을 지향하는 현실판 연프가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끈 현실판 연프는 평당 매매가 1억원이 넘는 ‘반포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의 이야기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삼성물산이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통합 재건축한 단지로 지하 4층~지상 35층, 23개동 2,990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전용 84㎡ 기준으로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전용 84㎡는 지난해 8월 60억원에 거래됐는데 국내 최초로 3.3㎡(1평)당 1억 7,600만원을 넘긴 것.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는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미혼 자녀를 둔 부모와 만남의 기회에 어려움이 있는 결혼 적령기 선남선녀들 당사자 모임인 ‘원베일리결혼정보회를(이하 ‘원결회’)’ 만들었다. 초기에는 해당 아파트 입주민, 입주민 자녀 등 가족만 가입할 수 있게 했고 가입비는 10만원, 연회비는 30만원이다. 매칭 방법은 ▲회원 상호 간 모임 교제를 통해 정보 교환 후 매칭 ▲회원이 제출한 가입 신청서 프로필을 토대로 모임장이 상호 가능성 타진해 주선 ▲결혼 적령기 자녀, 신청 당사자 모임을 열어 당사자가 교제를 통해 매칭 등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가입자와 자녀가 인사를 나누는 첫 정기 모임을 가진 후, 미혼 자녀만 참석하는 모임을 열었다. 아파트 인근 세빛둥둥섬에서 코스 요리 만찬과 와인 파티를 하며 짝을 찾았다. 또 편안하면서도 격식을 갖춰 상대를 만날 수 있도록 명함을 챙겨 올 것을 권장한다고.
그 결과 첫 정기 모임 후 6개월여 만에 첫 커플이 탄생했다. 원결회 1호 커플은 양가 부모의 허락을 받은 뒤 결혼식 날짜를 정하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엔 아파트 내 컨벤션 센터에서 미혼 자녀 60명이 모여 단체 미팅을 가졌다. 이들은 일대일 미팅, 그림으로 알아보는 이상형 찾기 등 간단한 게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갔고, 저녁 시간에 뷔페와 와인 파티를 즐겼다. 이후 자체적으로 회장과 부회장을 선출하기도 했다고. 설 연휴를 일주일 남긴 지난 1월 18일엔 원결회의 세 번째 미혼 자녀 모임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코스 요리 만찬, 2차 와인 파티를 즐겼다. 자녀 미팅 주선 외에도 신혼집 마련 세미나, 투자 교육 세미나 등을 함께 들으며 고급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단지 내 소모임으로 시작한 원결회는 어느덧 회원만 350명(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모임이 됐다. 이들 회원은 모두 부모 세대로, 만남의 주체가 되는 자녀는 약 400명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자녀 세대의 연령대는 1977년생부터 2002년생까지 다양하다. 입소문을 타고 원결회 주변 아파트 주민들까지 동참하고 있어 회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혼정보회사보다 나아” VS “그들만의 리그”
원 이상 써야 하는 결정사(결혼정보회사)보다 효율적”이라는 반응과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 커플 탄생”이라는 반응으로 나뉜다. 전자는 입주민만을 대상으로 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결정사에서 조건을 따지는 것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평. 한 번 만남을 갖는 데 수백만원이 드는 결정사와 달리 원결회는 신뢰도가 높고 비용도 저렴해 주민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라는 후문이다.
후자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과거 배우자 만남에 학벌이나 연봉 등이 중요했다면 이제 아파트 입주민 카드 하나로 설명이 충분한 세상이 됐다는 것. 이 아파트의 전용 84㎡ 가구 분양가는 19억 5,639만원이다. 즉 입주민끼리 미팅을 하겠다는 것은 자산 수준이 비슷한 이들끼리 사돈을 맺자는 의미와 같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최근 원결회는 주변 아파트 주민도 회원으로 받으며 폐쇄성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금융권, 자산가 대상 커플 매칭 서비스
슈퍼리치를 위한 커플 매칭이 아파트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에서도 커플 매칭 서비스 등으로 고액 자산가를 유혹하고 있다. VIP 고객을 중심으로 조건에 맞는 결혼 상대를 찾거나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하나은행은 자녀 만남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액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복합 점포인 클럽원(Club1)에서 상품 가입 외 연금, 신탁, 비상장 주식 등 투자 상품을 제시하면서 맞선까지 주선해 VIP 고객을 밀착 관리하는 것. 연 1회 호텔이나 하나은행 클럽원 PB센터에서 10명씩 단체 맞선 행사를 진행한다. 누적 1,700명이 참여했으며 60커플이 성사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맞선 행사를 통해 연인이 되지 않더라도 비슷한 취미를 가진 자녀들끼리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커뮤니티가 되기도 한다고.
커플 매칭에 지자체·종교계도 동참
각종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중이다. 서울시에서는 ‘설렘 in 한강’ 행사를 개최해 100명의 미혼 남녀를 모았고 27커플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세빛섬에 모여 연애 코칭, 한강 요트 체험, 레크리에이션 게임, 일대일 대화, 칵테일 데이트를 즐겼다. 그 후 마음에 드는 이성을 1~3순위로 적었고, 서로의 마음이 통해 커플로 매칭된 당사자에게 서울시가 결과를 통지했다고. 해당 행사는 100명 모집에 3,286명의 지원자가 몰려 3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는 후문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솔로몬의 선택’이라는 커플 매칭 행사를 진행한다. 주민등록지가 성남시이거나 지역 기업에 근무하는 20~30대 미혼 직장인이 대상이다. 참가자들은 연애 코칭, 일대일 대화, 저녁 식사, 커플 게임, 와인 파티를 하고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3명까지 골라 쪽지로 제출한다. 성남시는 서로 호감을 가진 커플에게 상대방의 연락처를 알려줬고, 행사에 참여한 남녀 100명 중 21쌍의 커플이 나왔다.
종교계에서도 나섰다. CBS 기독교방송에서는 신앙을 가진 청년들의 커플 매칭 프로그램 <홀리한 내짝>을 선보였다. 기독교인 솔로 청춘 남녀 6명이 모여 하루 동안 미션과 일대일 데이트를 통해 동반자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첫 만남 미션으로 시작 기도가 주어지기도. 불교계에서는 ‘나는 절로’를 진행한다. 조계종이 2008년부터 진행한 만남 템플스테이가 이름을 바꿨다. 해당 행사에 참여한 미혼 남녀는 1박 2일간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인생의 짝 찾기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