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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해를 해주는 어른아이 주안이의 마음

잠자기 전 주안이와 스몰 토크를 자주 한다. 그런데 엄마에게 서운한 것이 생겼다고 넌지시 얘기하는 게 아닌가.

On February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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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아들과 침대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다 왔다. “오늘은 <우먼센스> 칼럼을 쓰고 잘 거야. 이번 달은 어떤 내용을 써볼까?” 물었더니 주안이는 “이번 방학에 아빠하고 스키장에 다녀왔다면 그 얘기를 적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했다. 주안이는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 잠들기 전 스몰 토크는 자연스럽게 여행 이야기로 이어졌다.

다가오는 5월에 긴 연휴가 주어지는데 만약 어디든 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최근에 가족 여행으로 다녀온 뉴욕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자유의 여신상’과 젠가 빌딩, 그리고 마지막 날 갔던 스테이크 가게에 다시 방문하고 싶고, 또 시간이 안 돼 가보지 못했던 곳들을 가고 싶어요.” 주안이는 조잘조잘 말하더니 눈이 감긴다며, 내게 어서 <우먼센스> 칼럼을 쓰러 나가보라고 했다.

요즘 주안이의 생활은 규칙적이고 크게 변화가 없다. 어찌 보면 우리 가족 중 가장 바쁘다. 주중에는 학교에 가고, 주말에는 미술도 배우고, 친구들을 만나 방 탈출 게임도 한다. 가끔 우리 집이나 친구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숙제도 하고 놀기도 하고 잠도 잔다. 짬짬이 할머니 댁에도 간다.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참 알차고 바쁘게 지내는 주안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간혹 짜증도 내지만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아들을 보면 대견스럽다. 그런데 학교나 학원에 안 가는 날이면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부모로서 그 모습이 간혹 근심스럽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 자식은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며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잘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가 자식을 믿어야 하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자식을 믿고 기다려줘야 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잔소리를 하게 된다. “왜 안 했어?”, “이걸 왜 몰라?” 하는 말은 단골 멘트가 돼가고 있다. 고치려 노력하고, 또 많이 고쳤다고 스스로 칭찬도 하지만 아내 말을 들어보면 주안이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아내가 주안이와 나눈 비밀 대화를 내게 살짝 오픈하기도 하는데, 그 정보(?)가 내겐 큰 길라잡이가 된다.

반대로 주안이는 엄마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최근 슬쩍 내게 고민을 토로하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교육과 관련된 스케줄을 엄마가 챙기다 보니 주안이와 부딪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안이는 엄마가 자신의 노력을 잘 몰라줘 힘들다고 토로했다. 순간 “그런 거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냉큼 정신을 차리고 주안이의 서운한 마음을 다독여줬다. 그랬더니 주안이는 잠이 온다며 눈을 감았다. 엄마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듯 보였다. 잠든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과의 일상이 뭔가 ‘안정적인 외줄’을 타는 느낌이랄까.(웃음)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2025년 02월호
2025년 02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