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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서 감독으로, <조명가게> 김희원의 연출

지금 가장 뜨거운 계절을 보내고 있는 감독 3인을 만났다.

On February 09, 2025

생각한 것을 찍었고, 그걸 화면으로 봤을 때 짜릿했다.
배우든 연출이든 많은 분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연출로 전 세계에 눈도장을 단단히 찍은 배우 겸 연출가 김희원 감독을 만났다. <조명가게>는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서 연출을 전공한 김희원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으로, 지난해 12월 4일 공개 후 12일간 전 세계 시청 기준 2024년 공개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다 시청 기록을 세웠다. 김희원 감독은 “모든 걸 쏟아부었다”며 녹록지 않았던 첫 연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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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했다.
배우로 한 작품을 끝내면 시원한 마음이 큰데, 지금은 두근두근하고 감정 기복이 많아진다. 이렇게 인터뷰할 때도 말조심을 해야 할 것 같고 많이 떨린다.

엄청난 자본이 들어간 디즈니플러스 시리즈물이다. 어떤 경로로 감독 제안을 받았나?
강풀 작가님이 제안했다. 내 추측인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작가님과 호흡을 맞출 때 내가 어떠한 것을 제안해 대본이 바뀐 부분이 있다. 당시 작가님이 내 말에 설득당했다고 하더라. 그런 대화들이 나를 연출로 생각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작품을 볼 때 내 캐릭터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분석하는 모습이 작용한 것 같다.

분석만이 감독의 자질은 아니다. 촬영이나 비주얼까지 다 섭렵해야 한다. 해보니 어땠나?
사실은 평상시에 준비하고 있었고,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막상 하면서 ‘이런 아이디어가 있다니’ 하고 나한테 놀랐다.(웃음) 혼자 구상했던 것들이 화면으로 옮겨지니 신기하더라. 신이 도와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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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에 대한 반응도 좋다.
‘오픈톡’이라는 것을 처음 봤다. 뿌듯하더라. 부정적인 내용이 많으면 한 번 보고 안 봤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매일 보고 있다. 특히 “연출 지렸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웃음)

기술적인 부분을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궁금하다.
학교 다닐 때 연출을 전공했다. 그런데 누가 연출을 시켜주지 않아 배우를 먼저 시작했다. 그래도 전공이니만큼 틈틈이 공부를 했다. 그럼에도 디테일한 부분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2년여의 준비 기간에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공부를 했다. 촬영감독님에게 많이 배웠다.

<조명가게>는 극의 배경이 2011년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후 세계 느낌이 나는 골목길이어야만 했다. 판타지이지만 판타지 같지 않은 지점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현실인 듯 현실이 아닌 지점인 2011년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웹툰이 원작이다. 전체적인 톤 앤 매너는 어떻게 잡았나?
만화를 보면 네모 칸에 그려진 컷 하나하나의 표정이 가장 스페셜한 표정이다. 컷과 컷이 이어지는 정서가 뭘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사이의 변화를 잘 해석하고 촬영해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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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까지는 스릴러이고 이후 톤이 계속 바뀐다.
너무 무서우면 안 될 것 같아 ‘무서움’이라는 단어의 뉘앙스만 생각했다. 그 선을 지키는 정도로만 연출했다. 톤이 계속 바뀌는 건, 내가 연출을 공부하면서 배웠던 이론을 적용해봤다. 1부를 재미있게 봐야 2부를 본다. 1부를 본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2부로 넘어가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한 끝에 각 부의 장르를 다르게 설정했다. 1부 서스펜스, 2부 호러, 3부 활극, 4부에는 반전을 주고자 했다. 부마다 카메라 기법도 다르게 해서 보는 재미를 줬다.

음주 운전으로 논란이 된 배성우 배우가 캐스팅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캐스팅 회의 과정에서 배성우 배우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결론은 ‘객관적으로 다가가자. 작품만 생각하자’였다. 최종적으로 보시는 것과 같이 배성우 배우가 캐스팅됐다. 아시다시피 내가 배성우 배우와 친하다 보니 우려의 시선도 느껴졌지만 방금 언급했듯이 객관적으로 작품만 생각한 결과다.

극 중 어두운 골목에 있는 조명가게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빛과 어둠을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빛이 부각되려면 어두워야 한다. 이 작품에 나오는 조명은 하나하나 개개인을 말한다. 그래서 조명가게 안에 천만 가지 색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전구를 엄청 많이 달았는데, 화재 위험성이 있더라. 천장에 빼곡하게 전구가 달려 있으니 땀이 엄청 흘러 촬영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결국 여러 이유로 최대한 조명을 뺀 거다. 그랬는데도 화재 위험이 있다 해서 밝기 강도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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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작가와 배우 대 작가가 아닌 감독 대 작가로 일할 때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배우로 일할 때 의견을 내면 ‘자기 역할 좋게 하려고 그러나 보다’ 생각하지 않겠나.(웃음) 어쨌든 그런 오해를 살 수 있어 강력하게 의견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감독으로 말할 때는 그야말로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양보할 건 하고 조율한다.

아무래도 배우 출신 감독이라 배우들과 소통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배우를 30여 년 했지만 지금도 내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촬영이 끝나면 뭔가 늘 아쉽다. 주변에서는 잘했다고 하는데 그냥 하는 말 같아서 그 말에 믿음이 안 간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늘 공허하다. <조명가게>에 출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전화를 걸어 “네가 제일 잘했어”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 배우들이 그 말에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의도적으로 작품에 대한 얘기도 많이 주고받았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대화를 통해 안정적인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작품을 하는 내내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했다.

처음 연출을 했다. 해보니 연출의 매력이 뭐였다고 생각하나?
생각한 것을 찍었고, 그걸 화면으로 봤을 때 짜릿했다. 희열이 느껴지더라. 이 작품이 잘돼서 연출 제안이 온다면 또 도전하고 싶다. 배우든 연출이든 둘 다 좋다.

<조명가게> 시즌 2에 대한 논의는 있나?
잘돼야 하지 않겠나. 잘 써달라.(웃음) 배우들과 친한데 ‘이 작품이 잘 안되면 쟤들 얼굴을 어떻게 보지’ 하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배우 하다가 감독을 하는 게 어찌 보면 영역 침범일 수도 있다. 주변에서 ‘그러니까 배우나 하지’ 하는 시선이 있을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욕 안 먹을 정도는 됐다고 하니 그 정도로도 만족한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넷플릭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5년 02월호
2025년 02월호
취재
하은정 기자
사진
넷플릭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