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뉴스 특보… 불똥 튄 트로트 프로그램
MBN <현역가왕2>는 첫 회에서 전국 시청률 8.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현역가왕1> 첫 회(6.8%)보다 스타트가 좋았다. 아무래도 여성 오디션보다 남성 오디션의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편이라 <현역가왕2>와 TV조선 <미스터트롯3>의 격돌을 통해 다시 한번 트로트 열풍이 가요계에 몰아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렇지만 <현역가왕2>와 <미스터트롯3>는 예상외로 더딘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트로트 열풍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번엔 유독 외풍이 거셌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대형 이슈가 연이어 불거졌는데 그때마다 방송 중단과 결방 등의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준비가 철저했던 <현역가왕2>
<현역가왕2>는 한 달 늦게 시작하는 <미스터트롯3>와의 경쟁을 감안하면 초반부에서의 빠른 시청률 상승이 중요했다. <미스터트롯2>가 첫 회부터 20.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미스터트롯3> 역시 최소한 10%대 중반으로 첫 방송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 따라서 <현역가왕2>가 4회까지 시청률을 10%대 중반으로 끌어올려야 제대로 된 정면 승부가 가능했다. 그만큼 TV조선은 트로트 예능 고정 시청자층이 탄탄하다.
이를 위한 <현역가왕2>의 준비는 철저했다. TV조선에서 트로트 오디션 열풍을 만들어낸 주역인 ‘서혜진 군단’은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해 독립한 뒤 MBN과 손을 잡았다. MBN <불타는 트롯맨>으로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격돌했으나 TV조선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불타는 트롯맨>은 자체 최고 시청률 16.6%를 기록했지만, <미스터트롯2>(24.0%)가 7.4%포인트의 큰 차이로 앞선 것.
<현역가왕>과 <한일가왕전>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들고 나온크레아스튜디오는 지난해 새로운 돌풍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이를 통해 MBN은 주간 시청률 순위에서 최초로 골든 크로스까지 경험했다.
<현역가왕2>가 숨기려 한 비장의 카드는 ‘미스터리 현역’이었다. 제작진은 예선전인 자체 평가전에 참가하지 않은 2명의 미스터리 현역이 본선 1차전인 3회부터 출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런 사실을 2회 방송이 끝난 직후 3회 예고편에서 최초로 공개해 화제성을 극대화한 뒤 3회에 1명, 4회에 1명을 공개하는 것이 애초의 의도였다. 과연 미스터리 현역이 누군지에 대한 관심이 화제성을 유발하고 1명씩 공개될 때마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면 이는 시청률 상승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1회 방송을 앞두고 박서진과 신유가 미스터리 현역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이 공개돼버렸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서 박서진과 신유가 예선전을 치르지 않고 본선에 합류했다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장의 카드는 스포일러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미스터리 현역의 등장으로 화제성을 높이려던 2회 방송 막판 3회 예고편은 방송조차 타지 못했다.
2회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9시 50분부터 방송됐는데,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발동하면서 급히 뉴스 특보가 대체 편성돼 방송이 중단됐다. 그렇게 <현역가왕2> 2회 시청률은 4.4%로 급락했다. 박서진이 첫 출연한 3회에서 원점인 8.1%로 시청률을 회복한 뒤 신유가 첫 출연한 4회에서 9.4%를 기록하고, 5회 11.1%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12월 31일 다시 결방됐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해 국가 애도 기간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결방된 것이었다.
사실 6회 방송에도 제작진의 노림수가 숨겨져 있었다. 예선전을 치르지 않은 박서진과 신유에게는 2가지 페널티가 주어졌다. 공정성 시비, 특혜 논란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첫째는 본선 1차전 ‘1:1 현장 지목전’에서 본인 점수를 50점 차감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국민 응원 투표를 받는 기간이 2주 축소되는 것이다. 박서진과 신유는 500점을 양측이 나눠 갖는 1:1 현장 지목전에서 50점이 차감됐지만 가볍게 승리를 거뒀다.
문제는 대국민 응원 투표 기간 2주 축소다. 박서진과 신유는 1·2주 차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 배제되고, 3주 차부터 집계에 포함됐다. <현역가왕2>는 대략 8~9주 동안 이어지는 대국민 응원 투표 점수를 누적해 준결승전 최종 점수와 결승전 점수에 반영한다. <현역가왕1>에선 준결승전 1차전까지 중위권이던 전유진이 준결승전 최종 점수에서 1위에 등극하더니 결국 결승전에서 우승했다. 그 원동력은 전유진이 9주 내내 대국민 응원 투표 1위 자리를 지켜낸 것이었다.
그런데 박서진과 신유는 여기서 2주 치 점수가 빠진다. 시즌 1처럼 9주 동안 대국민 응원 투표가 이어진다면 7주 차 누적 점수만으로 9주 치 누적 점수를 가진 다른 참가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박서진과 신유의 팬덤이 더욱 열성적으로 7주 동안 대국민 응원 투표에 응해야 한다.
6회 방송은 드디어 박서진과 신유가 포함된 대국민 응원 투표 결과가 처음으로 발표되는 날이었다. 그만큼 관심이 집중된 방송이 결방되고 말았다. 한 주 뒤 방송된 6회에서 3~4주 차 대국민 응원 투표 결과가 발표됐는데 박서진이 당당히 1위에 오르는 저력을 선보였다. 가장 막강한 팬덤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박서진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임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방으로 인해 제작진의 의도만큼 화제성이 집중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시청률도 10.5%로 하락했다.
6회 방송에서 공개된 3~4주 차 대국민 응원 투표 결과는 이 밖에도 화제성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박서진의 정상 등극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지만, 또 다른 미스터리 현역 신유는 TOP 10에 들지 못했다. 또한 1주 차와 2주 차에 연이어 1·2위를 기록한 김수찬, 에녹과 또 다른 우승 후보 진해성이 동시에 TOP 10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1·2주 차에서 TOP 10에 들지 못했던 김중연과 박구윤은 진입과 동시에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현역가왕2>는 6회까지 방송됐음에도 아직 누가 우승 후보라고 선뜻 얘기하기 힘들 만큼 안개 속 구도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