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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임영웅을 만든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이야기

On December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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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이마에 흉터가 있는 최고의 마법사 해리포터가 있다면, 대한민국 가요계에는 왼쪽 뺨에 흉터가 있는 최고의 가수 임영웅이 있다. 이 흉터는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그에게 남긴 가난의 흔적이지만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아낌없는 사랑은 이를 극복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고마움을 잊지 않고 효도하겠다는 마음을 간직해온 임영웅의 진심은 이제 팬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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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뽕숭아학당> 화면 캡처

사진=TV조선 <뽕숭아학당> 화면 캡처

<영웅본색>과 <해리 포터>

‘임영웅’은 그의 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홍콩 영화 <영웅본색>을 좋아했던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자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라는 의미로 ‘영웅’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렇게 1991년 6월 경기도 포천의 한 단란한 가정에서 임영웅이 태어났다.

문제는 5살 때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것이었다. 생계를 위해 미용사인 임영웅의 어머니는 포천에서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며 외아들을 키웠다. 경제적 기반을 잡을 때까지 2~3년 동안 임영웅은 외삼촌 집에서 외사촌들과 함께 지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어머니와 함께 지내게 된 임영웅은 4학년 때 얼굴을 크게 다쳤다. 주차장에서 외사촌들과 함께 놀다가 넘어졌는데 담벼락에 꽂아놓은 유리 파편에 얼굴 왼쪽 광대뼈 부위가 찢어지고 말았다. 무려 30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의사는 “얼굴 신경이 죽어 제자리를 못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임영웅의 얼굴 왼쪽 뺨에는 지금까지 흉터가 남았다. 어찌 보면 가난한 시절이 남긴 흔적이다.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재건 수술을 해 흉터를 줄여주지 못한 것을 무척이나 속상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임영웅은 어린 나이임에도 “엄마, 내 얼굴에 나이키가 있어요. 보조개 같지 않아요?”라며 어머니를 위로했다.

물론 임영웅이라고 얼굴에 있는 큰 흉터가 신경 쓰이지 않았을 리 없다.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우승한 뒤 임영웅은 “흉터가 진짜 콤플렉스였는데 <미스터트롯>을 통해 극복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 부모님을 향한 진심이 함께했다.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예선전 첫 무대에선 ‘바램’을 불렀고, 결승전 2라운드 인생곡 미션에선 ‘배신자’를 불렀다. ‘바램’으로 시작해 ‘배신자’로 끝난 <미스터트롯>의 여정은 그에게 진의 자리를 선사했다.

‘바램’은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를 생각하며 부른 곡이고, ‘배신자’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불러주던 노래다. 그렇게 우연히 아버지의 기일에 열린 결승전에서 임영웅은 ‘배신자’를 불러 진의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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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 화면 캡처

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 화면 캡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떼창으로 부른 팬들

2022년 5월에 열린 <2022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창원 콘서트에서 임영웅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불렀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져 노래를 잇지 못했다. 이에 팬들이 떼창으로 노래를 대신 불렀다. 임영웅은 울음이 터진 이유를 “외할머니가 떠올라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밝혔는데, 이미 팬들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떼창으로 화답했던 것이었다.

어린 시절 임영웅을 아낌없이 챙겨준 이가 바로 외할머니다.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미용실 일로 바쁠 때 외할머니가 그 빈틈을 채워줬다. 지금도 임영웅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오징어찌개다. 임영웅은 “할머니가 맛있게 잘하시는데 그걸 어머니가 배워서 해주세요. 되게 맛있어요”라며 오징어찌개를 자랑하곤 한다. 홀로 살림을 꾸려가는 딸을 위해, 애지중지하는 손자 임영웅을 위해 외할머니는 그렇게 인생을 바쳤고, 이런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란 임영웅에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바로 외할머니를 위한 노래였다.

임영웅은 어머니와 외할머니에 대한 진심을 자주 얘기했다. <미스터트롯>으로 뜨기 전 임영웅은 KBS1 시사·교양 <아침마당>을 통해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 무명 생활을 이어가던 임영웅은 2017년 12월 <아침마당>의 인기 코너 ‘도전 꿈의 무대’에 출연해 순조롭게 1승을 거두며 ‘5연승 졸업’을 향해 출발했지만 두 번째 출연에서 2승 도전에 실패한다. 첫 승을 거뒀을 당시 임영웅은 무대 위로 달려 나온 할머니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성공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효도”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임영웅은 2018년 1월 <아침마당> 패자부활전에 다시 출연해 5연승을 거두며 2019년 3월 21일 명예롭게 이 프로그램에서 ‘졸업’했다. 그리고 2020년 1월 비로소 <미스터트롯> 신화가 시작된다.

임영웅은 데뷔할 때 달력에 “2020년 엄마 생일 때 현금 1억원을 드리겠다”는 문구를 적어놓았다고 한다. 오랜 무명 생활을 2020년까지는 끝내겠다는 목표였고, 결국 그는 2020년 <미스터트롯> 진에 올랐다. <미스터트롯> 우승 상금이 1억원이었지만 실제로 받을 때는 세금이 빠진다. 그렇지만 임영웅은 빠진 세금을 직접 채워 2020년 어머니에게 1억원을 드리는 목표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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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외할머니를 향한 임영웅의 효심은 이제 팬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임영웅은 공연장에 오는 중장년층 팬들을 위해 객석마다 푹신한 방석을 준비해놓는다. 그러곤 선물이니 꼭 챙겨가라고 얘기한다. 팬들이 다음 공연을 볼 팬들을 배려해 두고 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건강검진 꼭 받으시라”고 권하는데 실제로 임영웅의 공연이 있으면 건강검진 예약률이 상승할 정도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신민섭(일요신문 기자)
사진
고기뮤직, CJ ENM, TV조선 <뽕숭아학당>·<미스터트롯> 화면 캡처
2024년 12월호
2024년 12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신민섭(일요신문 기자)
사진
고기뮤직, CJ ENM, TV조선 <뽕숭아학당>·<미스터트롯>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