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할부지’ 푸바오와의 이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20년,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나날이 증폭되던 때 대중에게 웃음을 안겨줬던 ‘국민 아기 판다’ 푸바오가 올해 4월 중국으로 귀환했다. 예정된 이별이었으나 많은 이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귀환을 앞두고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찾는 관람객이 급증하는가 하면, 푸바오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대한민국에 불었던 ‘푸바오 열풍’을 실감케 했다.
2020년 7월 20일 태어난 푸바오는 세계적인 멸종 취약종으로 탄생 자체로 큰 축하를 받았다. 푸바오의 이름은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의미. 이름처럼 많은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며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중국으로 돌아간 푸바오는 적응기를 거쳐 현지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판생을 이어가고 있다.
‘미식의 재정의’ 흑백요리사 신드롬
미슐랭의 시대가 열렸다. 미슐랭이 선정한 파인 다이닝과 숨은 ‘찐 맛집’을 찾는 행렬이 늘어나게 된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열풍이 불러온 변화다. <흑백요리사>는 내로라하는 한국의 유명 셰프들과 동네 숨은 맛집의 셰프들이 백팀과 흑팀으로 나뉘어 요리 대결을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선보인 예능 최초로 3주 연속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흑백요리사>는 마지막 에피소드 공개 이후 더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 셰프들의 음식점은 예약 서버가 마비될 정도의 화력을 나타냈고, “향후 3개월간 예약이 마감됐다”, “현장 웨이팅으론 먹을 수 없을 정도”라는 방문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하이엔드 오마카세로 집중됐던 미식의 경험이 미슐랭 가이드 파인 다이닝으로 확장됐다는 것. 여기에 동네 숨은 찐 맛집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며 요식업계에 호황을 불러오고 있다.
‘올 타임 레전드’ 가수 지드래곤 컴백
7년의 공백기가 무색한 파워다. 지난 10월 31일 발표된 지드래곤의 신곡 ‘POWER’는 발매와 동시에 멜론, 지니 등 국내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안착했고, 글로벌 화제성을 파악할 수 있는 아이튠즈에서 대만, 홍콩, 베트남 등 15개국 1위를 차지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지드래곤은 컴백을 앞두고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며 그동안 못다 한 진솔한 이야기를 쏟아내 중장년층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지드래곤은 신곡에 대해 “제게 힘은 음악이다. (그런) 힘에 대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지드래곤이 공식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드래곤이 해외 출국차 공항에 등장할 때 탑승했던 차량인 테슬라 사이버트럭, 신곡 ‘POWER’의 이니셜이 박힌 모자, 명품 브랜드 샤넬의 화려한 아이템을 매칭한 패션은 연예면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를 장식했다. 심지어 지드래곤의 SNS에 노출된 1만원대 지압 슬리퍼는 품절템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빅뱅의 대성, 태양과 함께 완전체 활동을 암시해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세기의 이혼 결말은?
재산 분할로 언급된 금액 1조 3,808억원. ‘세기의 이혼’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의 결말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2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현금 1조 3,80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선고 이후 판결문 일부를 수정해 대법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은 불륜 및 혼외자 등 혼인 파탄 사유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재산 분할은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2심의 판결에 불복한 상태다.
최 회장 측이 제출한 상고 이유서 분량은 약 500쪽. 그만큼 2심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 측은 재산 분할의 핵심으로 꼽힌 SK 주식 분할 여부에 대해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이라고 주장,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상황이다. 이에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의 SK 주식은 혼인 기간에 취득, 노 관장의 기여도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에 유입됐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판단할 전망이다.
‘민희진 vs 하이브’ 경영권 분쟁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민 전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여론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수많은 직장인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기자회견의 격식을 격파한 볼캡과 스트라이프 패션은 밈으로 확산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어도어는 이사회를 통해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민희진 전 대표와 이전의 어도어를 복귀시켜달라고 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신랄하게 평가한 내부 문건이 유출되면서 하이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등 악재가 이어져 2024년은 하이브에 씁쓸한 한 해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가해자 80%가 10대’ 딥페이크 범죄
SNS에 업로드한 일상 사진, 사원증 사진, 카카오톡 프로필, 졸업 사진까지. 무심코 올려둔 얼굴 사진이 불법 촬영물에 합성돼 떠돌아다니는 무시무시한 딥페이크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인 딥페이크가 실존하는 인물의 사진을 음란물 동영상에 합성하는 범죄로 악용되고 있는 것. 범죄 양상이 예측되지 않아 피해 예방이 어렵고, 인터넷에서 범죄가 이뤄져 영상물의 완전한 제거 등에 한계가 있다.
충격적인 건 딥페이크 범죄자의 연령대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관련 범죄로 검거된 가해자 중 10대가 80.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국회는 범죄 근절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마련했다.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소지, 구입, 저장,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법’이 그것이다.
소설가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
“스포트라이트를 원하지 않는다.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 시대와 아픔을 작품으로 녹여내는 소설가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 직후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빅뉴스였다. 대한민국 작가 중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최초의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앞서 한강 작가는 부커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작가를 통틀어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꼽혀왔으나 전례가 없어 쉽사리 그의 수상을 점치기 어려웠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침체된 도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40% 이상 급증했다고. 특히 1년 평균 독서량이 1권에 달하는 젊은 세대에서 ‘텍스트힙’ 열풍이 불고 있어 독서량이 증가할 거란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
MZ들의 2024 파리 올림픽
엄중하고 근엄하고 진지했던 ‘엄근진’ 올림픽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MZ 선수들의 무대로 탈바꿈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무대에 선 선수들은 메달 색깔에 연연해하지도, 패배 앞에서 고개를 떨구지도 않았다. 자신이 노력해온 시간을 돌아보며 그 자체로 만족했고, 올림픽 출전을 성장의 계기로 삼아 더 나아가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결과에 승복했다. 그래서인지 ‘역대급 성적’으로 불릴 만큼 많은 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올림픽 출전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은 메달을 쓸어 담은 양궁. 임시현은 2003년생으로 양궁 여자 단체전과 개인전, 혼성 단체전에서 총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2005년생 남수현은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 종목에서도 2000년대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00년생 박하준과 금지현, 2003년생 양지인이 그 주인공이다.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꼽히는 유도에서도 젊은 피의 뉴페이스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의미 있는 성적을 냈다. 빈손으로 물러난 수영 선수 황선우는 좌절 대신 성장할 내일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당차고 똑 부러지는 MZ세대 선수들의 활약에 침체돼 있던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미래가 다시금 밝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