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교과서를 만들던 사람이니까 교육과정의 긴 로드맵을 보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학교 교육과정을 잘 살펴보면 현재 내 아이가 어떤 학습을 하고 있는지 이해될 겁니다”
정임 아무래도 교육 이야기를 하니까 내 아이의 공부에도 부담이 될 듯해요.
미진 당연히 부담되죠. 아이들이 공부보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걸 인정하기까지가 고통이었어요. 교육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니까 교육법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애들도 그걸 강조하면서 키웠는데 결론이 안 나오면 부담스러우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무엇보다 제 사고를 유연하게 해서 아이들의 선택지를 넓혀주려고 노력해요.
지은 공부하는 과정은 중요한 가치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보죠. 저는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학교생활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해요.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공교육을 잘 따라가야만 사교육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저 역시 내 일과 아이 교육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래서 아이 얘기를 채널에서는 잘 안 해요.
정임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 이야기를 담으려면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주변 엄마들의 관심사도 늘 체크해야 하니까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겠어요.
미진 최근 교육 채널이 부쩍 늘어 비슷한 콘텐츠가 너무 많아지니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드는 게 스트레스예요. 거기다가 광고가 많아질수록 광고를 위해 콘텐츠를 만드나 싶은 ‘현타’가 오기도 하죠.
지은 회사를 다닐 때는 집에 오면 일에 대한 스위치를 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유튜버 활동은 스위치를 마음대로 아무 때나 끌 수가 없어요. 남편이 사업할 때 주말에 일을 잡고 있으면 뭐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 채널에서 교육 이야기를 하면서 제 아이들의 교육에 신경을 못 쓰는 거예요. 어느 순간 과부하가 오니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죠. 아이들 교육과 내 일의 밸런스, 최근에 제일 큰 고민이었어요.
정임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는 과정에서 생활 속의 엄마인 나와 채널 속의 교육 인플루언서인 나는 어떻게 다를까요?
미진 간혹 우아하게 진행한다는 칭찬을 듣는데요, 현실의 저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애들한테 소리도 지르고 아들한테는 욕도 한 적이 있어요. 이론을 많이 안다고 실전을 잘하는 건 아니니까요. 바닥까지도 가보고 기어다녀도 보면서 조금씩 발전한다고 봐요. 속이려 들면 끝까지 속여야 하는데 그러면 제 삶이 너무 고달프겠죠. 무엇이든 정직함이 최선인 듯합니다.
지은 저희 아이가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엄마 자꾸 그러면 유튜브에 공개할 거다. 유튜브에서는 아이들 힘들게 밀어붙이지 말라면서 나한테 단어를 이만큼 외우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제 삶이 다르면 정말 진정성이 없고 누구도 설득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내 아이의 공부 영역에서는 이걸 구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대치동 키즈로 자랐는데 공부를 못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밤늦게까지 노력하는데도 최상위권이 안 되는 거예요. 나중에 알았죠. 뒤에서 어마어마한 사교육과 정보로 아이들을 움직이고 있다는 걸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대치동 아이가 입시에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요. 치열함을 잘 알다 보니까 저는 솔직히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안 하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정미진 / 유튜브 채널 <흔한엄마> 운영
<흔한엄마>는 구독자 7만 3,000명, 누적 조회 수 1,100만 뷰의 교육 채널이다. 일본 기업의 기획자를 거쳐 국내 기업의 브랜드 홍보, 기획 전략, 검색 마케터 등으로 일해온 정미진 씨는 교육 정보를 찾는 엄마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교육 채널 유튜브를 시작했다. 바른 교육에 대해 매일 고민하며 1남 1녀의 엄마로 5년째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이지은 / 유튜브 채널 <즐거운 초등영어> 운영
<즐거운 초등영어>는 구독자 2만 명의 영어 교육 채널. 공교육에 기반한 영어 콘텐츠로 구독자 수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다. 출판사에서 14년간 영어 교과서를 만들다가 코로나19 시기에 퇴사를 전격 결심한 이지은 씨는 <바빠 초등 파닉스 리딩> <바빠 초등 영어 교과서 필수 표현> 등 시리즈 영어책을 발간했으며, 두 딸의 엄마이자 3년째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유정임 / 유튜브 채널 <유정임 채널> 운영
<유정임 채널>은 이제 구독자 1,000명을 넘은 신생 채널. 언론사의 PD로 20년 넘게 콘텐츠를 제작했지만, 유튜브 세상은 기존 방송사의 공식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체험 중이다. 교육 다큐 등을 제작하며 전 세계 수많은 교육 전문가와 부모를 만난 경험으로 다양한 부모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