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나만의 집
배우 박은혜는 마냥 앳된 얼굴이라 그런지, 살림에 서툴러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이혼 후 두 아이를 혼자 키우며 방송 활동까지 하는 억척 엄마로 한참을 살았다. 얼마 전 아이들을 유학 보내고 휑한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게 어색하고 허전해 서울 근교에 있는 타운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원래 자연을 좋아해 전부터 살고 싶던 동네였는데 아이들 학교가 멀어 포기했다가 마침 원하는 구조의 집이 있어 얼른 계약한 것. 넓은 테라스가 있어 아이들과 즐겨 했던 캠핑을 집에서도 언제든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여러 공간이 옆이 아닌 위아래로 나뉘어 있어 꽉 찬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간 사 모은 캠핑용품을 수납할 공간도 여유롭고, 전에 살던 주택에 비해 경비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도 이 집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쉬는 법을 배우는 시간
아이들을 유학 보내고 이사한 뒤 곧 촬영에 들어가는 드라마를 준비하며 다이어트, 피부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나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잠시 각자의 삶에 충실한 시간을 갖는 것이 아이들도, 스스로에게도 한 뼘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열심히 쉬어보는 중이다. 예전엔 장만 봐도 애들 하교 시간이 되곤 했는데, 지금은 모닝티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해 집 안 곳곳을 정리하기도 하고 해먹이나 안마 의자에 누워 음악을 듣는 여유까지 생겼다. 네 자매와 시끌벅적하게 살다 쌍둥이 육아로 치열한 삶이 이어지며 잠시도 가만히 있는 법을 몰랐다면, 더 오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쉬는 법을 배우는 중이랄까. 그래서 요즘은 별일 없이 지낸 하루에도 “하루를 버렸네”가 아니라 “하루를 잘 쉬었네” 하게 된다.
잔소리 버튼을 끄는 시간
자연에서 조용히 쉬고 싶던 몇 년 전, 캠핑을 시작했다. ‘차박’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한 그날 바로 두 아이를 데리고 훌쩍 떠났는데, 하루 종일 잘 놀던 애들이 저녁 나절에 “엄마! 여기 파리랑 모기가 너무 많아. 호텔 가자!”라고 하더란다. 그 이후로 제대로 된 캠핑 장비를 갖춰 더 열심히 캠핑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아무도 재촉하는 사람 없이 천천히, 느리게 팩을 박고 있으면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들리면서 마음이 아주 편해졌다. 애들한테 “숙제해라, 뭐 해라” 잔소리할 일이 없어지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이후 유튜브에 나온 캠핑 관련 정보를 열심히 찾아 공부하고, 중고 거래 장터에서 텐트용품을 사고팔기도 하며 더 재미를 붙였다. 이젠 아이들도 꽤 의젓한 캠퍼가 됐다.
홈 캠핑이 주는 여유로 가득한 집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오랜 지인인 달앤스타일 박지현 실장에게 스타일링을 의뢰했는데, 테라스에 홈 캠핑 존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흔쾌히 오케이했다. 전체 분위기를 우드 소재와 베이지 톤의 컬러로 통일시켜준 것도 편안함을 극대화해 마음에 든다. 당분간 테라스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 것 같다. 지인들과의 홈 캠핑도 좋지만, 혼자 에탄올 난로에 불을 켜고 ‘불멍’하는 시간도 소중하다. 창고가 캠핑용품으로 가득 차고 있다. 날씨가 쨍하면 타프와 텐트를 따로 쳐야 하고, 바닷가에 어울리는 텐트와 산에 어울리는 텐트가 따로 있고, 바람과 태양에 강한 텐트가 각기 다르니까. 이곳에서 생긴 여유를 차곡차곡 모았다가 아이들이 오면 배로 사랑해줄 생각이다. 함께 떠날 캠핑을 고대하며 이 집 구석구석을 가꾸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