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외에 주의해야 할 오존
“오존주의보 발령. 노약자는 실외 활동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도로 전광판 또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올여름 내리쬐는 햇볕에 피부가 유난히 따갑거나 외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잠깐 사이에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바로 오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오존은 O₃로 표기하며 산소 분자(O₂)에 산소 원자(O)가 결합된 산소 원자 3개로 구성된 기체를 말하는데, 자외선을 막아주는 이로운 성층권 오존과 우리 인체에 해로운 지표 근처의 오존으로 나뉜다. 지표면의 오존은 일사량, 기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햇볕이 강한 여름철 낮 시간대에 습도가 낮고 풍속이 약한 기상 조건하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자외선·미세먼지처럼 자외선 차단제와 마스크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보이지 않는 살인자 O₃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대기 중 오존 농도가 높게 나타날 경우 경보를 발령하는 ‘오존경보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왜 오존을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부르는 것일까? 왜 우리는 오존주의보 발령에 눈과 귀를 집중해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2002년 0.0141ppm이었던 서울의 연평균 오존 오염도가 지난해에는 0.0288ppm으로 20년 사이 2배로 악화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심지어 올해 서울시는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가 6월 18일 기준 54회를 넘기며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중이라고. 이처럼 대기의 오존 오염 현황이 심각한 상황에 마주해 있다.
오존, 호흡기와 눈 그리고 피부까지
서울시의 오존 농도가 0.01ppm 증가하면 서울 시민 중에서 호흡기계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가 4.2% 늘고, 입원 환자도 1.8% 증가한다는 상관관계가 발표됐다. 호흡기뿐만 아니라 눈과 피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데, 오존 농도가 0.1ppm을 넘을 때 1시간 이상 노출되면 머리가 아프고 기침, 눈 자극이 일어나며, 0.5ppm을 넘을 때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하면 마른기침과 함께 흉부 불안, 폐 기능 감소를 초래한다. 오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두통과 숨참, 시력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고. 또 고혈압 같은 만성 심혈관계 질환이나 천식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노약자와 어린이, 호흡기·심혈관계 질환자는 오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공식 오존 지침 공고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존은 산화력이 강해 피부의 비타민 C·E를 파괴하고 피부 보호 기능을 떨어뜨려 피부 건조와 가려움증, 피부 염증과 발진, 색소침착, 탈모, 피부암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시간대에는 외출을 삼가고 오존 예·경보를 통해 사전에 대응하는 것만이 오존으로부터 안전한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