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게 가장 힘들다.” 아내와 내가 주안이 교육 문제로 부딪칠 때마다 하는 말이다.
선행 학습과 타이트한 스케줄로 학원을 다니는 아이의 부모를 만나고 오면 주안이를 너무 풀어주고 있는 건 아닌지 괜한 불안감이 찾아온다. “우리도 학원 좀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아까 들었던 학원에 연락 한번 해볼까?” 그런 날은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부터 온종일 대화가 그쪽으로 쏠린다. 그러면서도 결국 “그러지 말자” 하다가도 “어떻게 안 그래? 아까 그 집 엄마 얘기 못 들었어?” 하며 사소한 의견 대립을 하게 된다.
간혹 주안이가 옆에 있으면 대화의 주체인 만큼 상당한 도움이 된다. 주안이가 계속하고 싶은 공부, 해보고 싶은 공부, 엄마·아빠가 얘기하는 것 중 하기 싫은 공부 등 자신의 의사를 너무나 명확하게 이야기해 선택이 심플해진다. 우리 부부는 주안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거의 들어주는 편이다. 그게 꼭 영어나 수학이 아니어도 그렇다.
최근 주안이는 운동에 관심이 많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근육’에 관심이 많다. PT를 받아보고 싶다고 해서 나도 안 받아본 퍼스널 트레이닝도 시작했다. 공부와 체력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도 한몫했다. 코딩도 아내와 나는 잘 모르는 분야지만 주안이가 흥미를 느껴 시작하게 됐고, 코딩을 하면 자연스럽게 수학도 배워야 한다고 해서 수학도 배우고 있다.
언젠가 주안이를 아내와 같이 픽업 가는 길이었다. 어떤 주제였는지 생각이 안 나지만 주안이 교육 문제로 티격태격하다가 주안이를 차에 태우고 나서야 소강상태가 됐다. 집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셋이서 옆구리 간지럽히는 장난을 치는데 아내가 나한테만 하지 말라고 툴툴댔다. 그 모습을 본 주안이가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리면서 한마디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유치하게 싸우는 거예요?” 하며 놀아주기 힘들다는 식으로 말하곤 먼저 들어가는 게 아닌가. 주안이는 앞서 있던 상황을 알 리 없다. 괜히 억울하기도 하고 멋쩍어 아내와 난 그 자리에서 웃으며 자연스레 화해가 됐다.
육아 베테랑인 배우 손지창 선배를 만나면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형이 전 제일 부러워요!” 그러면 늘 형은 “준호야, 결단하고 행동하면 돼. 결단하고 행동하려면 그만큼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야겠지만, 또 고민하느라 실천하지 못하는 일도 많아”라고 말했다.
요즘 드는 생각은 교육에 있어서도 결국 부모와 자식의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생각대로만 아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주안이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자신이 원하는 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돼주는 게 결국은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글쓴이 손준호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페라의 유령> 등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했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