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2심 판결로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이 1조 3,808억여원을 노소영 관장에게 지급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 회장 본인 명의의 SK 지분은 17.73%(1,297만 5,472주)로 약 2조원 수준이다. 친족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 측의 SK 지분율은 약 25%다. 만약 최 회장이 최종 패소해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매각한다면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슐리 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6월 4일 ‘10억 달러 규모의 한국 이혼, 수치심에 실패했을 때 작동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 회장이 이혼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지분을 일부 양도하거나 매각해야 한다면 최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2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헤지펀드 행동주의 캠페인의 위협은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최 회장은 SK 주식 외에도 SK텔레콤 등 계열사 주식도 가지고 있다. 특히 비상장사인 SK실트론 1,970여만 주(29.4%)는 약 7,000억원에 달하는 가치로 추정된다. 하지만 주식을 팔더라도 현행법상 대주주는 3억원 이상 주식 양도 차익에 27.5%의 세금을 내야 하기에 현금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출혈이 불가피하다. 또한 SK실트론 주식은 본인 자금으로 보유한 것이 아니라 TRS(총수익스와프)라는 간접 계약 형태로 가지고 있어 지분 매각 시 실제로 손에 쥐는 자금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SK실트론 주식을 매각하고 부족분은 주식 담보 대출을 받거나 일부 지분 매각 등으로 메울 것이 예상된다. 다만 최 회장에게 최후의 보루는 SK가 가진 25.5%(1,867만 9,439주)의 자사주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와 맞교환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한다.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협력사나 사모펀드 등과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최 회장이 노 관장과 이혼한 뒤 동거인 김희영 이사장과 재혼한다면 최 회장 사후 유산상속 셈법은 한층 복잡해진다. 최 회장이 김 이사장과 전남편 사이의 아들을 친양자로 입양할 경우 상속인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1.5, 자녀 1의 비율이다. 이혼한 노 관장은 상속 대상이 아니고, 김희영 이사장과 두 자녀 측이 받는 유산과 노 관장 측 자녀인 최윤정, 최민정, 최인근이 받는 유산의 비율은 3.5 대 3으로 김 이사장 측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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