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 사회를 휩쓴 ‘버닝썬 게이트’와 ‘정준영 게이트’. 그룹 빅뱅 출신 승리가 운영하던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논란은 이후 ‘정준영 단톡방’을 통해 성폭행과 불법 촬영 등의 논란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가 유튜브 채널 <BBC 뉴스 코리아>에서 공개한 다큐멘터리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당시 사건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BBC는 복잡한 버닝썬 게이트와 정준영 게이트를 여성들에 대한 참혹한 성범죄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렇다면 당시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버닝썬 멤버들 어떻게 지내나?
가수 정준영이 2024년 3월 20일 만기 출소했다. 2019년 3월 2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준강간) 혐의와 여성과의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해 단체 채팅방과 개인 채팅방 등을 통해 다수 지인에게 공유한 혐의(불법 촬영물 유포) 등으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6년,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정준영은 출소 이후 근황이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해외 이민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 정도가 들려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출소를 앞두고 정준영의 연예계 컴백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상 정보 공개 및 고지, 전자 발찌 착용 등의 보호관찰처분을 검찰이 요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해 출소만 하면 물리적으로 컴백이 불가능하진 않다. 그렇지만 정준영은 해외로 이민 가는 방식으로 한국 연예계를 완전히 떠날 것으로 보인다.
정준영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은 그룹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은 이미 컴백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 6개월 실형이 확정된 최종훈은 2021년 11월 8일 만기 출소했다. 최종훈은 한국이 아닌 일본을 통해 연예계 활동을 재개했다. 출소하고 2년 2개월여가 지난 2024년 1월 최근 일본 팬 커뮤니티 사이트 패니콘(Fanicon)에 자신의 채널을 개설한 것.
패니콘은 일본 최대 규모의 유료 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2,600명 이상의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사용하고 있다. 최종훈은 지난 1월 13일 가장 저렴한 회원비인 월 500엔으로 ‘HUNIYA(후니야)’라는 이름의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여기서 그는 “약 5년 만에 여러분께 인사드린다. 여러분과 많은 소통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과 개인적인 것, 종훈의 모든 것을 다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여러분과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팬들은 팬 커뮤니티에 가입해 최종훈이 제공하는 ‘유료 팬 전용 영상과 메시지’ 등을 받고 있다.
정준영 게이트에 휘말렸지만 사법 처벌까지 받지 않은 연예인은 이미 상당수가 컴백했다. 가장 빠르게 컴백한 이는 로이킴으로 2022년 10월에 컴백했다. 로이킴은 정준영 단톡방 멤버는 아니지만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 있는 이미지 1건을 휴대전화로 스크린 캡처해 다른 대화방에서 공유한 게 문제가 됐다.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며 수사는 마무리됐다.
뒤이어 그룹 하이라이트 출신 용준형이 2022년 11월 10일 앨범을 발매하며 컴백했다. 용준형은 정준영 단톡방 멤버는 아니지만 개인 대화방에서 불법 영상을 공유받고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로 인해 하이라이트에서 탈퇴하고 군에 입대한 용준형은 군 복무를 마친 뒤 컴백했다. 2024년 1월에는 현아와의 열애도 발표했다.
지난 6월 12일 용준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개인 메신저에 아무런 설명 없이 보내진 검은 화면의 동영상을 눌러보았고, 그걸 눌러 확인하기 전엔 어떤 것인지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없었다”라며 “저는 그 어떤 단체 대화방에 들어간 적도 없고 입에 담기도 싫은 일들이 벌어졌던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수 에디킴도 2024년 1월 23일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의 음악 프로젝트 ‘트랙 바이 윤(track by YOON)’의 네 번째 앨범 <트랙 바이 윤: 괜찮아지겠지>를 통해 5년여 만에 컴백했다. 에디킴은 정준영 단톡방 멤버는 아니지만 별개의 단톡방에 온라인에서 캡처한 이미지 한 장을 올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로이킴, 용준형, 에디킴 등은 정준영 단톡방 멤버는 아니었던 터라 컴백 강행이 가능했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는 그룹 씨엔블루 출신 이종현이다. 이종현은 정준영 게이트 발발 당시 군 복무 중이라 정준영 단톡방 멤버임에도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씨엔블루 팬들이 ‘씨엔블루 이종현 퇴출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종현은 정준영 게이트 발발 5개월 만인 2019년 8월 씨엔블루에서 공식 탈퇴했다. 사실 탈퇴의 직접적인 계기는 정준영 게이트가 아니다. 한 여성 BJ(인터넷 방송인)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여파였다.
이종현은 별다른 연예계 컴백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정준영 단톡방 멤버라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는 데다 부적절한 DM 의혹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상습도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성매매알선 등 처벌법 위반(성매매 및 성매매알선,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2023년 2월 9일 만기 출소한 그룹 빅뱅 출신 승리(이승현)는 출소 이후 연예계 활동을 재개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해외에서 또 다른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다.
고준희 “버닝썬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배우 고준희가 최근 ‘버닝썬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6월 11일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수제>의 ‘아침먹고 가2’ 코너에 출연한 고준희는 “최근 BBC에서 다룬 ‘버닝썬’ 관련해서 이름이 연관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다”는 진행자 장성규의 얘기에 바로 “아, 그 쌍X의 새X들”이라는 거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고준희는 “난 버닝썬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가본 적도 없다”며 “몇 년 동안 아니라고 얘기를 계속 해왔는데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루머의 발단은 고준희가 승리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이에 대해 고준희는 “그 사진은 잡지사에서 주최하는 유방암 캠페인 행사를 갔는데 그 친구(승리)가 당시 저랑 같은 기획사라 셀카 하나만 찍어달라고 해서 한 장을 찍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준희는 당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서운함도 토로했다. 고준희는 “회사가 아니라고 얘기를 해주면 깔끔하게 끝날 것 같아 얘기를 했다. 근데 회사에서 방치를 했다”며 “그래서 소속사를 나와 혼자 변호사를 선임해 해명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다소 거친 반응을 보인 고준희지만 결국 당시 함들었던 시간을 회상하는 대목에선 눈물을 흘렸다.
하루 뒤인 6월 12일 고준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평소 ‘아침먹고 가’를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그 덕분에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고 여러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제작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영국 BBC 다큐로 새롭게 알려진 사실
‘경찰총장’은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이 포함된 단톡방에서 자주 거론된 인물이다. ‘검찰총장’도 ‘경찰청장’도 아닌 ‘경찰총장’은 누구일까? 결국 경찰총장으로 윤규근 총경이 지목됐다.
BBC 다큐멘터리에 그 내용이 담겨 화제가 됐다. 당시 버닝썬 사태를 취재한 강경윤 SBS 기자는 단톡방에 등장하는 경찰총장이 누군지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구하라에게 먼저 돕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후 구하라는 연습생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최종훈에게 전화해 “기자님한테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얘기해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경찰총장이 윤규근 총경임을 알게 됐다는 것. 결국 윤규근 총경은 승리 등이 운영하던 주점에 대한 경찰 단속을 미리 알려준 혐의, 회사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2020년 4월 1심 법원은 윤 총경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021년 5월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일부 혐의 유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버닝썬 수사 이후 휴대전화 메시지 삭제 지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300여만원을 명령했다. 그렇지만 주점 단속 내용을 미리 알려준 혐의와 피소 사건 무마 등의 혐의에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나왔다.
2021년 경찰병원 총무과장으로 발령이 나는 등 사실상 좌천당했던 윤 총경은 올해 초 서울 송파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으로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최근 다시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청은 지난 5월 28일 윤 총경을 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으로 발령냈다. 이 자리는 퇴직을 앞둔 총경급에게 대기 성격으로 배정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