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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맨 트롯맨 에녹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무대가 있는 한 끝까지 달리겠다는 가수 에녹. 모든 걸 잃어도 초심만은 잃지 않겠다는 단단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이 지금의 에녹을 만들었다.

On June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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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트로트 신에서 가장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가수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바로 에녹이다. 지난해 MBN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에서 저음과 고음을 모두 소화하는 ‘사기 캐릭터’로 심사위원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든 그는 최종 7위에 올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역 트로트 가수로서 각종 음악 프로그램 무대에 오를 뿐만 아니라 예능과 전국 콘서트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로트 대부 설운도가 프로듀싱한 신곡 ‘오늘밤에’를 발표하며 ‘열일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타는 트롯맨>을 뛰어넘어 ‘불타는 열정맨’으로 살아가는 에녹의 이야기.

바쁜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어요.
새로운 작업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길 좋아해요. 가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하지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죠.

선배 가수 설운도와 함께한 신곡 ‘오늘밤에’를 발표했는데 남다른 의미일 거 같아요.
존경하는 선배님이 프로듀싱을 맡아주셨다는 자체만으로 영광인 곡이에요. 보컬 디렉팅부터 프로듀싱까지 선배님께서 직접 참여해주셔서 제게 더없이 특별한 선물이 됐어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열일 행보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궁금해요.
지난 16~17년간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다가 방송의 세계에 처음 입문했어요. 코앞에서 관객과 소통해왔던 제게 방송은 새로운 세상이에요.(웃음) 그래서인지 처음엔 어려웠어요. 카메라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옳은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동료와 스태프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반응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제 모습을 만들어갔죠. 그런 면에서 방송 활동은 제게 새로운 배움이었어요.

베테랑 뮤지컬 배우에서 신인 트로트 가수로

알고 보면 에녹은 뮤지컬업계에선 이미 이름을 알린 실력파 배우다. 2007년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데뷔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이름을 올리며 활동을 이어왔다.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일찌감치 노래, 연기, 춤 삼박자를 모두 갖춘 배우로 불렸던 그다. 그런 에녹에게 트로트는 도전이었다. 베테랑 뮤지컬 배우에서 신인 트로트 가수로, 게다가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치열한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기를 자처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트로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부모님이 원하셨어요. 한창 트로트가 붐이던 때 “우리 아들도 저렇게 노래했으면 좋겠다”고 종종 말씀하셨어요. 물론 제 공연을 좋아해주셨고 항상 응원해주셨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크게 와닿지는 않으셨던 거 같아요. 부모님의 뜻을 알고 있어도 트로트를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문득 부모님 연세를 생각해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악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그러던 중 <불타는 트롯맨> 포스터를 보고 오디션 신청을 하게 됐어요.

경연 프로그램 특성상 무대마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합니다. 어떤 목표를 갖고 임했나요?
처음엔 TV 출연이었어요.(웃음) 방송에 출연한 모습을 부모님이 보시면 그걸로 만족스러울 거라 생각했죠. 부모님의 바람으로 시작했지만, 개인적으로 환기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어요. 20년 가까이 뮤지컬업계에서 활동하면서 고인 물이 돼가고 있음을 느꼈거든요. 경력이 점점 쌓이면서 저를 대하는 무게가 달라졌고, 디렉션을 주는 것도 어려워하는 분들이 늘었어요. 이렇게 지내다가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되살려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하면 그 자체로 환기가 될 거라 믿었어요.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어요. 소속사에도 예선에 참여하겠다고만 이야기해놨죠.(웃음) 운 좋게 예선에 통과하고 방송에 출연하면서 지인들이 알게 됐어요. 한 친구는 “하던 뮤지컬 계속하면 되는데, 왜 다시 시작하려고 하냐?”고 말했어요. 제 선택이 의아했던 지인들이 꽤 있었을 거예요.

그만큼 에녹이 뮤지컬 배우로서 순탄하게 나아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이룬 성과와 별개로 느꼈던 목마름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설 수 있는 무대가 없는 것도 아니고, 활동을 오래 쉰 것도 아닌데 아쉬울 게 있나 싶을 거예요. 경연 프로그램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쓸쓸하게 퇴장했을 때 발생할 리스크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을 겁니다. 제 생각은 달랐어요. <불타는 트롯맨>에서 혹평을 받거나 성적이 저조하더라도 제가 그동안 쌓은 경력이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용기를 냈어요.

최종 7위라는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좋아하셨을 거 같아요.(웃음)
뮤지컬 공연이 잘됐을 때와는 다른 반응이었어요.(웃음) <불타는 트롯맨> 이후 투어와 콘서트를 포함해 60회 이상의 공연에 참여했는데, 1회를 제외한 모든 공연에 부모님이 찾아오셨어요. 뮤지컬 공연을 할 때는 첫 공연만 오셨는데 말이죠.(웃음)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자식이 태어나면 3~4살까지 평생 해야 할 효도를 다한다고 하는데, 저는 <불타는 트롯맨> 출연으로 다했다고 하셨어요.

<불타는 트롯맨> 출연 이전과 이후의 삶을 비교하면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고 있어요. 그리고 익숙해서 무뎌졌던 예민함이 되살아났어요. 이제 갓 시작한 장르의 음악이기 때문에 발성, 호흡, 창법, 전달력 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거든요. 뮤지컬을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죠. 선배님뿐만 아니라 동료, 후배 가수들을 보면서 배우는 점이 많아요.

많은 변화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뭔가요?
‘화기에에’(에녹의 트로트 팬덤)의 존재요. 제게 화기에에는 팬 이상의 의미예요. 제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갈 길은 팬들이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특히 가수처럼 무대에 서는 사람은 객석에 관객이 있어야 무대가 완성돼요. 그런 면에서 화기에에는 저의 노래가 허공의 외침이 되지 않게 도와주신 분들이에요. 그런데 팬들은 도리어 저에게 큰 힘을 얻었다고 말씀해주세요.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라 노래했을 뿐인데, 제가 부르는 노래가 삶의 활력이 됐다고 해요. 팬들의 말이 제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제가 올바른 길로 잘 나아가야 하는 이유예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마음 같아선 한 분도 놓치지 않고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저를 위해, 제 무대를 위해 먼 걸음을 하시는 팬들에게 항상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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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지에 항상 “오늘도 웃는 하루 보내세요”라는 문구를 적어요.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에게도 말해주는 문장이에요.
결국 많이 웃고 행복한 게 인생의 전부인 거 같아요.

“거품이 빠진 이후가 중요하죠”

데뷔 17년 차를 맞았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긴 이른 거 같아요.(웃음) 마더 테레사가 하신 말씀이 있어요. “어떻게 세계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냐”는 질문에 “나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답하셨대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해요. 당장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해내다 보면, 그 시간이 쌓여 하나의 결과물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힘든 순간은 없었나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던 무명 시절이 있었어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설움이 컸어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엔 차비가 없어서 업무 미팅에 가지 못했던 적도 있어요. 여기에 집안의 가장으로서 부모님께 보탬이 돼야 한다는 현실적인 압박이 더해져 괴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제 가치를 알아봐준 지인들의 ‘잘하고 있다’는 말 한마디가 저를 일으켰죠. 여력이 없어지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어요. 그런 순간엔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해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지인들이 있어 저 자신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돼요. 지금 느끼는 고통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전부 지나간 시간이 될 거라 믿고 나아가요. 무엇보다 위기를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면 한 단계 성장하는 게 사람이니까요.

에녹은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군요.(웃음)
성공에 대한 욕심, 경제적인 여유와 명예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자기애예요. 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생 전반에 크게 작용하죠. 무대에 오를 때 저 자신에게 “너 가치 있어,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줘요. 관객들에게 인정받는 무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이 돼야 흔들리지 않더라고요.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문장이 있나요?
항상 사인지에 “오늘도 웃는 하루 보내세요”라는 문구를 적어요. 사인의 주인공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에게도 늘 말해주는 문장이에요. 결국 많이 웃고 행복한 게 인생의 전부인 거 같아요. 그리고 오늘도 웃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사함을 잊는 순간 불만을 느끼게 되고, 인생에 찾아오는 행복을 놓치게 돼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감사한 순간을 마음 깊이 새겨요.

최근 가장 감사했던 일을 꼽으면요?
팬들이 제 생일을 맞이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금을 전달했어요. 돈을 모아 제 이름으로 기부해주셨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움과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함을 느꼈어요. 동시에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됐어요. 살면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던 순간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봤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참 부족한 사람인 거 같아요. 그런데 저를 대신해 팬들이 좋은 일을 해주셔서 똑바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팬들이 저를 생각해주고, 소중하게 대해주시는 만큼만 살면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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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인기에 대한 에녹의 생각이 궁금해요.
저는 단역부터 조연을 거쳐 주연을 맡게 됐어요. 하나의 과정도 그냥 건너뛰는 법 없이 한 계단씩 밟아 올라왔어요. 명예와 인기는 제 힘으로 얻는 게 아니에요. 함께하는 스태프와 팬들의 응원과 지지가 더해진 결과물이죠. 그래서 저는 명예와 인기가 제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배우 혹은 가수 에녹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명예와 인기도 재평가 될 거예요. 언젠가 사라질 거품이라는 걸 늘 유념해야 한다는 의미예요.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감사함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해요. 지금 누리는 것들이 온전히 내 거라고 생각하는 순간 위험해져요. 소속사 식구들에게 제 태도가 조금이라도 달라지거나 오해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해달라고 해요. 행동을 수시로 시정하고 필요한 경우엔 사과할 줄 알아야 해요. 무엇보다 전적으로 스태프를 믿어요. 그동안의 경험상 나이와 위치, 경력을 떠나 각자가 가진 창작의 영역을 믿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닮고 싶은 롤 모델을 꼽으면요?
동료들의 좋은 부분을 골라서 닮고 싶어요. 여우 같은 전략이죠.(웃음) <불타는 트롯맨>에 함께 출연한 (박)민수의 강한 에너지, (손)태진이의 음악적 성숙함, (신)성이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 등 동료들의 강점을 엿보면서 배워가고 있어요.

열일 행보의 핵심은 체력 관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술, 담배를 하지 않아 위안이 됐는데, 이제는 관리가 필수인 나이예요.(웃음)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산책을 하고, 집에서 홈 트레이닝을 통해 기초 체력을 단련해요. 가장 중요한 건 식단 관리라고 생각해요.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고, 반대로 해로운 음식은 참고 있어요. 야식과 단 음식은 다음 날 컨디션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잘 먹지 않는 편이에요.

끝으로 에녹의 꿈은 뭔가요?
일은 잘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원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위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눈에 보이는 꿈보다 절대 잃지 않는 꿈을 꾸고 싶어요. 제 꿈은 좋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삶에서 실패와 굴곡을 마주했을 때 저 자신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이 있고, 누군가에게 손을 뻗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랑 있으면 잘될 거 같다는 생각보다, 같이 있을 때 편안하고 행복한 사람이고 싶어요. 거창해 보이지만,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태이(프리랜서)
사진
민기원
스타일링
오영주
헤어&메이크업
도희, 동진(쌤시크)
2024년 07월호
2024년 07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김태이(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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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 동진(쌤시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