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합격생 인터뷰
“정시 준비, 과목별 학습 팁 공개”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합격생 송재원
Q 수시도 물론 준비해왔을 텐데, 정시로 합격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있나요?
저는 일반고에서 수시와 정시를 병행했습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만 맞추는 공부가 아닌 최상위권이 되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죠. 이렇게 공부한 이유는 2가지인데, 수시 비교과 평가의 불투명성과 흔히 말하는 수시 6광탈, 즉 여섯 번 수시에 다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분석해보니 제 수시 성적에는 위험 요소가 있었습니다. 수시에는 크게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 있죠. 첫 번째,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따져보니 의대 입시 교과 성적은 거의 완벽함을 추구합니다. 저는 그 정도로 완벽하게 3년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학생부종합전형은 일반고 학생에게는 정말 높은 장벽입니다. 제공되는 환경이 과학고, 영재교, 자사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물론 일반고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저의 학교생활기록부는 조금 부족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정시도 놓지 않고 수시와 병행해 공부했습니다.
Q 정시를 준비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제일 힘들었던 점은 불안감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기회라는 것,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계속 저를 괴롭혔죠. 하지만 저 스스로를 세뇌시켰습니다. ‘그냥 떨어지면 한 번 더 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조금씩 불안을 떨쳐냈습니다. 입시를 마무리한 후 제가 내린 결론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아니며, 시간이 많다고 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언제 시작했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수시를 병행하며 정시를 준비하려면 2배로 힘들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질문은 학교 특성과 학생의 고1·2 성적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고1과 다르게 고2에 들어서면 선택과목의 다양함과 1등급의 절대적인 인원수 감소로 많은 학생이 높은 등급을 유지하는 것을 정말 힘들어합니다. 고2가 지나면서 ‘나는 정시다’, ‘애매하다’, ‘수시가 답이다’로 나뉘죠. ‘나는 정시다’는 목표 대학을 정하기 어려운 성적대의 영재교, 몇몇 자사고 그리고 다수의 일반고 학생이 해당한다고 봐요. 완전히 정시로 방향을 틀었으니 “2배로 힘들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가장 힘든데, 자사고와 소수의 일반고 학생이라고 봅니다. 3학년 때 수시를 챙기면 수시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과 정시로 바꾸려는 생각이 충돌하는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3학년 내신과 비교과를 잘 마무리하면 수시로 어디든 충분히 써볼 만한 메리트가 있는 학생은 ‘수시가 답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영재교와 자사고 상위권, 그리고 일반고 극상위권 학생이 해당하죠. 애매한 학생, 즉 성적이나 비교과에서 전교권 학생들에게 약간 밀리는 학생들이 수시와 정시를 병행해야 해서 심적 부담이 큰 거 같습니다. 사실 공부량 자체만 본다면 모두가 힘들지만, 수험 생활에 전반적으로 지속되는 심적 부담은 이런 경우가 가장 힘들죠.
Q 정시를 준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법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나요?
과목별로 요점을 정리해보면 국어는 비문학, 문학, 선택과목별로 풀이 태도와 습관을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해요. 재능이 있는 학생은 예외지만 대다수 학생은 그렇지 않거든요. 영역별로 어떻게 지문을 읽고 문제에 다가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체계가 필요합니다. 저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강사의 체계를 저만의 것으로 변형하고, 스스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지문 분석을 통해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9월 모의고사 이후부터는 저만의 체계를 유지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국어는 수능 첫 과목인 만큼 긴장을 많이 하게 되고 시험 전반의 컨디션에 영향을 줍니다.
Q 수학과 영어 공부의 팁도 궁금해요.
수학은 많은 학생이 문제량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전 개념서 또는 강의를 통해 실전 개념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실전 개념을 얻은 상태와 그렇지 못한 상태는 문제 풀이 속도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무엇보다 시간 관리가 중요합니다. 모의고사 문제를 풀 때 2~3번 시도해도 풀리지 않는 경우, 한 문제에 너무 몰두하면 1회독을 못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수능 고사장에서도 한 문제의 덫에 걸려 전체를 실패하면 안 되니까 안 풀리면 넘어가는 연습도 중요해요. 영어는 사실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과목 중 하나인데, 그러다가 수능 당일에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요.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Q 과학탐구는 어떻게 공부했나요?
과학탐구는 개념이 완성됐다면 문제량이 중요한 영역입니다. 저는 수시를 병행했기에 정시를 공부할 시간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문제량을 극단적으로 늘리는 방법을 썼습니다. 우선 모의고사 문제와 N제(문제를 유형별로 묶어놓은 문제집)를 풉니다. 그리고 틀린 문제의 이유를 파란색 펜으로 문제 상단에 적어놓고 일정량의 문제량이 쌓이면, 그 문제 중 파란색 펜으로 쓴 부분만 빠르게 읽으면서 반복되는 부분이나 부족한 영역을 찾아 보완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중요한 점은 9월 모의고사 이후의 태도입니다. 특정 파트의 극적인 실력 향상보다는 모든 과목에 대한 컨디션 유지와 사소한 약점 보완을 목표로 공부할 때입니다. 특정 과목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자신의 강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저는 이걸 방지하기 위해 수능 시간과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맞춰 전 영역의 모의고사 문제(모의고사 문제가 정말 싫으면 N제)를 풀었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저녁 공부로 진행했습니다.
Q 수시는 평소 준비해야 하지만 정시는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수시와 비교했을 때 당연히 조금 늦어도 가능합니다. 수시는 앞으로 변별력이 더 낮아지니까 고1 때부터 잘 챙겨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정시는 대개 고2 겨울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는데, 이때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공부한다면 분명 성장할 것입니다. 물론 모든 학생이 자신의 목표를 이룰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2 겨울부터 수시를 챙겼을 때 할 수 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렇게 성장한 경험은 고교 생활의 꽃이기도 하고, 혹시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추후 공부에 좋은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