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준비부터 면접까지 A to Z
과학고와 영재교. 언제쯤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 맞을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일까? 무엇보다 각 지역의 학생들이 진학하는 과학고와 달리 전국 단위 지원이 가능한 영재교는 어느 학교에 지원하더라도 이른바 ‘대치동 키즈’와 경쟁해야 한다. 각 영재교 신입생 중 지역인재특별전형을 제외한 일반전형 합격자의 40% 이상은 서울 지역 학생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영재교 입시 학원은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하지만 대부분 수학과 과학의 심화 학습 과정이고 본격적인 입시 준비 과정은 중학교 1~2학년부터 시작한다. 무조건 빨리 시작한다고 유리한 것은 아니다. 중학 과정의 수학과 과학을 충실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관심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과학고·영재교 입시를 위해 더욱 필요하다.
이 와중에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입학 이후의 상황이다. 과학고나 영재교에 입학하는 순간 중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경쟁을 마주한다. 전국에서 제일 공부를 잘한다는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인 상황을 예상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입학 이후를 생각한다면 입학 이전에 수학과 과학의 선행을 병행하지 않고는 버텨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영재교 입시의 지필 고사 시험은 단순한 수학·과학 교과 시험이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 해결력을 요구하는 테스트다. 서류 평가와 2차 시험까지 통과하면 최종 캠프를 소집해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최근 영재교의 추세는 최종 캠프와 면접에서 영어 능력에 대한 점검을 확대하고 있다. 과학고도 대학 진학 시 영어 내신이 반영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즉 수학과 과학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후 대입까지 생각한다면 최소한 영어에 대한 준비도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고와 영재교 입학의 필수 코스로 영재원을 생각하는 학부모가 많은데, 반드시 영재원이 필요하다고는 볼 수 없다. 영재원이 수학·과학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지만, 당장 중학교 내신에 도움이 되는 내용도 아니며, 영재교 필기시험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진로와 연결시켜 다양한 경험을 미리 해보는 것은 굉장히 큰 기회다.
예를 들어 삼투압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고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적혀 있는 학생이 모 과학고 면접에서 반투막 원리를 설명하고, 자신이 사용한 반투막이 어떤 종류의 반투막인지 설명하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대부분의 학생은 삼투압 원리에 대해 수업 시간에 배우지만 직접 실험해볼 기회가 없다. 더구나 실험에 사용된 재료의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사용하지 않을 재료의 특성까지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은 것이다. 영재원 수업을 통해 과학고·영재교 교사뿐 아니라 대학교수들과 함께 문제에 부딪혀보고, 스스로 해결해본 경험은 이럴 때 더욱 높이 평가된다. 그런 점에서 영재원의 각종 실험 경험은 큰 자산으로 남는 것이다.
과학고·영재교 입학이 어려운 만큼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떠올리고 학원에 가서 별도의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무조건적 학원 맹신에 앞서 아이의 관심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흥미를 느끼는 영역을 찾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분명한 생각이 없다면 공부를 지속하는 것이 괴로울 수 있다. 초등학교 학생이라면 과학적 책 읽기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관심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목표를 두고 공부하다 보면 다른 영역으로 관심이 옮겨지기도 하고, 자신의 다른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
과학고·영재교 입시에서 당락을 좌우한다는 면접 평가와 자기소개서, 창의성 검사 등의 항목은 사실 수학·과학의 선행 학습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기출문제는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으며 문제를 살펴보면 수학·과학 교과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이해가 반영돼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문제들이다.
과학고와 영재교는 과학기술 인재 양성이라는 본질과 달리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교육부의 방침은 과학고와 영재교 출신 학생은 이공계 진학을 원칙으로 한다고 하지만 종종 의대 진학의 경우를 두고 의학은 과학이 아니냐는 논란거리가 나오기도 한다. 고육지책으로 과학고와 영재교 입학 시 의학 계열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국가가 영재교육에 지원한 교육비를 반환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작 영재교 출신 학생이 의대에 진학한다 해도 반환액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 영재교 출신 의대 신입생이 매년 꾸준히 배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과학고의 경우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2학년을 마치고 조기 졸업을 하기 때문에 의대 수시전형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수능을 따로 준비해 정시로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지만 과학고나 영재교 학생이 수능을 준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따라서 의대에 수시전형으로 진학하는 영재교 출신은 꽤 있으나 과학고 출신은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