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이슈 속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인기
의대 이슈가 교육계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과학고와 영재교의 인기는 여전히 강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과학고나 영재교 대비반은 입학을 위한 성격도 있지만, 수학과 과학의 최상위 선행 학습 과정이라는 것에 의미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막상 중3이 돼 의대로 진로를 바꾸더라도 끝까지 과학고나 영재교 대비반 과정의 공부를 놓지 않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일반고에 진학해도 최상위권을 차지하려면 과학고나 영재교 대비반 과정을 거친 학생들과 경쟁할 일이 대다수이므로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대 진학 열풍 속에서도 과학고나 영재교 대비반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과학에 특성화된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과학고와 영재교는 유사한 점이 많다. 또한 대부분의 영재교가 과학고에서 전환된 경우가 많다 보니 명칭에서도 과학고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영재교의 정식 명칭이 ‘과학영재학교 서울과학고등학교’인 것처럼 말이다. 학교명이 헷갈리다 보니 종종 오해가 생기지만, 과학고는 엄연히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고등학교다. 교육법에서 정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따라야 하며 중학교 졸업생 혹은 그에 준하는 검정고시 통과자만 진학이 가능하다. 반면 영재교는 영재교육 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고등학교가 아니다. 그래서 중학교 졸업생이 아닌 나이 어린 학생도 실력만 된다면 조기 입학이 가능하며 ‘영재고’가 아니라 ‘영재교’다. 설립 근거법이 다르다는 점은 두 학교의 성격을 다르게 규정한다는 것이다.
과학고·영재교 입시, 무엇이 다른가?
일반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차이점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설립된 과학고는 별도의 선발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점이고, 영재교는 ‘영재성 판별 검사’ 또는 ‘창의성 문제 해결’이라는 형태로 지필 고사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별도의 지필 고사를 치르지 않는 과학고의 경우 면접시험이 꽤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래도 일단 지필 고사가 없다 보니 중학교 수학·과학 내신 관리에 집중하지만, 영재교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의 지필 고사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과학고는 거주지별로 지원에 제한이 있지만, 영재교는 전국 단위로 모집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학생은 서울에 있는 한성과학고와 세종과학고만 지원할 수 있지만, 영재교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8개 영재교 어디에나 자유롭게 지원이 가능하다. 물론 영재교도 일부 정원을 주변 지역의 학생만 지원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의 모집 정원은 전국 단위의 학생에게 개방돼 있다.
과학고나 영재교를 졸업한 이후 공학 계열이나 순수과학을 전공한다는 점에서는 두 학교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졸업 후 진학 결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국 과학고는 20개교 1,600여 명의 학생을 모집하고, 영재교는 8개 학교 789명을 선발한다. 과학고 정원이 영재교의 2배가 넘는다. 그런데 2023학년도 서울대 합격자의 경우 과학고 출신은 113명이고, 영재교 출신은 335명으로 과학고 출신의 3배에 육박했다.
이와 같이 영재교 졸업생 789명 중 42%인 335명이 서울대에 진학함으로써 서울대가 압도적으로 영재교 학생을 선호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과학고와 영재교 모두 수능 과정을 배우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합격했는데, 이는 영재교에 대한 서울대의 선호 현상이 극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반면 서울대와 더불어 이공계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카이스트에서는 과학고 졸업생을 406명 선발하고, 영재교 졸업생을 177명 선발했다. 포항공대는 영재교보다 과학고와 자사고 졸업생의 합격자 비중이 두드러진다. 학생의 지원 성향도 고려 사항이겠지만 각 대학의 선호 유형이 어떤지를 볼 수 있는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