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뇌·혈관… 인체 전반에 영향 미치는 근육량
근육량은 20대 후반에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든다. 이 정점이 높을수록 남은 생애에 더 높은 근육량을 유지하는 게 유리해진다. 줄어들지만 상대적으로 소비할 근육이 많은 것이다. 젊었을 때 ‘근육 저축’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나이 들며 근육이 감소한다는 건 단순히 약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근육을 그저 힘을 내는, 운동 능력에 관여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근육은 인체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먼저 우리 몸의 자세를 잡아주고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근육량이 현저히 떨어지면 똑바로 서고 걷는 것마저 어려워진다. 뼈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육이 단단히 잡아줘 밀도를 유지하는 뼈는 근육이 약해지면 덩달아 힘이 빠진다. 약해진 뼈는 자칫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지만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육이 줄어들면 새로운 혈관과 신경도 덜 만들어진다.
결국 인지 기능을 떨어뜨려 지각, 사고, 추리, 기억 등 다방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각종 질병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근육은 혈당을 흡수·배출하는 가장 큰 기관이다. 실제로 몸속 포도당의 60~70%를 근육이 쓴다. 인체 대사 기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줄어들수록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 여기에 근육 대신 자리를 차지한 지방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 당뇨가 생기기 십상이란 얘기다. 이뿐이 아니다. 근육은 대장과 유방 등의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면역 물질을 분비하는 데도 기여한다. 근육이 부족하면 암을 비롯해 고혈압, 심혈관 질환 발병률도 높아진다.
근육은 대장과 유방 등의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면역 물질을 분비하는 데도 기여한다.
근육이 부족하면 암을 비롯해 고혈압, 심혈관 질환 발병률도 높아진다.
40대부터 가파른 감소, ‘근감소증’ 주의보
근육이 현저히 줄어드는 건 사실 그것 자체로도 병이다. 미국은 2016년,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근육량과 근력이 크게 줄어 일어서기, 걷기 등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할 수 있다.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뇌졸중, 치매, 암, 당뇨 등이 근감소증을 부르기도 한다. 병이 근육 감소를 낳고 근육 감소가 병을 부르는 악순환의 관계. 질병 관리와 마찬가지로 근육 관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중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이렇게나 중요한 근육이지만 문제는 저절로 줄어든다는 데 있다. 20대 후반을 지나며 서서히 줄기 시작해 40대부터는 가파르게 떨어진다. 나이 들면서 근육세포가 생성되는 능력 또한 떨어져 줄어드는 만큼 빨리 보충하지 못하는 탓이다. 실제로 70대의 근육량은 30~40대보다 30%가량 적다. 80대가 되면 가장 왕성했던 시절의 절반 수준까지 감소한다.
근육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영양 공급과 함께 꾸준한 운동을 병행해야 하지만 이 또한 나이 들수록 어려워진다. 근육량이 줄어드니 신체 기능도 떨어지고, 운동량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나이 들면 먹는 것도 시원찮아진다. 고령일수록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젊은이보다 필수아미노산을 더 많이 보충해야 하는데 외려 덜 먹게 된다. 근육을 만들어낼 재료도, 근육 공장을 가동할 힘도 없으니 줄어들 일만 남는다.
3040 여성, 근력 운동·영양 섭취 태부족
비단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20~30대 젊은 층과 청소년 사이에서도 좋지 않은 징조가 감지된다. 특히 여성에게서 우려할 만한 지표가 많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성인의 근력 운동 실천율 추이’에 따르면 2020년 19~29살 여성의 근력 운동 실천율은 23.9%이지만 30대는 17.7%, 40대는 13.5%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근력 운동 실천율이란 최근 일주일 동안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아령, 역기, 철봉 등 근력 운동을 2일 이상 실천한 것에 대한 백분율이다. 40대 여성은 13.3%의 60대, 12.3%의 70대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성인 여성 전체의 근력 운동 실천율 평균은 17.0%다. 32.2%인 남성 평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근육 운동에 공들이는 성인 여성이 성인 남성의 반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중·고교생으로 내려가면 남녀 간 차이는 더 벌어진다. 2020년 중·고교생의 근력 운동 실천율을 보면 남학생은 37.7%로 성인 남성보다 높지만, 여학생은 10.1%로 성인 여성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 지금 여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여성 평균을 더욱 낮출 거란 분석이 나온다.
젊은 여성의 근육이 부실한 원인은 다양하다. 앞서 살펴봤듯 부족한 운동량과 함께 과도한 다이어트로 인한 부적절한 영양 섭취, 실외 활동 저조와 자외선 차단체 과용으로 인한 비타민 D 결핍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임재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20~30대 여성의 에너지 섭취량은 하루 권장량의 85% 수준이다. 칼슘은 하루 권장량의 65% 수준만 섭취하고 비타민 D 또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낮아 뼈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과도한 다이어트를 삼가고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함께 근력 운동, 유산소운동으로 체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