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오거나이징하는 벙법
요즘엔 강의에서 어떤 얘기를 하나요?
BOD요. 빙 오거나이징 다이어리(Being Organizing Dairy)의 줄임말이에요. 제가 다이어리를 30년간 썼어요. 신기한 게 일기에 썼던 것들이 현실이 되더군요. 예전에 쓴 다이어리를 보는데 제가 어떤 사람에 대해 독설을 썼더라고요.(웃음) 당시에 그 사람이 제게 ‘여자가 무슨 리더십 강의를 하냐’는 식의 말을 했는데, 그날 제가 다이어리에 “두고 봐라.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리더십 강사가 될 거야”라고 비장하게 썼더군요. 한데 지금 와서 보면 덕분에 이루어진 것 같아요. 다이어리에 억울함을 토로한다기보다 결국은 나를 위로하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줘 꿈을 더 단단하게 만든 거죠. 다이어리를 쓰며 자신을 깊이 되돌아보고 스스로와 대화하고 오거나이징하세요. 단순히 어떻게 될 거라고 쓰는 게 아니라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과 스케줄을 디테일하게 적고 체계화시키세요. 이것을 존재(Being)적 대화라고 말해요. 나 자신에게 꿈을 주는 거죠.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면 되나요?
누구나 자기 인생을 망치는 인생의 깡패를 마음속에 넣고 살아요. 술만 끊으면 될 것 같은데 결국 술을 마셔서 우울의 나락을 가거나, 절약하면 편안할 텐데 카드를 긁어서 문제가 생기죠. 사람마다 각각 풀어야 하는 빅 퀘스천(Big Question)이죠. 예를 들어 자녀에게 따뜻하게 대하지 않는 게 빅 퀘스천이라면 다이어리에 염려와 걱정, 근심만 쓰지 말고 실천할 행동까지 쓰세요. 보통 엄마들이 마음먹고 딸에게 전화를 걸어 “잘 지내?”라고 묻다가도 결국 “애가 싸가지가 없어”라며 전화를 끊어요. 그리고 노력이 끝나죠. 한데 그렇게 끝나면 안 돼요. 결심을 했으면 풀어야죠. 딸이 나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면 어떡합니까? 딸이 손녀에게 내가 딸을 대하듯이 하도록 둘 겁니가? 그러니까 다이어리에 딸이 엄마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할 방법들을 쓰세요. 어렵지 않어요. 작고 소중한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요. ‘매일 아침 9시에 딸에게 들이대는 메시지 보내기’, ‘딸에게 동네 산책하자고 하기’, ‘딸과 인생네컷 찍기’ 같은 것들이요. 딸이 받아줄 때까지 스케줄표에 적으세요. 이게 실천하기(Doing)예요. 하나하나 하다 보면 문제가 풀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두려움은 없어져요. 내가 노력하니까요. 이런 방식으로 다이어리를 쓰면,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어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대표님도 슬럼프가 있었나요?
많았죠. 도전을 많이 하는 것은 슬럼프가 많다는 의미예요. 슬럼프도 2가지 경우가 있어요. 무언가 해서 오는 슬럼프는 주도성을 갖기 위해 겪는 거라 금방 이겨내요. 생산적인 슬럼프니까요. 또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오는 슬럼프인데, 저는 다행스럽게도 후자의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저를 놓은 적이 없어요. 20살에 어머니에게서 독립했고, 결혼한 뒤에도 내가 나를 스폰했어요.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주도성을 갖고 내 생명인 꿈을 지켰어요. 내가 나를 놓으면 누가 나를 잡아주겠어요? 나 자신은 나밖에 못 잡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오는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사람들은 슬럼프가 오면 무기력해져 스스로를 놓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밥 먹고 씻고 누군가를 부러워하잖아요. 무언가를 한 거예요. 완전히 무기력한 슬럼프는 아니라는 거죠. 뭔가 했으니까 슬럼프가 온 거죠. 이제 슬슬 스스로를 리뷰해보세요.
왜 리뷰를 해야 하나요?
한번 패잔병은 계속 패잔병이 됩니다. 나를 리뷰하고 잘못을 직시한 뒤 플랜을 세우세요. 한동안 무기력했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지내다 인생의 가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할 때가 와요. 그럼 다시 살아낼 겁니다.
사람들은 슬럼프가 오면 무기력해져 스스로를 놓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밥 먹고 씻고 sns를 보며 누군가를 부러워했잖아요. 무언가를 한 거예요.
완전히 무기력한 슬럼프는 아니라는 거죠.
결혼을 선택했으면 결혼 안에서 끝장 봐라
요즘 환갑잔치를 하는 게 다시 유행이라고 합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과거와는 다른 의미예요. 인생이 끝난 게 아니라 두 번째 챕터를 시작한다는 거죠. 실제로 얼마 전에 형부가 은퇴해 가족과 함께 은퇴 파티 겸 환갑잔치를 했어요. 5남매와 그 자녀들이 모이니까 20명이 넘더라고요. 마치 돌잔치에서 축의금을 내는 것처럼 가족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형부에게 용돈을 드렸어요. 이른바 ‘새 출발 자금’이죠. 너무 즐거운 경험이라 환갑잔치를 우리 집안의 전통으로 만들기로 했어요. 곧 제 차례가 오는데, 저는 친구들, 가족들, 동료들과 각각 할까 싶기도 합니다. 환갑잔치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콘텐츠도 만들면 재미있겠네요.
‘새 출발 자금’을 받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글쎄요, 누가 제게 용돈 주는 걸 생각 안 해봤는데 신나네요.(웃음) 받게 되면 아무도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북유럽의 시골 마을로 여행을 가고 싶어요. 한적한 곳에서 독서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국내에서는 어디를 가나 인사하느라 바쁘거든요. 이곳이 아닌 낯선 곳에서 일정 기간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는 게 가장 좋은 선물일 것 같아요.
대표님도 우울감이 오나요?
당연하죠. 저는 삶의 밸런스가 깨졌을 때 우울감이 옵니다. 일만 해서 가족 사이에서 소외된 것 같을 때, 촬영이나 강의가 많아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때 밸런스가 깨졌다고 느껴요. 그럴 땐 잠시 멈추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사람은 자신을 만드는 시간이 없으면 우울해지거든요. 그만큼 나를 만나는 시간이 중요해요. 저는 주말에 이틀 동안 집필실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가고 서성거릴 때가 가장 좋아요. 특별히 하는 것 없이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이런저런 책을 뒤적거리는 시간이요. 그 시간을 통해 밸런스를 맞추는 거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어떻게 했나요?
잠을 줄였죠. 가족이 모두 자는 새벽에 일어나 하루 중 2시간은 내 시간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나의 신분이 아내, 엄마로 바뀌었지만 김미경이라는 정체성은 바뀌지 않았잖아요. 정체성을 지켜야죠. 아이들을 키울 때 그랬어요. 애들 방을 만드느라 제 공간이 없었는데 옷방에 코딱지만 한 책상을 놓고 그곳에 앉아 공부하고 꿈을 키웠어요. 그곳에서 필기를 하고 강의하러 나갔어요. 그만큼 독하게 제 정체성을 지켰다고 생각해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나를 잃기 쉽죠. 그 과정에서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나를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주부의 입장에서 가정이라는 곳은 나를 찾기 힘든 장소예요. 중요한 것은 이 결혼을 선택한 사람이 누구냐는 거예요. 본인이잖아요. 결혼이라는 시스템을 선택했다면 결혼 안에서 살다가 죽어야죠. 여행을 한 달간 떠나도 다시 이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것처럼 내 정체성을 찾고 싶다면 그것 역시 이 결혼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많은 여성이 집 밖으로 나가면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집에서 찾지 못하면 밖에서도 힘들어요. 사업을 해서 돈을 벌고 싶으면 하세요. 스스로 해야죠. 누가 해줘요? 남편이 해줘야 할까요? 내 결혼이니까 내가 해야 합니다. 결국 어떤 환경이든 자기 몫인 거예요. 남편이 하지 말라고 하면 포기할 거예요? 그건 다른 말로 내가 어떤 인간으로 살지 결정하는 걸 포기하는 거예요. 이런 주제의 대화가 나오면 “이럴려고 결혼했나”라며 신세 한탄으로 끝나기 쉬운데 인생의 빅 퀘스천으로 삼고 그 질문에 몸으로 답하세요.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낫잖아요.
마지막으로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힘겨웠던 지난해를 건강하게 버틴 이들에게 드리는 상이 있습니다. 살아낸 자격증입니다. 2023년에 약간 뒷걸음쳤어도 지금 한 걸음 나아갈 마음의 준비를 했다면 뒤처진 것이 아니에요. 부디 2024년 한 해도 여러분의 인생을 살아내세요. 타인을 쳐다보지 말고 나를 보세요. 남에게 쓸 마음을 내게 집중하세요. 심플해지고, 건강을 지키세요.
김미경 대표는 단순히 동기부여 강사로 남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음 스텝을 밟고 있는 그는 청춘의 마음 그 자체였다. <우먼센스> 독자들에게도 그 에너지가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