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하게 솔로임을 밝혀온 배우 이동욱은 “어떻게 되겠죠. 발버둥 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라며 심드렁한 어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실 그 심드렁함과 솔직한 매력 덕분에 최근 그는 유튜브를 통해 MZ세대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개그맨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 출연해 단 한 편으로 1,000만 뷰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이다. 간간이 출연할 때마다 이른바 조회 수 대박을 치면서 그의 숨겨둔 매력이 공개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 스스로도 “작품 잘 봤다”는 인사보다 “유튜브 잘 봤다”는 인사를 더 많이 듣는단다.
최근 영화 <싱글 인 서울>에서 배우 임수정과 현실 공감 로맨스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그를 만났다.
직업은 평범하지 않지만 삶은 평범하게 살고 싶다
“외모요? 아무리 잘생겨봤자 40대예요”
오랜만에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출연했다.
편했다. 전작에서 했던 장르들은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해 시청자들을 끊임없이 설득시켜야 하는 숙제들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굳이 설득이 필요 없었다. 현실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평상시 내 모습이 반영돼도 되겠다 싶었다. 싱크로율 50% 정도다. 나 역시 싱글이고, 싱글 라이프에 많이 익숙해진 상태다.
제목이 <싱글 인 서울>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된 ‘내가 몰랐던 매력적인 서울의 스폿’은 어디였나?
집 근처에 잠수대교가 있는데 그동안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내 생활 패턴이 집, 미용실, 촬영장이다. 잠수교는 다른 한강 다리와 달리 낮지 않나. 이번에 촬영하면서 잠수교에서 서울 야경을 올려다보는데 새롭더라. 이게 서울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데 새롭게 보이는 지점들이 있더라.
이동욱이라는 사람에게 로맨틱한 면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렇게 로맨틱한 남자는 아닌 것 같다. 살갑고 다정하기보다 툭툭 무심한 듯 챙기는 스타일이다. 생각해보니 상대방이 늘 이해해주는 편이었던 것 같다.
40대 이후 연애관이 달라지기도 했나?
나도 나이가 들면 변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다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40대의 모습이 있지 않나. 그것에 맞춰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도 만화책을 좋아하고, 하루 종일 스포츠 채널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철이 드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다.
혹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나?
전혀. 지금이 편하다. 37살 때부터의 내가 편하다. 예전 같으면 지금처럼 유튜브에 나가서 얘기하는 것도 망설였을 텐데 나이가 드니까 편하게 생각하게 되더라. 나도 즐겁고 보는 분들도 즐거우면 된 거다. 덧붙이자면 내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다. 19살에 데뷔했는데, 어느 순간 되돌아보니 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마음이 무척 허전했다. 그런 계기가 있었다. 지금은 나름대로 혼자 살면서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쌓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솔로의 장점은 뭔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자고 싶은 대로 자고, 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있다. 나는 스포츠 채널 보는 걸 좋아한다. 여자친구가 있는데 스포츠 채널만 주야장천 보면 좋아할까? 아닐 것 같다. 새벽에 4시 반에 일어나 류현진 선수 경기를 본다.
반대로 싱글의 단점이라면?
부지런해야 한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예전엔 요리를 곧잘 해 먹었는데 지금은 요리를 안 한 지 꽤 됐다. 김치찌개 하나를 끓여도 재료를 너무 많이 버리는 거다. 대신 청소나 빨래는 정말 잘한다. 나중에 결혼해서도 집안일은 내가 하고 싶다.(웃음)
혹시 MBTI가 뭔가?
나는 MBTI를 믿지 않는다. 어떻게 사람을 딱딱 알파벳으로 나누나. 외향적인 사람은 맨날 집 밖에 있나? 외향적인 사람은 피곤함도 못 느끼나?(웃음) 사람의 마음은 우주와도 같은데 말이다. 결론은 그래서 모른다.
김은숙 작가가 “내가 본 연예인 중 가장 잘생겼다”라고 극찬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엔 예쁘장한 외모가 배우로서 한계를 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해보니까 됐고, 또 좋아해주시더라. 그리고 이제는 내가 아무리 잘생겨봤자 40대다. 어린 친구들을 못 이긴다.(웃음)
나이 얘기가 나왔으니, 중년에 접어들면서 이루어나가고 싶은 게 있나?
배우로서 아직도 못 해본 장르가 많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 숫자도 중요하지만 물리적인 나이도 중요하다. 관리를 잘해 오랫동안 연기하는 게 내 바람이다. 덧붙여 모나지 않게 살고 싶다. 직업은 평범하지 않지만 삶은 조금 평범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