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민아는 올해 40대에 접어들었다. 신기하게도 30대가 됐을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 그만큼 잘 견뎌냈고, 또 그런 만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을 것 같단다. “‘4’라는 숫자의 첫 이미지가 나쁘지 않더라고요.” 조곤조곤 소녀처럼 말하는 신민아는 강단 있어 보였다.
신민아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갯마을 차차차>, 영화 <디바> 등으로 연기력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받았다. ‘로코 퀸’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제가 생각보다 연기 욕심이 많아요.(웃음)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영역을 정하지 않고 그 시기에 주어진 작품에 충실하다 보니 필모그래피가 여러 장르가 된 것 같아요.”
최근에 개봉한 힐링 판타지 영화 <3일의 휴가>에서의 연기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극 중 신민아는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의 백반집을 운영하는 ‘진주’ 캐릭터를 맡아 복합적인 감정을 단단하게 표현해냈다.
단순하게 살며 마음 건강 챙겨요
“흥행보다 내가 행복했느냐가 더 중요해요”
<3일의 휴가>는 잔잔한 작품이다. 선택한 이유가 있나?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의 감정은 어떨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 보편적인 감정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대본이 따뜻했다. 극을 관통하는 매개가 음식이다. 정선의 시골집에서 촬영했는데, 촬영 내내 아궁이에 불을 때서 음식을 했다. 음식 냄새가 은은하게 주변을 감쌌다. 이 작품은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현장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극 중 캐릭터는 공황장애를 겪는다. 연기하는 데 힘들지는 않았나?
사람은 누구나 감정에 기복이 있다. 추운 날 무리하면 감기 기운이 있듯이 어떤 일을 갑자기 겪으면 우울한 감정도 생긴다. 극 중 진주는 엄마를 잃고 공황장애가 온다. 그 감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 역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힘들고 우울하다. 그런데 또 이겨내야 한다. 그 상황을 특별하게 여기기보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또 견뎌지더라.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 진주 역시 아파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며 접근했다.
영화 <디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등 연이어 우울감을 겪는 역할을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더 밝아졌다. 하지만 당연히 나이 들수록 경험치도 쌓이고 공감의 폭도 넓어져 표현하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
밝아진 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살기 위해 밝아졌다.(웃음) 배우는 예민하고 스트레스에도 취약한 직업군이다. 나름의 방법을 찾은 거다. ‘별거 아니야’, ‘큰일 아니야’, ‘괜찮아’ 하고 늘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단순하게 살고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서 집에서 TV를 계속 틀어놓는 편이다. 어른들이 왜 TV를 계속 보시는지 알겠더라. 잡생각이 줄고 집중하게 된다.
어떤 것에 스트레스를 받나?
오늘 같은 인터뷰도 그렇다. 말의 무게들이 있기에 조심스럽다. 드라마나 영화 작업은 공동 작업이다. 내 행동이나 내 연기가 팀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긴장된다. 결과에 대한 부담도 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작업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
곧 40대를 맞이하는데, 혹시 되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
후회하지 않는다기보다는 그렇게 생각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 현재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애써.(웃음) 아, 과거로 굳이 돌아간다면 공부를 좀 잘해보고 싶다. 어린 시절에 데뷔해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공부를 했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신민아 학생의 모습도 궁금하다.(웃음)
1998년 잡지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현재까지 톱 배우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비결은 뭔가?
감사함을 알기에 맡은 임무를 잘해내고 싶다.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현장에서의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장담컨대 연기에 대한 열정과 고민은 처음과 변함없다. 많은 분이 그걸 느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도 궁금하다.
흥행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최선을 다했고 정말 집중했느냐, 그래서 내가 행복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연기를 오래 할 수 있다. 연기하면서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 늘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