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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좋은 고민시의 연기 스펙트럼

On January 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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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시라는 배우의 스펙트럼은 무한대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 장르를 넘어,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지난 몇 년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배우다. 그리고 2023년 영화 <밀수>를 통해 대선배들 사이에서 긴장감, 타격감 전혀 없이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 극찬을 받았다.

고민시는 데뷔 초부터 업계에서 ‘깡’ 하나로 유명했다. 신인 시절 오디션 현장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떡잎”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고민시는 “현장에서 떨리지만 절대 그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최근 넷플리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로 컴백한 그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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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제게 비현실적인 한 해였어요!

“번아웃 올 때 집에서 시원하게 울어요”

<스위트홈> 시즌 1 때는 신인이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시즌 2로 컴백한 지금은 어엿한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특히 2023년에는 영화 <밀수>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2023년은 가장 바쁘게 일했던 한 해였다. 특히 여름에 <밀수>를 통해 많은 관객이 영화관을 찾아주셔서 행복했다. 장담컨대 처음 연기를 하고자 할 때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역할 크기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이라면 늘 도전할 것이다.

데뷔 초부터 업계에서 ‘깡’이 있기로 유명했다.
맞다. 속으로는 긴장해도 절대 그 약한 마음을 내비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프로다워야 한다는 주문을 걸며 정신력으로 버텼다. 기분 좋은 긴장감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한 번쯤 번아웃도 왔을 것 같다.
당연하다. 연기는 늘 새롭고 어렵다. 더구나 내가 캐릭터를 분석하는 데 오래 걸리는 편이라 그 시간이 고통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오케이!” 하는 사인 소리가 나는 순간 힘들었던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 순간 때문에 연기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몰입도가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준다.

번아웃이 왔을 때는 어떻게 하나?
내 성향이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해결하는 편이다. 데뷔 초에는 주변 분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이겨내야 하더라. 온전히 그 시간을 다 느끼고 눈물을 쥐어짜내고 난 뒤에 돌파구가 보이더라. 그래서 울고 싶을 때 집에서 시원하게 운다.

한 번 작업했던 감독과 다시 작업하는 기분은 어떤가?
감사하지만 부담감도 크다. 한 번 더 제안해주신 거라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족 앞에서 연기하는 마음과 비슷하다고 할까? 개인적으로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적정선의 거리감이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친밀함과 존중은 별개다. 사람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있을 때 오히려 서로를 더 존중하게 된다. 그 불편한 긴장감이 연기할 때 분명히 도움을 준다.

<밀수> <스위트홈> <헤어질 결심> <봉오동 전투> <마녀> 그리고 <스위트홈 시즌 2>까지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며 연기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피 분장, 땀 분장 등등 분장을 해야 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당분간은 현실적인 분장을 하는 현대극을 하고 싶다.(웃음) 그리고 나는 내 역할에 대한 분량은 전혀 상관이 없다. 좋은 작품이면 언제든 한다.
어떤 종류의 현대극을 하고 싶나? 따뜻하고 평범한 가족 이야기나 몽글몽글한 멜로에 도전해보고 싶다. 20대 때는 사랑 이야기에 자신이 없었다. 이제 30대가 됐으니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뭔가?
다양한 포인트가 있는데, 첫째는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력할 때, 둘째는 캐릭터가 주체적인 인물이라 도전 의식이 생길 때, 셋째는 그게 조금 덜하더라도 내가 채워나갈 수 있는 것들이 보일 때 도전하는 편이다.

2024년 계획도 궁금하다
영화는 꼭 한 편 찍고 싶다.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고 큰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영화라는 작업을 매년 한 편씩은 내 필모그래피에 남기고 싶다. 요즘에는 드라마 작업이 많아지는 추세다. 영화 시장이 좋지 않은데 젊고 유능한 배우들이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면 관객들도 호응해주지 않을까 싶다. 적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꼭 상업영화가 아니어도 좋다. 인디나 독립 영화 쪽 작업도 꼭 해보고 싶다.

배우로서 지키고 싶은 신념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작품을 끝내고 몇 달 쉬고 있는데 빨리 현장에 가서 연기하고 싶다. 40·50대가 돼도 이런 열정과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
홍콩 배우인 장만옥 선생님을 좋아한다. 그분이 나오는 작품은 다 봤고, 그중에서도 영화 <첨밀밀>을 가장 좋아한다. 그 작품을 보면서 ‘나는 언제쯤 저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사랑에 대한 감정 표현을 어쩜 저렇게 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로서 영감을 많이 준다.

CREDIT INFO
취재
하은정 기자,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넷플릭스·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년 01월호
2024년 01월호
취재
하은정 기자, 곽희원(프리랜서)
사진
넷플릭스·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