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등급제,’ ‘문이과 통합형 수능’
유정임(이하 ‘유’) 그럼 사실상 3년 동안 쭉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거라고 보면 되겠네요.
백재훈(이하 ‘백’) 그렇죠. 세 번째는 가장 예민할 수도 있는 내신성적 평가방식이 바뀝니다. 현재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권장하는 논술형과 서술형의 비중을 보면, 대략 평균적으로 20~35%의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제는 서술형과 논술형의 문항을 통해 내신 평가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겁니다. 미국처럼 수능에서 서술형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2028 대입안에서는 수능 대신 내신에서 서술형 평가가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 어떤 변화든 사실 대학은 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 싶은 욕심이 여전할 텐데요, 개편에 따른 대학의 변화는 어떻게 따라올지요?
백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입제도를 끌고 가는 세 곳의 주체가 있습니다. 수능을 관장하는 교육부, 내신성적을 결정하는 고등학교, 그리고 모든 자료를 종합해 대입전형을 만드는 대학입니다. 이번 발표는 교육부의 수능과 고교의 내신에 관한 변화를 예고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이 그 변화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미지수이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좀 극단적인 예상이긴 합니다만, 아무리 문이과 학생들이 같은 과목의 시험을 보더라도 막상 선발하는 대학에서 “우리는 공대생들 선발에 수능 통합사회 점수를 반영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한다면 이번 변화는 의미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
백 그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죠. 수능에서 미적분과 기하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상위권 대학이 정시에서 심화 수학과목의 내신에 가산점을 주겠다고 발표한다면, 그 순간 학생들은 미적분과 기하를 공부해야 하는 거죠. 정시 모집에서 내신 선택과목에 가산점을 주겠다는 정책은 서울대에서 이미 시행되는 제도입니다. 이런 예시처럼 개편안에 대학이 어떻게 반응하고 전형을 마련하는지가 사실은 대입의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아마 대학들은 2028년이 되기 전부터 새로운 입시안에 대비한 다양한 정책을 시험해볼 거라고 생각됩니다. 예전의 입시 변화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지금 대학들의 움직임을 보면 면접 강화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수능과 내신에서 변별력이 조금이라도 약화된다면 대학은 자체적인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명분을 얻게 되는 것이니까요.
결국 대학의 평가방식에 좌우된다
유 등급제를 5등급으로 바꾼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죠. 한국 입시가 세계적 변화를 따른다는 것은 알겠는데, 등급이 줄어든 만큼 매번 1등급을 받다가 2등급을 한 번 받으면 9등급제에서 받은 것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을 테니까 상위권 경쟁은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 1등급이 10%로 확대돼도 자사고나 강남권 고등학교에서는 쉽지 않은 성취도입니다. 그렇다고 2등급까지 수시 문호를 개방하게 된다면 모든 고교에 평등하게 적용해야 하는데 24%까지 같은 내신으로 평가하는 것은 상위권 대학에 부담이 되겠지요! 어쨌든 입시라는 것이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는 경쟁이니, 변별력은 있어야 하고요, 대학에서 학생기록부의 비교과 항목의 평가 비중을 어떻게 해석할지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논술이나 면접의 비중을 더 확대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교육부 장관은 내내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해왔으니까, 대학이 평가를 위한 어떤 추가 장치를 만들어낼지도 관심 대상입니다.
유 논술형·서술형 평가를 학교 내신에서 강화하는 취지는 백 프로 공감합니다만, 과연 교사들의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이 물의를 빚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백 사실 인공지능 이야기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금처럼 암기해서 답을 고르거나 하는 시험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취지의 개편안이 나온 것은 환영합니다만, 점수 하나로 대학이 바뀌는 현 시스템에서 어떤 내신평가제도가 만들어지더라도 사람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겠죠.
유 그래서 아예 정시를 확대하자는 의견도 많았잖아요. 그게 더 공평하다 하고요.
백 서술형이나 논술형 평가가 사실 평가자의 주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면,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는 늘 도마에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달라지는 세상에 맞춰 변화는 받아들여야겠죠. 교사들의 평가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취지입니다만, 공정성과 창의성, 객관성과 다양성의 양날의 칼을 한 번에 잘 해결한다는 게 어려워 보이고요. 요즘처럼 교사의 권위나 교권이 떨어진 상황이라면 그 평가가 존중받을 수 있을지 학교 현장에서는 쉬운 문제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유튜브 <유정임채널 ‘리스펙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