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통섭형 인재 양성은 시대적 요구”
A입시학원장 최충열(가명)
Q 교육부가 발표한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이 확정된다면, 내신과 수능에서 변별력이 낮아져 대학별 고사가 늘어난다는 우려가 있는데요, 어떻게 예상하나요?
대학별 고사는 2가지 유형으로 구별될 수 있습니다. ‘본고사’라고 분류되는 심화교과에 대한 지필고사 유형과 논·구술 시험 유형입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사교육을 심각하게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되는 시험은 ‘본고사’를 말합니다. 2028 대입제도 개편을 계기로 대학들이 전면적인 본고사를 도입하지 않을까 우려하시는데요,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우려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수능이 쉬워져 변별력을 상실한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과목의 이름이 통합과학으로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쉬워질 것이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습니다. 수학도 변별력의 유지는 시험범위의 변화와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과는 무관하게 대학들은 수시에서 면접고사의 비중을 이미 확대해오고 있습니다. 상위권 학교들은 내신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1차 서류에서 4배수 이상의 학생들을 선발해 실질적인 당락은 면접고사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수시전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행 면접고사는 교과적인 성격도 있지만, 창의적 문제해결능력과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평가하는 문항이 많습니다. 본고사로 분류되는 변칙적인 교과시험으로 보기는 어려운 문제들이죠. 논술이나 면접의 강화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점점 확대될 수 있지만, 이번 입시제도 개편과 맞물려 본고사 형태로 갑작스럽게 도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Q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면 자사고가 유리해질까요?
현행 내신제도에서도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교과는 상대평가방식의 1~9등급 성적표가 나오지만, 심화과목인 진로선택은 성취평가방식으로 절대평가 성적표를 받게 됩니다. 특히 자사고와 특목고의 경우 2~3학년 때는 진로선택 등 심화과목이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1학년 성적표만 9등급제의 평가가 이뤄집니다. 그래서 대학들은 2~3학년 성적의 경우 성취평가 등급을 보기도 하지만, 어떤 과목을 수강했는지 수강 이력에 대한 평가를 중요시하기도 하죠. 즉 지금 내신 평가방식도 완전한 9등급제 상대평가 방식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5등급제로 바뀌지만 2~3학년의 심화교과 모두 상대평가를 진행하는 2028 입시안이 내신의 변별력은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기존 자사고에서 3등급대의 내신을 유지하면 우수한 학생이라고 평가됐지만, 5등급제하에서는 2등급까지가 누적 24%이고 3등급은 누적 66%로 격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즉 24% 이내의 성적을 거두지 못할 경우 아무리 자사고라 하더라도 내신에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할지 모릅니다.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뀐다고 자사고와 특목고가 갑자기 유리해진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학별 본고사 부활 가능성
Q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준비해야 할 부담이 커질까요?
자연계를 희망하는 학생이 사회과목을 공부해야 하고, 인문계를 준비하는 학생이 과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입시제도가 처음은 아닙니다. 1995년도부터 인문계도 과학 1과목을 시험 쳤고, 자연계도 사회 1과목을 시험 쳤습니다. 더구나 그때도 과학과목을 영역 간 융합 형태로 출제해 물리와 생물이 결합된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학생들이 준비해야 할 과목 수가 12개를 넘어서는 문제가 발생해 현행처럼 선택과목 체제로 변화된 것입니다. 하지만 과목을 줄였다고 지금 입시 부담이 더 줄어들었는지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과목 수가 줄었다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연과학을 전혀 모르는 인문계생들이 배출되며 ‘문송하다’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죠. 자연과학도가 인문학을 전혀 접하지 않은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통섭적 인재의 양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을 본다면 사회과학 교과의 필수 응시는 타당한 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Q 현 중3 학생들이 재수하게 되면 불이익이 커질까요?
입시제도가 변경될 때마다 해당 학년도에 재수하는 학생들이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재수생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입시가 치러진 적은 결과적으로 한 번도 없습니다. 이 정도 입시제도의 변화가 절대적 불리함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재수생을 줄일 필요는 있습니다. 올해 재수생의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습니다. 재수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재학생이 진학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가 실질적인 4년제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재학생들의 사교육비 증가만 걱정할 게 아니라, 재수생의 사교육비까지 생각해본다면 원천적으로 재수가 필요 없는 입시제도를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겠죠! 장기적인 정책과 무관하게 이번 입시제도 개편으로 특정 학년의 재수 유불리를 논하는 것은 근거가 약한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