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코에게
나는 크게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편이긴 하지만,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채소를 부쩍 더 좋아하게 됐어. 사계절 제각각 제철에만 나는 식재료들을 가장 먼저 접하면서 활용 레시피를 연구하다 보니 제철 식재료, 그중에서도 채소의 매력에 빠졌지 뭐야. 가을은 앞뒤 안 보고 무조건 버섯이야. 고기 좋아하는 내가 고기 대신 버섯을 준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좋아해. 바스크식 버섯볶음은 스페인 여행 때 50년이 넘게 버섯 요리만을 선보이는 식당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먹어보고 깜짝 놀랐던 쉽고 간편한 메뉴지. 좋아하는 종류의 버섯들을 올리브오일에 살짝 볶은 다음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하면 끝이야. 접시에 담고 그 중앙에 홀을 만들어 달걀노른자를 올리는 게 포인트야. 그러고는 따뜻할 때 파스타를 볶듯 고루 섞어 먹으면 되는데, 심플하지만 재료에서 느껴지는 가을 냄새가 가득해 가성비 좋은 가을 제철 메뉴로 손색없지.
바스크식 버섯볶음
재료(2~3인분)
5가지 버섯(양송이, 고기느타리, 참송이, 참타리, 표고버섯) 400g, 마늘 2쪽, 소금 2작은술, 달걀노른자 1개, 올리브오일 적당량, 후춧가루·파슬리 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버섯은 밑동을 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찢는다.
2 마늘은 저민다.
3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저민 마을을 넣어 향이 날 때까지 볶은 뒤 ①의 버섯을 넣고 노릇해질 때까지 강불에서 볶는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4 그릇에 ③을 담고 가운데에 공간을 만들어 달걀노른자를 올린 다음 파슬리 가루를 뿌린다.
5 달걀노른자와 버섯을 골고루 섞어 먹는다.
히데코에게
우리가 봄에 연재를 시작했던 거 같은데 벌써 여름이 지나고 가을 식재료 이야기를 나누다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 히데코. 난 가을이 되면 더위도 수그러들고, 밤이며 고구마며 버섯이며 식재료도 풍부해져 먹는 재미가 쏠쏠해지지. 고구마는 2년 전 수프 카페를 오픈하면서 ‘베니하루카’라는 품종을 재배해 고구마 포타주를 만들었던 추억이 있어 애착이 가는 식재료야. 한국에서도 맛탕을 만들어 먹는지 궁금하네. 우리는 옛날에 대학생들이 잘 먹었다고 해서 ‘대학고구마’라고 부르잖아, 나뿐만 아니라 딸도 좋아해 가을에는 자주 해 먹는 우리의 간식이 됐지. 히데코가 버섯 요리를 한다고 하니 예전 사도섬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어쩌다가 자연 관찰 동아리에 들어가게 돼 학교 주변 숲에서 버섯을 관찰하러 다녔던 일. 그때는 맛보다는 모양이나 색깔 등을 보면서 즐거워했는데, 이제는 식재료로 쓰고 있다니.(웃음)
고구마맛탕
재료(2인분)
고구마 250g, 식용유 적당량, 검은깨 약간
소스 설탕 30g, 벌꿀 20g, 물 1큰술, 간장 1/2큰술
만들기
1 고구마는 깨끗하게 씻어 한입 크기로 자른다.
2 160℃로 예열한 식용유에 손질한 고구마를 넣고 튀기다가 부드러워지면 180℃로 온도를 올려 노릇하게 한 번 더 튀긴다.
3 냄비에 분량의 소스 재료를 넣고 거품이 생길 때까지 약불로 끓인다.
4 튀긴 고구마를 ③의 소스 냄비에 넣고 골고루 버무린 다음 검은깨를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