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편안함이 노화를 앞당긴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돈을 써서 남에게 처리해달라고 맡기는 것이 대세다. 외식을 하는 것도 모자라 주문한 요리를 가지고 오는 일도 남을 시킨다. 계단을 오르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걷지 않고 택시를 부른다. 집을 직접 쓸고 닦지 않고 청소해줄 사람을 부른다. 자신의 본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일을 외주화한다. 그렇게 마련한 시간에는 돈을 더 쥐어짜서 벌기 위해 부업을 하거나 쾌락을 주는 활동을 늘린다. 기묘하게도 이런 일의 대부분은 중추신경계의 피로도를 높인다.
불편하게 몸을 사용해야 하는 정도를 반영하는 신체 활동량은 점점 줄어들고 더 많은 양의 신체적 쾌락을 경험했음을 방증하는 복부비만의 정도가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더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며 몸과 마음의 탄력을 잃어간다. 보상을 주는 자극을 끊임없이 좇다가 화난 중년이 된다. 그다음에 남는 것은 오래 아픈 노년이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문의는 자본주의의 편안함을 3040세대 가속노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불편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 자체가 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화를 앞당기는 악순환의 원리를 이해하고 광범위한 노력으로 그 원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해결 방법이자 그 시작으로 ‘내재 역량(Intrinsic Capacity) 경영’을 제안한다.
내재 역량이란 2015년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개념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나이 들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내재 역량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 요소 모두를 종합적으로 점수화하는데 질병 유무, 혈압, 운동 시간 등 가시적인 건강 지표뿐만 아니라 적절한 휴식, 마음 챙김, 인생의 목표와 자기 효능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를 모두 고려한다. 이유는 삶의 요소를 다면적으로 관리해야 건강한 나이 듦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 하지만 이러한 내재 역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기는 악순환, 가속노화를 불러일으킨다고.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정희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예를 들었다. “직장인의 머릿속이 중요한 업무 현안으로 가득 찰 때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단기적으로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도와준다. 하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잉 축적되면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자극적인 음식과 술을 탐닉하게 되며 운동이나 명상, 독서 같은 휴식 활동이 줄어든다. 장기적으로는 집중력,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낮아지니 더 긴 시간을 앉아서 일하는데도 업무 성과는 떨어진다. 그 결과 또다시 더 늦게까지 일을 하고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몸은 여러 가지 만성질환을 앓기 시작한다. 즉, 가속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희원 교수는 가속노화의 블랙홀 같은 수렁에서 탈출하려면 다면적인 전략을 세워 강력한 선순환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비결은 더하기가 아닌 덜어내기다. 번뇌와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우리를 현혹하는 건강식품과 보조 기구 등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내 몸에 득이 될 수 있다. 단기적인 편안함을 추구하는 가치관을 바꾸면 소비를 부추기는 자극에도 무뎌진다.” 즉, 더 높은 안목과 넓은 시각으로 내재 역량을 키우면 가속노화 시대 속 스스로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는 것.
“노화는 복리의 특성을 가지고 우리 몸을 변화시킨다.
노화의 복리 효과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지속되면 큰 변화를 가져온다.
그 결과는 일찌감치 찾아오는 치매, 신체 노쇠와 이에 따른 장애 등이다.
돈의 세계에서는 간혹 일확천금을 얻기도 하지만 노화와 질병의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요행에 기댈수록 암이나 여러 급성·만성질환이 발생해서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계기를 만들 뿐이다.”
-책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중
가속노화의 대표적인 증상 6
1 피로감 2 수면의 질 저하 3 기분 저하 4 동기 감소 5 주관적인 기억력 감소 6 운동 내구력 저하
가속노화의 요인 13
1 질병(심혈관, 신장, 대사질환, 암) 2 비만 3 유전적 요인 4 인슐린 저항성
5 낮아진 신체 능력(느려진 걸음 속도, 근력 약화) 6 담배 7 좌식 생활 8 신체 활동 저하
9 지속적인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10 술 11 부적절한 영양 상태 12 공기 오염 13 낮은 사회경제적 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