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을 향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무빙>이 공개되는 날을 ‘무(빙)요일’이라고 부를 정도다. 미국 OTT 훌루(Hulu)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등극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디즈니플러스 아태 지역에서도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리즈에 랭크됐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특히 최근엔 남다른 부성애로 가득한 ‘이재만’(김성균 분)의 서사가 작품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재만은 엄청난 괴력과 함께 빠른 스피드 능력을 소유한 인물로, 평소에는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아들 ‘강훈’밖에 모르는 순수함 가득한 아빠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애틋한 가족애를 자랑하던 재만이 일련의 사건으로 괴물 같은 능력을 드러내며 많은 이들 앞에서 그의 능력이 들통나게 된다.
작품마다 신스틸러로 활약 중인 배우 김성균이 ‘통제할 수 없는 괴력을 가진 강훈의 아빠’ 이재만으로 열연하며 해외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연극배우로 첫 연기 활동을 시작한 김성균은 2012년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최형배’(하정우 분)의 오른팔 ‘박창우’ 역할로 출연하며 첫 스크린 데뷔를 치렀다. 강력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나타낸 김성균은 제20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상,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며 데뷔와 함께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다양한 작품으로 인지도를 높이던 김성균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에서 ‘삼천포’ 역할로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아들밖에 모르는 이재만 역할로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성균을 직접 만나 <무빙> 비하인드 스토리와 근황에 대해 들었다.
“TV에 자주 나오니 아내가 신기해한다”
요즘 <무빙>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너무 좋다. 요즘은 짧은 영상이 대세인 시대 아닌가.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를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실 줄 몰랐다.
순수하고 바보스럽다가도 가족을 위해서는 돌변하는 ‘부성애 캐릭터’다. 강풀 작가가 기획 단계부터 점찍은 이유가 있을까?
강풀 작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애들 키우는 사람들은 만나면 육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일상생활이 육아니까 그렇다. 집에 있는 동안은 애들 식사를 거의 내가 챙기는 편이다. 중1, 초5, 초2 3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도 돈가스를 해줬다. 완제품을 산 게 아니라 등심을 사다가 직접 만들어줬다.(웃음) 노력을 많이 하는 아빠인데, 사실 요즘 생각이 좀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크니까 불러도 대답이 없다. 막내가 딸이고, 위로 둘은 아들이다. 대답 없는 아들들을 보면서 서운하더라. 나도 이 과정을 밟아가는구나 싶다.(웃음)
판타지물의 괴력을 가진 역할이다. 캐릭터를 잡을 때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돌변’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재만이는 평상시에는 바보 같은 캐릭터다. 그렇게 맑고 순수한 사람이 가족 일 앞에서는 돌변하며 괴력을 발휘한다. 그 외에는 무서워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재만이 행하는 폭력조차 악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출연한 류승룡 배우와는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류승룡 선배와는 식사를 자주 한다. 선배가 술과 담배를 끊었다. 그래서 지방 촬영이 있을 땐 극 중 아내로 나온 (박)보경 배우, 매니저들과 숙소 앞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애 키우는 얘기를 하곤 했다.(웃음) 얼마 전에 승룡 선배에게 문자가 한 통 왔다. ‘성균아파트’를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더라.(웃음) 워낙 베테랑 배우라 촬영하는 내내 도움을 받았다.
괴력과 함께 스피드가 있는 역할이다. 실제라면 어떤 괴력을 원하나?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날 수 있는 능력보다는 재생이 되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 어릴 때 장난치다 보면 몸에 한두 개씩 상처가 나지 않나. 스스로 세포분열을 해서 낫는 능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촬영이 없는 날엔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픽업하는 단조로운 삶이다.
그러다 보니 조금 가라앉아 있는 일상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요즘에 대중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그분들이 내게 주는 에너지가
나를 즐겁게 하고 내 삶에 환기가 되더라.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했다. 악역부터 일상 연기, 이번엔 판타지까지. 가장 편한 건 무엇인가?
편한 건 <응답하라 1994>다. 일상복을 입고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연기하지 않았나. 시대적 배경 또한 내가 겪었던 일이었고, 내가 쓰는 사투리를 썼다. 그냥 나대로 하는 연기라 편했다. <응답하라 1994>는 편했다면, <무빙>은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나는 영화 <우뢰매>를 보고 자란 세대다. 심형래 선배님이 극 중에서 “띠리리리리리” 하며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람들이 안 볼 때 텀블링을 하면서 초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변한다. 그 시절에 동네에서 텀블링 안 해본 친구가 없을 정도였다. 그걸 <무빙>이 실현시켰다. 더구나 배우로서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의미가 크다.
최근 예능 때문에 해외로 나가지 않았나. 인기를 체감했나?(최근 배우 차승원과 함께 tvN 예능 <형따라 마야로 : 아홉 개의 열쇠>에 출연해 멕시코 로케로 생활 밀착 문명 어드벤처 예능을 촬영한 바 있다.)
사실 해외에 나갔을 때는 일반 대중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 프로그램 특성상 전통 부족을 주로 만났다.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처음 예능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동안 집에서 침대에 누워 채널을 돌릴 때는 예능을 이렇게 치열하게 하는지 몰랐다. 이분들은 예능에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승원 선배가 워낙 재미있어서 힘들지만 유쾌하게 촬영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예능에 출연하고 싶다.
최근에 예능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제작 발표회도 줄줄이 참석했다. 수확하는 시기인데, 느낌이 어떤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활발하게 대중을 만나는 시기가 없었다. 아, 내 직업이 대중과 소통하는 직업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직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연 설명을 듣고 싶다.
일상이 단조롭다. 촬영이 없는 날엔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픽업하는 단조로운 삶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찌 보면 조금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요즘에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서 사람들 앞에서 웃기도 하고 나를 표현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안팎으로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얼굴 비치는 직업인데 배도 좀 넣고 미용실도 가야겠더라. 사실 그동안은 집이 양평이라 행사가 있더라도 강남에 나가서 머리하는 게 귀찮아 모자를 쓰고 나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외형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대중과 소통하면서 그분들이 내게 주는 에너지가 나를 즐겁게 하고 내 삶에 환기가 되더라.
<무빙>을 아직 보지 않은 이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부럽다.(하하) 여러분은 아직 재미있는 세상으로 갈 티켓이 남아 있는 것이다. 소중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