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구교환은 2006년 연극배우로 데뷔했다. 그는 단편영화 <아이들>(2008) 출연을 시작으로 커리어를 쌓아오다 독립영화 <꿈의 제인>(2017)에서 트랜스젠더 ‘제인’을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전형성을 탈피해 변칙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이른바 ‘개성파 배우’로 업계 관계자들에게 먼저 이름을 알렸다. 그런 그가 영화 <반도>로 시작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과 <D.P.>, 영화 <모가디슈>까지 ‘구교환의 밀리터리 4부작’을 완성하고 대체 불가한 배우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에서 복잡한 내면을 가진 킬러로 변신해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D.P.>는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힐 만하다. 특유의 유머와 겉보기와 달리 속 깊은 태도로 무거운 극 중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한호열’ 역할을 맡아 ‘<D.P.>를 정주행하는 원동력’이 됐다. 2021년 8월, 군인 잡는 군인 ‘D.P.’라는 신선한 소재와 그들이 마주한 다양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우리가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군대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직시하며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던 <D.P.>는 2023년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극 중 유머러스하고 변칙적인 면모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던 구교환을 만나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분량은 중요하지 않다. 인물 자체를 즐긴다”
시즌2까지 왔다. 아직 보지 못한 시청자들을 위한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새로운 인물들이다. 배우 지진희, 김지현, 정석용 등이 맡은 여러 명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새로운 것만큼 재밌는 게 없는 것 같다. 함께하는 배우로서 기대가 크고 함께 신을 만들어갈 때도 즐거웠다.
캐릭터는 어떻게 달라졌나?
굳이 무언가 변화를 주지는 않았다. 시즌1에서 6화를 진행하면서 만났던 호열의 모습 그대로 이어지는 게 좋았다. 그러면서 상황이 바뀐 거다. 새로운 환경과 장소, 인물을 만나면 그 사람의 다른 모습도 나오는 게 당연한 것처럼 또 다른 호열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변화라는 건 주변에서 보고 느껴야 한다. 내가 알고 있던 호열로 계속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즌1에 비해 살짝 얌전한 캐릭터로 돌아와 실망하는 팬들도 있다.(웃음)
시즌1의 호열은 조금 판타지스러운 면모가 있었다. 그것에 시청자들이 쾌감을 느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즌2 시나리오를 보고 ‘호열이가 참아왔던 것들이 터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호열은 위트 뒤에 진짜 모습을 숨기는 사람이었다. 그 스토리를 관통하면서 ‘보통 청년’ 한호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덧붙여 배우가 어떤 신념을 갖고 연기하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호열’은 ‘D.P.’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고, 시청자들이 보는 내내 즐겁고 재밌으면 된 것 아닌가 싶다.
실어증에 걸린 채 등장한다. 연기를 하는 데 주안점은 무엇이었나?
호열의 내면 상태에 집중했다.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신체적인 표현은 문장이나 단어가 입안에 있다는 식으로만 표현했다. 오히려 집중했던 건 한호열이 ‘왜 말을 못 하는지’였다. 호열이 ‘김루리’(문상훈 분)를 마주하기 전까지 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내겐 중요한 포인트였다.
시즌1의 관전 포인트는 ‘준호’(정해인 분)와의 케미스트리였다. 시즌1에 비해 더 커진 세계관과 군 비리에 집중한 메시지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을 볼 장면이 적어 아쉽기도 하다.
극 전체로 본다면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변화다. 이 작품은 ‘준호의 성장담’이다. <D.P.>의 시작도 준호고, 마지막도 준호가 돼야 한다. 시리즈를 다시 보면 알겠지만 <D.P.>의 시작도 준호의 얼굴이고 마지막도 준호의 얼굴이다. 내가 좋아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두 얼굴을 보면 준호의 표정이 달라져 있다. 이 작품 속 모든 역할이 준호의 그 달라진 표정을 향해 달려왔다고 생각한다. 호열은 그의 팅커벨 같은 존재다. 준호가 만났던 사람 중 그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인물이다.
저는 ‘당신의 주변인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 극화된 인물처럼 보여주는 게 내가 지향하는 연기다.
그래서 친근감 있다는 평가가 가장 영광스럽다.
리얼하면서도 변칙적인 것을 섞어가면서 주변에 있을 법한 친구를 연기하고 싶다
어떤 작품이든 분량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편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아니다. 분량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인물 자체를 즐긴다. 그냥 그 인물이 좋아서 하는 거지, 인물의 분량을 보고 연기를 한다면 100부작에 나와야 한다. 그저 그 인물 자체를 만나는 게 좋다.
긴 시간 함께 호흡했던 정해인은 어떤 배우였나?
참 단단한 사람이다. 사적인 농담만 나눠봐도 그 친구의 단단한 내면이 나온다. 친구는 서로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나도 그 친구와 자주 만나면서 말투도 비슷해지고, 단단해지려고 노력하게 된다. 많이 배웠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정해인이라는 좋은 동료를 얻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정해인도 나를 많이 좋아한다.(웃음)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다. 결국 어떤 배우를 지향하나?
‘당신의 주변인이 되고 싶은 배우’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 극화된 인물처럼 보여주는 게 내가 지향하는 연기다. 그래서 친근감 있다는 평가가 가장 영광스럽다. 리얼하면서도 변칙적인 걸 섞어가면서 주변에 있을 법한 친구를 연기하고 싶다. 내년엔 영화 3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1편의 주연작 공개를 앞두고 있다.
구교환이 연출한 작품은 언제 볼 수 있나?(구교환은 10년째 열애 중인 이옥섭 감독과 함께 영화, 유튜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지금은 배우가 재밌어서 연출과 배우를 같이 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화하고 싶다. 연극과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까지는 감독 지망생인 셈이다. 생각해놓은 형태는 확실히 있다. 가장 큰 구성은 주인공이 나고, 연출도 나다.(웃음) 덧붙이자면 멜로 시나리오도 하나 있다. 내가 출연하는 내 멜로는 내가 꼭 연출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