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은 또 다른 출발
여성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은 아름다움과 젊음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폐경을 겪게 되면 더 이상 여성호르몬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에 ‘여자로서 끝나버리는 것 같아 슬프다’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폐경 후 난소 기능이 종료돼 월경이 멈추면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을 수 없지만 동시에 여성호르몬의 변화에 동요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월경이 있을 때는 에스트로겐의 업다운에 따라 컨디션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폐경 이후는 파도가 없는 잔잔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업다운되던 월경주기로부터 해방돼 차분히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결과를 낼 수 있는 새 출발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도 “단지 출산의 기능만 사라질 뿐 예전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격려의 말을 보냈다. 에스트로겐의 도움이 사라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로 받아들이면 인생의 다음 단계를 긍정적으로 맞이할 수 있으니 용기를 내자.
INTERVIEW 1
폐경을 바라보는 올바른 자세
강미지 여노피산부인과 대표원장
Q 폐경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행기를 거친다고 하는데요, 이때 관리나 치료를 하면 폐경을 늦출 수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폐경 이행기는 대체로 평균 46세(39~51세)에 시작해 약 5년(2~8년)간 지속됩니다. 폐경기 시작과 함께 난소호르몬 감소에 따른 여러 질병과 노화 현상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하는 에스트로겐 보충 요법이라는 호르몬 대체 요법을 통해 폐경을 늦출 수 있습니다.
Q 폐경이 늦게 오면 빨리 오는 경우보다 건강 면이나 노화 예방 면에서 더 좋은지 알고 싶습니다.
폐경 이행기에는 자궁내막증식증이나 자궁내막암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폐경 연령이 늦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Q 폐경 후 신체는 어떻게 바뀝니까? 이에 따른 건강관리나 다이어트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폐경 후에는 비뇨생식기계의 위축으로 인해 질염, 소양증, 성교통, 빈뇨, 요실금, 빈번한 요로 감염이 생기기 쉽고 콜라겐 등 결합조직의 교원질 소실에 따른 피부 탄력성 저하, 피부층이 얇아지거나 인대와 연부조직의 교원질 감소로 근골격계의 통증이 심해집니다. 이로 인해 신체 활동이 둔해지면서 칼로리 소모도 감소하므로 체중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식이 조절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가벼운 신체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Q 가급적이면 호르몬 약물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여성호르몬 치료는 폐경 초기 증상인 열성 홍조, 질 위축 치료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또한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골다공증성 골절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죠. 다만 호르몬 치료의 금기증을 가진 환자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호르몬 치료를 계획해야 합니다.
Q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갱년기 건강기능식품은 호르몬제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보통 건강기능식품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함유해 안면 홍조와 같은 혈관운동장애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여성호르몬 부족에 따른 골다공증이나 골절 예방이 필요하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호르몬 대체 요법을 제대로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폐경을 접하는 여성들에게 당부할 말씀이 있다면요?
초경이 자연스럽게 오듯 폐경 역시 여성이라면 누구든 맞이하는 상황입니다. 폐경 이후 삶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건강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폐경기 이후 증가하는 심혈관질환이나 골밀도 감소에 따른 골절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폐경기 불편한 증상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이나 호르몬 대체 요법을 고민 중이라면 폐경기 이후 삶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하길 바랍니다.
INTERVIEW 2
조기 폐경, 절망하긴 이르다
김재원 서울라헬여성의원 원장
Q 요즘은 조기 폐경을 겪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조기 폐경이란 40세 이전에 폐경이 되는 것으로 1~4%의 여성에게 찾아오는 질환일 정도로 상당히 흔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원인은 난소 기능 이상, 자가면역질환, 염색체 이상, 항암 요법이나 방사선치료를 받는 경우, 난소 제거술을 받은 경우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실은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Q 초경을 빨리하는 사람이 폐경도 빨리하는지 궁금합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폐경 나이는 유전적인 부분이 있으나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최근 초경 나이는 점점 빨라지고, 폐경 나이는 점점 늦어지는 추세입니다. 이는 식습관과 생활 습관의 변화로 인한 신체와 호르몬 변화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조기 폐경 여부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사실 조기 폐경의 원인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조기 폐경이 될 것이란 것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신을 원한다면 전조 증상이 있는 경우 빨리 병원에 방문해 조금이라도 난소 기능이 유지될 때 최대한 임신 시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난소 기능을 혈액검사로 간단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30대 이후 임신을 원하는 여성이라면 난소 기능에 대한 혈액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평균보다 난소 기능이 저하돼 있다면 더 이상 기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임신을 서두르는 게 중요하겠죠.
Q 조기 폐경을 맞이한 여성에게 조언해준다면요?
폐경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삶의 한 과정입니다. 남들보다 빨리 찾아왔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조기 폐경 대상인지를 빨리 발견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월경주기와 기간, 양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월경을 기록하는 앱도 많이 나와 있어 이것을 이용하면 좀 더 편리하게 자신의 패턴을 체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변화가 감지되면 전문가와 상담하길 권합니다. 조기 폐경 진단을 받는다 하더라도 포기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건강을 위해 호르몬 치료와 정기검진을 꾸준히 병행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지내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