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을 물에 씻다가 사라져 어리둥절해하는 유명한 너구리 영상이 있다. 그 영상 속 주인공이 바로 라쿤이다. 이름 자체부터 ‘씻는 곰’이라는 뜻을 가진 라쿤은 사람처럼 손을 사용하는 것이 능숙하다. 개그우먼 박이안은 특수 동물에 관심을 가지고 키우고 싶어 알아보다가 라쿤 ‘꾸룽이’를 입양하게 됐다. 특수 동물인 만큼 공부도 많이 하고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직접 키우는 사람들의 영상과 글도 열심히 봤지만, 초보 엄마처럼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렵고 서툴렀다.
손을 잘 쓰는 꾸룽이는 서랍을 열어 온갖 물건을 다 꺼내고 전선을 씹어 먹거나 벽지를 다 뜯어놓았다. 몸집이 작을 때는 산책도 시키고 활동적으로 놀아주었지만, 점점 커지면서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고. 그래서 집에서 지내는 날들이 늘어나게 됐다. 집안을 어지럽히는 것은 괜찮았으나 전선이나 물건이 엎어지면서 꾸룽이가 다칠까 봐 활동 영역을 제한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정말 나와 사는 게 행복한 걸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런 박이안과 꾸룽이, 고양이 3마리 망고·베리·겨울 가족에게 좋은 기회가 생겼다. 최근 다락방이 딸린 2층 구옥으로 이사했는데, <펫대로 하우스>를 만나 ‘환골탈태’한 집으로 바뀐 것. 특수 동물 전문 김용안 수의사와 고양이 행동 교정 전문가 나응식 수의사는 라쿤과 고양이의 동선을 분리하고, 손을 잘 쓰는 꾸룽이를 위해 모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이안 역시 집 안에서라도 꾸룽이는 물론 고양이 망고, 베리, 겨울이가 활동적으로 놀 수 있는 집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여기에 박지현 인테리어 디자이너만의 노하우가 더해진 집은 그야말로 동물들을 위한 ‘오락실’ 같은 집으로 변신했다. 먼저 손을 잘 쓰는 꾸룽이의 안전을 위해 중문을 설치하고 중문 안쪽에 번호 키를 달았다. 드레스 룸과 화장실, 침실 등 모든 문에도 번호 키를 달고 드레스 룸과 고양이 다락방으로 연결되는 주방 문에는 고양이들만 통과할 수 있는 작은 구멍을 냈다. 거실 바닥은 미끄러지지 않는 펫마루와 포인트가 되는 화려한 패턴의 타일을 반씩 시공했는데, 화장실과 연결된 타일 바닥은 동물들이 씻고 나왔을 때 물이 묻어도 손상이 적어 기능적으로도 유용하다. 꾸룽이가 자신의 놀이방뿐만 아니라 거실에서도 편하게 놀 수 있도록 한 박지현 디자이너의 배려는 곳곳에 묻어났다. 강화유리로 제작한 거대한 티브이장은 모든 전선을 안으로 숨겼고, 서랍장과 함께 열쇠로 열 수 있도록 제작했다. 또한 구멍이 곳곳에 뚫린 소파는 고양이들이 놀면서 쉴 수도 있는 숨숨집으로 만들어졌다.
소파에서 바로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꾸룽이의 새로운 안식처다. 밝은 나무 가구와 귀여운 조명, 컬러풀한 패턴 타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계단과 미끄럼틀 같은 경사진 곳, 구름사다리, 캣휠까지 꾸룽이의 활동성에 힘을 실어줄 다양한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문에는 고양이들만 드나들 수 있는 작은 구멍도 내어 꾸룽이와 잘 어울리는 망고를 위한 출입구가 됐다. 고양이 다락방으로 연결되는 주방에는 고양이들이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계단식 수납장을 배치했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포근한 그린과 옐로 컬러의 아늑한 공간이 나온다. 이사 왔을 때의 모습 그대로 방치했던 다락방은 이제 고양이들을 위한 진정한 아지트가 됐다.
박이안은 “저도 이 공간이 좋아서 이사를 결심한 것도 있는데, 바뀐 인테리어를 보니 정말 감동이었어요. 고양이뿐만 아니라 저도 이곳을 아주 자주 찾게 될 것 같아요”라며 “반려동물들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집을 원했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실현될 줄은 몰랐어요.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 정말 기뻐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수 동물 입양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모든 동물이 마찬가지지만 라쿤 같은 특수 동물의 파양은 정말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예요. 당장 귀여움에 끌려 섣불리 입양을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를 아는 박이안와 그녀의 반려동물 라꾼 꾸룽이, 고양이 망고·베리·겨울이가 만들어갈 즐겁고 행복한 일상이 그려지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