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학교-서울예고-이화여자대학교까지 이어진 엘리트 무용수로서의 활동을 뒤로하고, 졸업 후 25년간 광고대행사, 영화사, 수입 자동차 회사, 글로벌 뷰티 및 패션 인더스트리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리테일 등 다채로운 커리어를 쌓아온 그 이름 류지연. 현재 그녀는 에트로코리아의 전무가 돼 솜사탕처럼 달콤한 중학교 2학년 딸, 알사탕처럼 귀여운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함께 행복한 워킹맘 라이프를 이어가고 있다. 무려 30여 년 전, 그녀의 어머니가 애정을 쏟아 VIP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 에트로에 2021년 입사하며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류지연 전무의 우아함과 사랑이 가득한 패션 이야기.
현재 전무로 일하는 에트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에트로는 60여 년 전, 당대 명품 브랜드들에 최고급 패브릭을 제공하던 섬유 회사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인 노마드 라이프에 어울리는 보헤미안 스타일과 유니크한 페이즐리 프린트를 앞세워 이탈리아의 대표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어요. 재작년 에트로의 대대적인 리브랜딩 이후 입사를 제안받았는데, 새롭게 태어날 에트로의 역사적인 순간에 저의 역량을 더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입사를 결정했습니다. 에트로는 자유롭고 혁신적인 믹스매치 스타일 그리고 7가지 면사를 엮어 만든 자카르 캔버스에 코팅을 한 아르니카 라인이 가장 유명하니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에트로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사랑’이죠! 저는 제가 몸담은 브랜드와 금세 사랑에 빠져버리는 ‘금사빠’랍니다.(웃음)
에트로에서 가장 좋아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을까요?
새롭게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르코 드 빈센조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는 벨라 백과 러브트로터 백, 이 2가지예요. 세계를 항해하는 배의 돛에서 영감받아 유연하고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만든 벨라 백은 이탈리아 장인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가죽 핸드백이고, 지속 가능성을 선도하는 귀여운 러브트로터 백은 헤리티지 아카이브 패브릭을 재활용해 만들었어요. 러브트로터 백은 나라마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해 특별함을 더했습니다.
패션업계에서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 졸업 후 광고대행사 인턴을 거쳐 영화사 기획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 후 랑콤, 비오템 등 글로벌 코즈메틱 기업으로 이직해 브랜드 홍보팀에서 일하던 중 저와 10여 년간 함께 일했던 상사가 제가 패션업계와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에스카다코리아 팀으로 추천해주셨어요. 에스카다코리아에 다니며 두 자릿수 성공을 일구었고, 이후 MCM코리아로 이직해 브랜드 최고 매출을 달성했죠. 처음으로 리테일에 도전한 구찌에서는 구찌 가옥의 총괄을 맡기도 했어요. 그리고 지금 에트로코리아의 마케팅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저를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SNS에서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합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정의한다면?
여러 가지 스타일을 시도해보는 편인데, 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꼽자면 단정한 슈트와 심플하고 우아한 올드머니 룩이에요. 하지만 너무 틀에 박히거나 지루한 룩은 심심할 수 있으니 약간의 트위스트를 주는 것을 선호합니다. 예를 들어 매니시한 점프슈트에는 페미닌하거나 화려한 주얼리를 더해 글래머러스함을 보강하고, 보헤미안풍 블라우스에는 캐주얼한 데님 팬츠를 매치해 과한 여성스러움을 중화하는 식이죠. 정리하자면 클래식에 기본을 두고 반전 요소를 넣되 그날의 TPO(시간, 장소, 상황)와 분위기에 맞춰 입는 것이 저의 스타일이에요.
평소 스타일링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멋지게 소화해낸 사람들을 보면 늘 감탄스러워요. 저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패션 아이콘인 리 라지윌 그리고 제인 버킨과 캐롤린 베셋 케네디, 전성기 시절의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모스, 시에나 밀러, 클로에 세비니에 빠져 있는데 핀터레스트 사이트를 통해 눈길이 가는 룩을 저장한 다음 제가 가진 아이템을 바탕으로 좀 더 유니크한 스타일링이 되게끔 응용하고 있어요. 영감은 언제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고, 그걸 일단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보고 나면 이후에 더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눈길이 가거나 위시 리스트에 담은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고급스러운 트위드로 사랑스러운 룩을 창조해내는 디자이너 권순일의 브랜드, 순일(SOONIL)이에요. 또 이번 시즌의 생 로랑과 프라다, 미우미우도 위시 리스트에 담겨 있답니다. 컬러 매칭과 레이어드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프랑스 브랜드 세잔느 또한 직구를 통해 자주 구입하는 편이에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어떤 스타일이라도 자신만의 바이브로 자연스럽고 시크하게 소화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아요. 제가 저장 중인 핀터레스트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몇 명만 꼽자면 린드라 메딘, 제나 라이온스, 메리케이트 올슨과 애슐리 올슨 자매, 방송인 알렉사 청,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가 있어요.
나만의 쇼핑 철칙이 있나요?
소재와 사이즈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옷은 되도록 입어보고, 만져보고, 잘 살펴본 후 구입해요. 직접 입어봐야 옷이 나와 잘 어울리는지 정확히 알 수 있고,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과 매칭 가능한지 충분히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죠. 또 한 가지는 정말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하면 고민 없이 구입하는 거예요. 품절된 아이템은 다시 찾을 수 없으니까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클래식하고 스테디한 패션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사실 소속된 패션 브랜드가 있기 때문에 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아이템을 마음껏 착용하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중요한 자리는 물론이고 캐주얼한 청바지를 입어도 품격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꼽자면 샤넬 2.55백과 에르메스 백입니다. 그 밖에 까르띠에 웨딩 시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앤티크 가드 링 세트 또한 제가 평생 간직할 소중한 보물들이에요.
올가을, 꼭 준비해야 할 패션 아이템을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에트로의 미니 벨라 백! 어깨에 메는 순간 착 달라붙는 착용감을 모두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미니 버전 벨라 백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시즈널 팝 컬러는 가을의 경쾌함을 배가시킬 것입니다.
패셔너블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옷을 많이 사서 입어보는 거예요.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에게 맞거나 맞지 않는 스타일을 알아볼 수 있게 되거든요. 직접적인 체험이 쌓여 노하우가 되고, 패션에 대한 센스와 감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패션이란 투자한 만큼 배우고 남는 것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국내 수입 명품 브랜드 1세대인 에트로코리아의 마케터로서 더 젊고 모던한 고객들을 유치하는 게 중요한 시점입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가치를 한국의 고객들에게 제대로 어필해 국내 최고의 이탈리아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이 저의 현재 목표예요. 에지 있는 브랜드로 에트로를 포지셔닝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분석한 후 기대치에 부응할 만큼 만족도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함께 교감한다면 감동과 신뢰를 주는 브랜드로서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제가 리포지셔닝한 에트로가 최고가 되는 그날까지, 함께 박수 받는 그날까지 꼭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