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불법 촬영 여부가 관건”
지난 6월 25일 인스타그램의 한 이용자가 자신을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하며 황의조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고 피해를 주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이와 함께 황의조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에 나온 남성은 황의조와 문신의 위치 등이 유사했지만, 좋지 않은 화질 탓에 진위 여부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황의조 측은 다음 날인 6월 26일, 곧바로 “그리스에서 뛰던 시절 휴대폰을 분실했고 그 이후 금전적인 협박을 받아왔다”며 불상의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인스타그램 게시 글은 곧바로 삭제됐고, 경찰은 황의조의 사생활 영상 게시자 신원 확보를 위한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 수사에서 황의조는 ‘불법 영상 유포’의 피해자인 상황.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피해자 겸 가해자가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영상 속 촬영된 여성들이 동의하지 않은 사실이 한 건이라도 나올 경우 가해자가 되기 때문. 여성들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1명이라도 “촬영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진술할 경우 황의조는 실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25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 글의 제목은 ‘국가대표 축구 선수 황의조의 사생활’이었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저는 황의조와 만났던 여자다. 그는 상대와 애인 관계인 것처럼 행동하며 잠자리를 취하고 다시 해외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관계 정립을 피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여성을 가스라이팅했다. 수많은 여성분이 저와 비슷하게 당했고 그중에 연예인도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의조 휴대폰에는 여성들의 동의하에 찍은 것인지 몰카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다수 존재한다.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폭로했다. 황의조가 상의를 벗고 있는 영상도 함께 게재했다. 온라인에는 “황의조 동영상을 판매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황의조는 다음 날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6월 24일 FC서울 소속으로 마지막 경기를 소화한 뒤 황의조 측은 사생활을 폭로한 글과 사진을 올린 계정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 사생활 추정 글과 사진,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자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협박 등의 혐의로 게시 글 작성자를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한 것. 6월 29일에는 자필로 쓴 입장문에서 “불법적인 행동을 한 사실이 없다. 최초 작성된 글 내용 역시 사실무근이다”라고 강조했다. “연인 관계의 인물이 쓴 글이 아니라 휴대폰을 그리스(올림피아코스 FC)에서 뛰던 시절 분실했는데 그 후 지속적으로 협박에 시달려왔다”라는 게 황의조 측의 설명이다. 황의조의 매니지먼트사인 UJ스포츠는 곧바로 낸 입장문에서 “황의조 선수의 사생활과 관련해 근거 없는 내용의 루머, 성적인 비방이 유포된 것을 확인했고, 직후부터 사실무근의 루머를 생성·확산한 유포 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를 진행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현재 SNS를 통해 업로드된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협박한 이들 외에 영상을 구매하거나 유포한 이들도 모두 처벌해달라는 게 황의조 측의 요청이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로 수사 주체를 바꿨다. 지난 7월 1일 황의조를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인스타그램에 황의조의 사생활을 폭로한 글이 올라온 계정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최근 이를 회신받아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유포자는 고소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황의조 측에 추가폭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메일로 “6월30일까지 고소 취하하지 않으면 사생활을 다 공개하겠다”는 2차 협박을 한 것이다.
사생활 논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황의조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에도 인스타에 황의조 사생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황의조가 교제 중이던 여성이 있었지만 다른 여성을 만나 양다리를 걸쳤고 잠자리를 가진 뒤 연락이 두절됐다는 내용이 확산됐다. 황의조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성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도 공개됐다. 황의조는 “6개월 만난 여자친구에게 논 거 다 걸렸다. 운동 집중도 안 되고 신경이 너무 쓰인다.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결국 이렇게 됐다”고 얘기하며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여성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캡처돼 논란이 되자 황의조는 자신의 SNS 계정을 폐쇄했다.
하지만 황의조는 2018년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발탁되며 ‘붙박이 국대 주전’으로 성장했다. U-23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그를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선발하자 인맥 축구와 사생활 논란이 거론됐지만, 아시안게임에서만 9골을 폭발시킨 황의조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프랑스 리그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주전 공격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황의조가 K리그 선수에서 유럽파 붙박이 국대 주전으로 성장하면서 2016년 사생활 논란도 자연스레 사그라졌다.
다시 황의조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2016년 사건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여성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2023년 발생한 논란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단 황의조는 유포자를 형사 고소했으므로 피해자에 해당한다. 본인의 휴대폰 속 사진이 동의 없이 온라인에 유포된 것은 명백한 피해에 해당하기 때문.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자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설사 게시자가 황의조와 실제 연인 관계였고 피해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황의조의 의사에 반해 영상을 유출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 해당한다.
만일 게시자가 황의조 측의 주장대로 연인 관계가 아니라 단순 협박범이라면 피해자는 2명으로 늘어나 형량이 더 무거워진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황의조의 불법 촬영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황의조 측의 주장처럼 휴대폰 속 촬영물들이 합의하에 촬영된 것이라면 황의조에게 적용될 위법 사항은 없다. 현재까지 언론에 나온 사실관계는 유포자의 폭로 내용, 황의조가 밝힌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상황은 황의조 측의 해명이 사실일 가능성이 더 높다.
만약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불법 촬영이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에 의해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촬영 동의 여부는 상대방이 카메라를 보는지, 촬영 전후 대화, 카메라가 놓인 위치, 카메라 고정 여부, 촬영자 사이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불법 촬영은 처벌받는다.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황의조 상황을 가정해 불법 촬영이었을 경우 양형을 묻는 질문에 판사, 판사 출신 변호사들은 모두 실형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근 성범죄 관련 양형이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두 건 이상의 불법 촬영물이 있다면 성관계는 동의했다는 전제하에 징역 2~3년 이상을 선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나에게 사건이 왔다면 동영상 등을 고려해 범죄의 정도와 피해 규모 등을 봐야겠지만 징역 2~3년은 기본으로 선고하지 않겠냐”며 “유명 스타 선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더 무거운 형(실형)을 선고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직 판사 역시 “가정이 너무 구체적이지 않아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요새는 불법 촬영도 강간에 준할 만큼 엄하게 처벌하는 게 추세”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하지만 경찰의 추가 조사(7월 1일) 다음 날인 7월 2일, 황의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팀(노팅엄 포레스트 FC) 복귀를 위해 출국했다. 일단 경찰이 황의조의 불법행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판단이 나오는 지점이다.
경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황의조를 불법 영상 유포의 피해자라면서도 불법 촬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상황. 아직 축구 선수로 한창인 황의조를 향한 우려가 계속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