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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투병,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고백

해외 건설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인 능력 있는 사업가이자 유명 연예인들과 엮인 사생활로 유명했던 재계의 풍운아. 바로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80세)이다. 그의 근황을 전한다.

On July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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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동아그룹이 해체된 뒤에도 연예인들과 엮인 사생활로 언론에 등장했던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최근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시한부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돌이켜보며 그는 “(동아그룹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면서도 해체 과정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재계의 풍운아에서 이제는 동아예술대학교 등이 소속된 학교법인 공산학원의 이사장으로 지내고 있는 최원석 전 회장의 근황을 살펴봤다.

재계 10위권까지 동아그룹 키워낸 사업가

동아그룹 창업주 최준문 명예회장의 아들로 1943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한양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미국 조지타운대학교를 졸업했다. 귀국 후 동아건설과 대한통운 대표이사 사장, 대전문화방송 사장, 동아생명 회장 등을 거쳐 동아그룹 회장이 됐다.

최원석 전 회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엄청난 사업 수완을 보였다. 20세기의 대역사로 평가받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하며 동아건설을 세계적인 건설사로 성장시켰다. 대한민국의 예산이 10조원 안팎이던 시절, 3조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으니 말이다. 재계 10위권에 동아그룹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최 전 회장의 추진력 덕분이었다. 리비아 최고지도자 카다피와 친해져 최 전 회장은 카타피를 카 선생이라고 부르고, 카다피는 최 전 회장을 ‘헤잔님(회장님)’이라고 불렀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동아그룹의 위기가 시작됐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논란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고, 1997년에는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경영권을 내놓아야 했다. 2004년 법정 구속되기도 했던 최 전 회장은 2008년 사면된 뒤 교육 재단 이사장으로 ‘사업’과는 거리를 둔 채 지내왔다.

최원석 전 회장이 최근 MBC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소비더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시한부 투병’ 사실을 알려왔다. 구체적인 병명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그는 과거에 비해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최 전 회장은 각종 보도를 통해 사생활이 더 널리 알려졌던 인물이다. 세 번 결혼했는데 상대가 모두 스타(배우 김혜정, 가수 배인순, 장은영 전 아나운서)였다. 김혜정은 1960년대 보기 드문 서구적 마스크와 풍만한 몸매로 유명했고, 배인순은 펄시스터즈 출신으로 인기가 높았던 스타였다. 장은영 전 아나운서 역시 단아한 외모로 KBS1 <열린음악회>를 진행해 인기가 많았던 방송인이었다. 최 전 회장과는 27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1999년 결혼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장 전 아나운서와도 2010년 이혼하며, 세 번의 결혼 생활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두 번째 배우자였던 배인순이 방송이나 책을 통해 결혼 생활에 대해 공개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배인순의 책 출간을 놓고 가처분 소송을 하는 등 갈등도 있었다. 성수대교 붕괴 후 동아건설을 향한 부정 여론이 높았던 상황에서 배인순의 결혼 생활 회고가 동아그룹 해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배인순은 실제로 MBN 예능 <속풀이쇼 동치미>에 출연해 최원석 전 회장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부부 생활이라는 게 크게 나쁘지 않았는데 시어머니 때문에 (힘들었다). 지금은 누구 때문이라고 말을 하는 게 죄송스럽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최 전 회장의 외도도 언급했다. 배인순은 “매일 눈뜨면 오늘은 또 어떤 여자일까 (생각했다). 집 안에만 있다 보니까 바깥소문을 잘 몰랐다. 나만 몰랐다”며 “(친정어머니가) 참고 견디라고 했다. 10년만 참으면 남편이 철들고 돌아오겠지 싶어서 애들 키우는 데 집중했다”고 결혼 생활을 회고했다.

이처럼 언론에 세 번의 결혼과 이혼 과정 등 ‘부정적인 사생활’이 더 많이 거론됐던 최원석 전 회장. 최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 전 회장은 “사생활 문제도 너무 직선적으로만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언론에는) 그런 얘기만 남는 것은 아는데 그게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 한다. 술도 먹어야 하고 파트너도 불러야 하는 것은 기업 하는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사생활 (관련 소문)이 10가지라고 하면 하나도 믿지 마라. (배우자 외에) 여자들이 많이 있겠지 생각하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 뭐 그런 게 있었다고 한다면 (피해 여성들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데 고소가 하나도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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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언론에서 한 얘기들 모두 사실 아니다.
재벌이고 뭐고 간에 평범한 가정을 이뤄서 말썽 없이 사는 게 행복인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사업을 할 것”

재혼 과정에서 제기된 불륜설 등에 대해서는 “(내가) 장사고 그래서 두 사람 데리고 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좋다면 여한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그런 사생활 얘기로) 나를 팔아서 먹고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라. 세상에 알려진 것처럼 그렇지는 않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최 전 회장은 재계 10위권 시절 본인의 경영 능력을 허심탄회하게 평가했다.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는 질문에 “젊었을 때 사우디 가고 리비아 갔던 때가 좋았다”며 “다시 태어나도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에 대해서는 “선거철만 되면 (선거 자금 요구로) 아주 골치가 아팠다”며 “잘 분배해야 하는데 싫은 사람은 아예 안 주고 좋은 사람은 주고 그래서 잘 분배를 못 했다. 못 받은 사람들은 감정이 많이 안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동아그룹 해체’에 대해 정치권의 재벌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 2003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벌 길들이기 1호가 동아그룹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20년이 지난 2023년 이뤄진 인터뷰에서도 최 전 회장은 동아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과정부터 해체까지 일련의 조치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 전 회장은 “(당시 채권단인 은행의 조치는) 엉터리였다”며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기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기업을 잡으려고 한 것 같다. 처음에는 믿지도 못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동아그룹에 대해서는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원석 전 회장은 “(동아그룹이 폭삭 망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동아그룹 사람들이 망했으면 좋았었겠냐”며 “거의 (모든 언론이) 다 그렇게 폭망 스토리로 썼다. 동아그룹 사람들이 보면 지금도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남은 시간 별로 없어) 좀 더 잘했었음 좋았을 것 같다.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더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된다”며 “재벌이고 뭐고 간에 평범한 가정을 이뤄서 말썽 없이 사는 게 행복인 것 같다.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게”라고 털어놨다.

동아그룹 회장직을 내려놓고, 교육 법인의 이사장으로 10년 넘게 살아온 최 전 회장은 건강이 악화되면서 출근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한다. 공산학원 관계자는 “이사장님은 건강 문제로 매일 출근하지는 못하신다”며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 (언론 인터뷰 등) 더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하시는 상황”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유튜브 <쇼비더머니> 화면 캡처
2023년 08월호
2023년 08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 유튜브 <쇼비더머니>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