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에서 국빈 대접… 만수르와 손잡고 연구 매진하는 근황 공개
2005년 8월 황우석 당시 서울대 교수는 사냥개의 일종인 아프간하운드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며 언론 앞에 100일 된 강아지를 공개했다. 황우석 박사는 이미 젖소를 복제하는 데 성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복잡하다고 알려진 개 복제를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논문 조작 등 대국민 과학 사기극과 함께 황우석 박사는 서울대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15여 년이 흐름 지금,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넷플릭스는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 : 황우석 박사의 몰락>을 통해 황우석 박사를 찾았다. 황 박사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낙타 복제를 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과거의 실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복제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게 아니라 과학일 뿐”이라고 말하며 생명공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황우석 박사. 논란 이후 한국을 떠나야 했던 황우석 박사의 최근 행적을 살펴봤다.
UAE 가기 전까지 끊임없는 명예 회복 시도
복제견 ‘스너피’(서울대 영문 약칭 ‘SNU’와 강아지를 뜻하는 ‘puppy’를 합친 이름)를 공개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자이자 영웅으로 평가받았던 황우석 박사.
그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1995년이다. 매스컴에 몇 차례 등장해 친숙한 수의사이자 서울대 교수였던 황우석 박사는 송아지 핵이식 복제에 성공하며 주목받았다. 4년 뒤인 1999년 황 박사는 복제 양 돌리와 같은 기술을 사용한 복제 소 ‘영롱이’를 만들어낸다.
언론을 아는 스타 과학인의 행보에 ‘국민 영웅’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1,000억원이 넘는 정부와 민간단체 지원금이 건네졌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복제한 백두산 호랑이 새끼를 북측에 선물하는 계획을 황 박사에게 맡길 정도였다.
최중요 인물로 대통령급 경호를 경찰에서 황 박사에게 제공했고, 국회에서는 황 박사에게만큼은 특혜를 주어 영수증 없이도 연구비를 지원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기업들도 앞다퉈 황 박사 지원에 나섰다. 당시 대한항공에서는 황 박사에게 평생 퍼스트 클래스를 무료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황우석 기념우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말, 희대의 광기 어린 줄기세포 사태 중심에 서야 했다. 발표한 줄기세포 관련 논문은 ‘윤리 의식’이 부족했다. 연구에 쓰인 난자는 기증이 아니라 구매한 것이었고, 논문 속 결과도 조작된 것이었다. 배양에 성공했다고 밝힌 11개의 줄기세포 중 최소 9개는 거짓이었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의 보도로 황 박사의 대국민 사기극은 드러났다. 서울대 교수직에서 해고됐고, 조작된 논문을 발표하고 진실인 것처럼 과장해 20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받아낸 혐의 등으로 2006년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황우석 박사는 그렇게 조금씩 대중의 기억에서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모습을 드러낸 황우석 박사는 ‘복제’ 기술을 연구하며 살고 있었다. 황 박사는 UAE 아부다비 바이오테크 연구센터에서 동물 복제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통령을 자신의 ‘보스’라고 소개했다. 만수르 부통령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팀인 맨체스터 시티 FC 구단주로, 국내에서도 ‘만수르’로 널리 알려진 인물. 황 박사는 그의 초청을 받아 이곳에 정착했고, 낙타 복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박사가 중동에 머물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무렵으로 알려졌다. 2016년 UAE 공주이자 푸자이라 지역 왕세자빈인 라티파 알 막툼의 죽은 반려견을 복제해준 것을 계기로 중동과 연이 닿았고, 지난해 10월 아부다비 생명공학연구원을 설립하고 낙타와 종마 복제 등을 연구 중이다.
UAE에서 그동안 낙타를 얼마나 복제했냐는 질문에 “150마리가 넘는다”고 답한 황 박사. 황 박사는 UAE에서 1,000억원이 넘는 가치의 낙타가 숨진 지 10여 년 만에 다시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11마리를 복제해낸 것.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낙타는 중동 지역에서 가치 있는 재산이다. 군용과 스포츠용으로도 쓰인다. 가격이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귀한 애완동물로, 수십억원에도 거래된다. 그래서 중동 부자들은 우수한 낙타 사육과 번식에 공을 들인다. 종마도 경주마 번식에 쓰이기 때문에 우수 품종은 수백억원을 호가한다. 낙타와 종마 소유주들에게 복제는 또 다른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UAE와 손을 잡은 것이다.
황 박사는 지난 10여 년의 삶에 대해 “사막 가운데 생활과 하루하루가 저의 지나온 삶 발자취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는 것 같다”며 “한국의 역사와 또는 저의 삶의 지나간 그 궤적들이 고통도 있겠고 영광도 있고 하지만 이것 역시 지울 수도 없고 나의 모습이었다”고 털어놨다.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길을 걷고 싶다”
황우석 박사는 중동으로 가기 전까지 명예 회복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2006년 서울대 수의대 제자들과 함께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을 세운 그는 2007년 골든리트리버와 비글 등 개를 복제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개 복제 회사가 됐다. 2008년에는 중국 사자견 티베탄 마스티프와 상업적 목적의 반려견을, 이듬해에는 9·11 사태 당시 인명구조견으로 활약했던 트래커를 복제했다.
2015년 기사에 따르면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개 복제를 하려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호황이었다고 한다. 반려견의 경우 복제 비용이 건당 10만 달러 이상임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었다고. 연간 매출액만 300억원이 넘을 정도였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복제견 1,000마리 이상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박사는 여러 국가와 복제 관련 사업도 진행했다. 2011년에는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카다피 전 국가원수에게서 낙타 복제 관련 투자 제의를 받았는데 반정부 시위로 정부가 무너져 무산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등과 함께 매머드 복제에 참여했다. 복제에는 실패했지만 황 박사는 넷플릭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보안 사항이지만 생세포를 확보했다”고 귀띔했다.
넷플릭스 제작진은 황 박사의 논문 조작을 고발한 <PD수첩> 제작진과 제보자의 인터뷰 등도 함께 담았다. 과학자에게 윤리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거듭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황 박사가 ‘도와주고 싶다’고 제안했던 난치병 환자 가족의 사례도 보여주며 ‘유전공학’과 ‘복제’의 의미를 다루고 있다.
황우석 박사는 매스컴과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일까, 아니면 작은 잘못에 비해 과도하게 낙인찍힌 천재일까? 황 박사는 다큐멘터리 말미에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다시 태어나서 제 인생의 길을 다시 선택할 기회가 있다면 똑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