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항상 아빠가 되는 것을 꿈꿔왔다.”
2세 출산을 앞두고 가진 한 인터뷰에서 배우 송중기가 한 말이다. 만삭의 아내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함께 참석한 칸영화제에서도 국내 취재진에게 “솔직히 말하면 온 신경이 곧 나올 아기한테 가 있다”라며 “영화제 일정을 후딱 끝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진심으로 아빠가 되고 싶어 했다.
한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은 송중기. 그는 2022년 봄부터 아내 케이트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빌라에서 함께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혼 관계이던 2022년 당시 케이티의 나이는 송중기보다 1살 많은 37살로 초산을 준비하기엔 다소 나이가 많았다. 아빠가 되기를 꿈꿔온 송중기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고 간절한 마음으로 임신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점상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촬영을 모두 마치고(8월 초) 방송이 시작될 무렵(11월 중순) 임신 소식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송중기의 행보를 보면 당장 그 사실을 발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송중기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사생활 이슈가 불거지는 것은 동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드라마 종영 직후 열애 사실을 공개하고, 한 달여 뒤에 혼인신고를 하고 임신 소식을 발표했다.
하지만 송중기에게는 이미 확정된 스케줄이 빡빡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2월 중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기완> 촬영을 위해 케이티와 함께 헝가리로 출국했고, 5월에는 영화 <화란>이 공식 초청된 제76회 칸영화제에도 케이티와 동행했다. 칸에서도 송중기는 국내 취재진에게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볼 것이다. 사진 많이 찍어달라”고 공식적으로 부탁했을 정도다. 만삭의 아내와 행복한 모습을 취재진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남겨두고 싶어 할 만큼 송중기는 행복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고 싶어 했다.
아이 국적은 2개
아내 케이티에 대한 배려도 돋보인다. 신혼집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595㎡(180평) 단독주택을 마련해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로 재건축했다. 케이티가 임신하자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친정 식구들을 데려와 신혼집에서 함께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결혼과 임신 사실을 공개한 이후 스케줄은 이탈리아와 가까운 유럽권인 헝가리였고, 칸 역시 이탈리아와 근접해 있다.
만삭인 아내와 한국으로 돌아오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대신 아내에게 익숙한 로마로 향해 순산을 도왔고, 한동안 신생아 육아도 현지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를 둔 덕분에 송중기·케이티 부부의 2세인 아들은 국적이 2개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인 송중기의 아들이니 한국 국적을 갖는다. 대한민국 국적법은 부모양계혈통주의(속인주의)를 표방해 출생 당시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한국 국적자이면 자녀도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갖게 된다.
영국 국적법 역시 해외 출생 자녀의 경우 부모 가운데 1명이 영국 시민권자이면 2세는 자동으로 영국 시민권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영국 국적도 갖게 된다. 다만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이탈리아 국적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탈리아 역시 속인주의.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속인주의를 표방해 부모 가운데 1명이 이탈리아 국적자여야 이탈리아 국적이 부여된다.
물론 18살이 될 때까지 이탈리아에서 살며 현지 정규교육을 받아 이탈리아어가 모국어인 경우 성인이 되면 이탈리아 국적을 신청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장은 송중기와 케이티, 그리고 신생아인 아들이 이탈리아에서 함께 지내지만 아들이 조금 더 커서 별 무리 없이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질 때쯤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기 때문이다.
“나이 먹는 것이 두렵지 않다”
한편, 송중기의 경력 단절 발언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매체 시나연예는 최근 송중기와의 인터뷰 기사를 공개했다. 인터뷰는 혼인신고를 마치고 유부남이 된 송중기가 6월 14일 2세 출산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인터뷰는 결혼과 신혼 생활, 출산 등을 위주로 진행됐다.
인터뷰에서 송중기는 “나이 먹는 것에 대해 두렵지 않다. 베이비 페이스라고 말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만, 난 곧 아빠가 된다. 베이비 페이스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내 베이비에만 신경 쓴다”라며 “난 항상 아빠가 되는 것을 꿈꿔왔다. (아내의 출산이)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큰일이다. 난 내 아버지를 정말 사랑하고, 나의 좋은 점은 다 우리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았다. 난 항상 우리 아버지처럼 좋은 아버지가 되길 꿈꿔왔다”라고 말했다.
임박한 출산에 대해 “정말 행복하다. 동시에 두렵기도 하다. ‘내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아내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늘 대화를 나누는데,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고,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예비 아빠의 행복과 걱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발언이다.
문제는 그다음 대목이었다. 송중기는 “때로 아버지가, 남편이 된다는 것은 보이는 비즈니스에서는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도 의미한다.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내 일을 점점 더 잃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난 전혀 두렵지 않다. 일보다 가족이 중요하다. 하지만 난 늘 일에 대해서도, 내 자신에 대해서도, 가족들에 대해서도 노력한다”라고 했다.
해당 인터뷰가 이슈가 된 ‘경력 단절’ 관련 발언인데, 이 대목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밖에 없다. 현직 기자 입장에서도 이런 인터뷰 답변에 대한 해석은 말 그대로 교과과정 밖 킬러 문항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성도 결혼과 출산이 경력 단절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선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아닌 배우의 경력 단절로 국한할지라도 비판의 여지는 존재한다. 물론 결혼하고 아빠가 되면 맡을 수 있는 캐릭터가 제한되고 배우의 연기 폭도 좁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 연예계 현실을 감안하면 이 문제 역시 여배우가 훨씬 심각하다. 남자 배우는 결혼하고 아빠가 된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데 반해 여배우는 결혼과 출산으로 오랜 기간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여배우의 결혼과 출산은 곧 은퇴를 의미하기도 했다.
당사자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인터뷰의 흐름을 보면 아빠가 되는 행복과 두려움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다소 지나친 표현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