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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손준호와 아들 주안이의 봄날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한 해 중 가족과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달이기도 하다.

On June 1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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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연히 주안이의 어렸을 때 영상을 보며 아들이 자라온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며칠 후 아내가 주안이와 셋이 있는 단톡방에 주안이 어렸을 때부터 최근까지의 동영상과 사진들을 올리는 게 아닌가? 역시 가족은 통하나 보다. 서너 살 때의 주안이 영상을 보는데 그 목소리와 혀 짧은 발음들, 지금 보면 너무 작고 귀엽기만 한 아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영상 속 아들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고, 지금 훌쩍 자란 아들도 내 눈에 오롯이 남아 있다. 영상을 보고 있노라니 기분이 참 묘했다. 주안이에게 “누군지 알겠어?”라고 물어보니 어렸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하기도 하고, 왜 저렇게 발음하는지도 물어보며 멋쩍은 듯 수줍어했다.

어린이날을 맞이해 “주안아, 갖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거 있어?” 하고 물어봤다. 뜬금없이 마인크래프트 칼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해외 배송을 급히 신청했던 일,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레고는 재고가 없어 여기저기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녔던 일 등 이런저런 경험 때문에 올해는 좀 일찍 물어봤다. 예전 같으면 평소에 가지고 싶었던 선물 리스트를 쭉 나열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쿨하게 사촌 동생 예준이와 하루 종일 맘껏 놀고 싶다고 했다. 순간 들었던 생각은 ‘이게 부모 곁을 떠난다는 것인가?’였다. 청소년이 되면 엄마, 아빠와 노는 것보다 친구나 또래와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한다고 했는데, 마치 그게 나한테 현실로 다가와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었다.

더 들어봐야 했다. “만나서 뭐 하고 싶은데?” 워터 파크에 가서 신나게 놀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촌 동생과 미리 말을 맞추고 나한테 통보(?)한 것이었다. “아직 어려서 수영장은 너희 둘이 가지 못할 텐데?”라고 했더니 나를 위로하는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어른들이랑 같이 가야지. 어린이날 다음에 어버이날도 있잖아.” 내 몸을 휘감았던 무언가가 다시 쑤욱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이 녀석 한 번에 해결(?)하는 능력까지 갖추다니.’ 하고 싶은 것 다 해주지 않고, 갖고 싶은 것 다 사주지 않을 때 심술도 부리고 짜증도 냈지만, 어버이날을 염두에 두는 주안이가 그렇게 기특하고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고사리손으로 색종이 카네이션을 열심히 접는 주안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뿌듯하다가도 아버지 생각이 났다. 출근하는 아버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면 활짝 웃으며 볼에 뽀뽀해주시고는 퇴근 때까지 그 카네이션을 떼어내지 않고 오셨던 아버지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나는 특별한 날에만 노력하지 말고 평소에 가족에게 잘하자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있다. 올해 가정의 달에는 평소 하지 못했던 사랑 고백을 하는 좋은 기회(?)의 순간이 오는구나 하고 가슴으로 느꼈다. 특별하지 않아서 더욱 특별했던 5월이었다. 그저 아내와 아들이 화목한 가정의 일원으로 가족의 사랑이 돼주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달이었다.

글쓴이 손준호는…

1983년생으로 연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한 뮤지컬 배우다. 2011년 8살 연상의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결혼해 2012년 아들 손주안 군을 얻었다. 뭘 해도 귀여운 아들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김소연 인스타그램
2023년 06월호
2023년 06월호
에디터
하은정
손준호
사진
손준호 제공, 김소연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