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부에 적힌 행간의 의미까지 가려내는 대학
유정임(이하 ‘유’) 그 중요한 생기부. 일단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지 살펴볼까요?
백재훈(이하 ‘백’) 정확한 명칭은 ‘학교생활세부사항기록부’입니다. 아무도 이 명칭을 사용하지 않죠. 정말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더 많은 정보가 보입니다. 먼저 학생의 인적 사항이 들어가 있고, 출결 사항이 있어요. 대부분 큰 문제는 없지만 지각이나 결석에 ‘미인정’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단’이라고 표기하던 항목이 변경된 거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결석이나 조퇴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병결이 아닌 미인정 결석 처리가 있다면 수정할 수 있을 때 수정하는 게 좋겠죠.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결석을 미인정으로 처리하지 않기 때문에 미인정 결석이 있다면 대학은 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것입니다.
유 작은 사항도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꼼꼼히 하나하나 봐야겠네요.
백 그렇습니다. 다음으로 수상 경력이 기재됩니다. 학기당 하나로 제한되면서 수상 경력의 중요성은 많이 약화됐습니다. 고교명 블라인드 처리와도 관계가 있는데, 예전에는 어떤 고교의 어떤 상을 수상했는지까지 민감하게 추적하던 시기도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창체’라고 불리는 창의적 체험 활동 내용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항목입니다. 이 안에 ‘자동봉진’이라고 불리는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의 기록이 다 들어갑니다. 이 중에서도 봉사 활동 기록은 대부분 평가에서 빠졌으니까 패스하고 자율, 동아리, 진로는 꽤 자세한 내용이 기록됩니다. 기록의 분량도 많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내용이 ‘교과학습발달 사항’, 즉 내신입니다.
유 이 항목은 열심히 공부해야 좋은 기록을 남길 수 있으니까 특별한 관리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요?
백 그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주의해야 할 점은 쉬운 과목을 찾아다녀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교과전형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자기 진로에 맞는 심화 과목에서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대학에서는 어떤 과목이 어려운 과목인지 다 꿰뚫고 있습니다. 쉬운 과목만 듣고 점수를 받았다면 평가가 좋을 리 없겠죠.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과목별 세특’입니다. 즉,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항목인데요. 교과 교사가 수업 중에 학생별로 발견한 학생의 특기사항을 기재하는 항목입니다. 가장 전문적인 기재가 가능하고 대학들도 가장 눈여겨보는 항목입니다.
유 교사들도 학생마다 관찰해 다 써주려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백 더 철저히 관찰해야겠죠. 다음으로 독서 이력이 기록되는데 평가에서 입시 자료로서의 의미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으로 학생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는 항목이 있어요. “밝고 명랑하며 리더십이 ~ ”라는 식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항목인 만큼 생각보다 대학에서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유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정말 많은 항목이 기재되네요. 하지만 대학에서는 생기부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야 하는 게 핵심이겠죠.
백 수천 장의 생기부를 읽다 보면 내용이 겹치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문장으로 나타나지 않는 학생의 특성이 생기부에서 읽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내신 성적의 경우 ‘평균 몇 등급이다’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10명만 신청한 ‘미적분’ 과목을 수강해 평균 내신 성적을 깎아 먹었어도 그 성적을 보면 입학사정관은 그 학생의 고민과 결단을 볼 수 있는 거죠. 과목이 어려운 만큼 그 과목은 학교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10명이 신청했을 것이고, 그 안에서 상위 등급을 따는 것은 불가능했을 텐데도 피해 가지 않고 도전했다고 생각하면 그 학생의 결단을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1학년 과학 수업과 2학년 동아리 활동, 3학년 진로 선택 교과에서 일관된 주제에 관해 발표하고 점점 심화된 주제로 공부한 학생의 관심사가 보인다면 잠재력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 식으로 학생의 특성은 생기부의 기재 내용과 더불어 행간에 흔적을 남깁니다.
유 그걸 읽어내는 입학사정관의 눈이 참 대단합니다. 그런데 학교별로 생기부를 작성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기도 하잖아요. 기재할 내용을 학생에게 써서 제출하라는 학교도 있다는 얘기가 들리거든요.
백 현실적으로 교사가 모든 학생에 대해 자세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과학 교과의 경우 교사 1명이 2개 학년에 6개 반씩 수업을 맡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반에 30명씩 있다면 360명에 대해 500자 분량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해야 하는 거죠. 모든 학생의 특성을 기억하고 분석한다는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내신 몇 등급 아래의 학생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작성해주지 않는 학교도 있고 학생에게 자신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들어갈 내용을 작성해 오라고 시킨 후 교사가 그걸 기초로 입력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이런 경우 학생이 자기 생기부를 작성한다는 것이니 잘못된 일이죠. 그래서 교사들은 몇 가지 유형의 문장을 만들어 붙여넣기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 그런데 대학에서 표절 방지 프로그램을 돌려본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백 맞습니다. 특히 동일한 학교 학생들 간에 같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내용이 있다면 정상적인 평가가 안 된다고 보고 그 부분을 삭제 처리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본의 아니게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거죠.
백재훈 ㈜다선교육 입시연구소장
전 ㈜유레카 논술 총괄 본부장
전 ㈜타임교육 미래탐구
입시연구소장
유정임 ㈜뉴스1 부산경남 대표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
네이버 블로그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