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요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최근 미국 국빈 방문에서도 요리가 화제였다.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백악관 국빈 만찬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크랩 케이크와 한국 대표 메뉴인 갈비찜이 함께 올랐다. 고추장과 서양식 식초, 오일 드레싱을 섞은 ‘고추장 비네그레트’가 곁들여졌고, 아이스크림 디저트 위에는 ‘된장 캐러멜’ 소스가 뿌려졌다. 이 같은 만찬 메뉴를 설계한 이는 한국계 스타 셰프 에드워드 리. 질 바이든 여사가 직접 선택한 인물이다. 1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미국에서 퓨전 요리로 유명한 스타 셰프였다. 몇몇 경연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요리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네 번이나 받았다. 미국 백악관이 국빈 만찬 요리에 무척 신경을 썼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윤 대통령이 요리에 대해 평생 진심이었기 때문.
‘윤 주부’ 달걀말이와 김치찌개가 ‘찐’인 이유
윤석열 대통령은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고 요리가 취미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 곁에서 지켜보며 음식을 배웠다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 유래 등을 환히 꿰고 있고, 즉석에서 음식 강의가 가능한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지 일요일에 간단한 요리를 해서 부모님과 같이 밥을 먹으면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감탄해 “너 나중에 공직 그만두면 식당 해라”라고 할 정도. 총각 시절 자취 생활을 오래 하며 종종 후배들을 불러 밥을 해 먹이기도 했다는 이야기 역시 유명하다.
윤 대통령은 지인의 소개로 김건희 여사를 만나 2년간 연애 끝에 2012년에 결혼했다. 51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결혼한 윤 대통령이 제시했던 결혼 약속도 “평생 밥해주겠다”였다고. 김 여사는 대선 이후 “남편이 평생 밥해주겠다는 약속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지키고 있다”며 “국민과 한 약속은 더 잘 지킬 것으로 믿고 있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결혼 생활 내내 김 여사에게 밥을 해줬다고 한다. 회의나 출장이 있을 때는 아침에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출근했고, 검찰총장 시절 김 여사의 몸이 좋지 않을 당시에는 점심때마다 집으로 들어와 김 여사가 좋아하는 제육볶음과 낙지볶음을 요리하고 다시 검찰청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출입 기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 대선 당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에서 유출한 녹취록에서도 김 여사는 “나는 아예 안 하고 우리 남편이 다 하지. 저는 요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시집와서”라고 말하는 부분이 화제였다.
요리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도를 끌어올린 원동력이기도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출연해 2021년 9월 19일 방송된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서 공개된 요리 실력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검사’ 윤석열이 아닌 ‘인간’ 윤석열을 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여성 유권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요리해 내놓은 달걀말이는 주부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난 것.
“맛집을 찾아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 유래 등을 꿰고 있고,
즉석에서 음식 강의가 가능한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집사부일체>에서 윤 대통령은 달걀 10개를 풀어 만든 특대 달걀말이를 선보였는데, 주부들이 놀랐던 것은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요리하는 주부들은 안다.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이 얼마나 쉽지 않은 조리 도구인지.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은 코팅이 돼 있지 않아 쉽게 눌어붙는다.
당시 윤 대통령은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에 물을 붓고 예열하면서 “물이 동그랗게 되어 구슬 굴러가듯이 해야 한다”며 “요리 좀 하는 사람은 코팅 팬 잘 안 쓴다”고 말해 방송용으로 급조한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이어 달걀물을 팬에 붓고 한 차례 말아 모양을 잡은 뒤 추가로 달걀물을 부어 이어 붙이며 요리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마지막에 “달걀말이 자르려고 산 것”이라며 빵칼을 집어 드는 모습은 화룡점정.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방송에서 달걀말이를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윤 대통령이 만든 달걀말이는 “백종원보다 더 낫다”라는 주부들의 찬사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달걀말이를 했던 팬에 곧바로 불고기를 조리하고 요리 시간을 계산해 김치찌개까지 동시에 마치는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치찌개 역시 윤 대통령이 가장 자신 있다고 밝힌 요리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공개된 유튜브 채널 <윤석열>의 콘텐츠 ‘석열이형네 밥집’에서도 “가장 자신 있는 요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치찌개”라며 “한국 사람이 점심에 제일 많이 먹는 것이 김치찌개 아니냐”고 말했을 정도.
윤 대통령은 <집사부일체>에서 나름의 김치찌개 비법을 공개했다. 방송에서 윤 대통령은 “김치를 씻어서 김치찌개를 만든다”며 “고춧가루나 양념이 많으면 텁텁하니까 맑게 만드는 게 포인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간 김칫국 느낌이 나는데 김칫국엔 김치가 조금 들어가고 여기엔 김치가 좀 많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석열이형네 밥집’에서는 김치찌개와 관련한 다른 비법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MSG(화학조미료) 사용 여부에 대해 “라면 먹을 때는 다 먹는 건데 MSG를 먹으면 자꾸 졸려서(잘 안 넣는다). 몸에는 안 나쁘다”고 밝혔고, 김치찌개에 베이컨을 넣은 이유는 “옛날에 친구들이 군대 가면 카투사로 많이 갔는데 거기는 베이컨이 많지 않느냐”라며 “멸치나 돼지고기 넣어서 김치찌개를 해 먹다가 베이컨으로 김치찌개를 했더니 맛있다고 그래서 자주 해 먹는다”고 말했다.
“혼밥을 하지 않겠다.
밥을 같이 나눈다는 건 소통의 기본이다”
요리에 진심인 남자… ‘식사는 소통’ 철학
달걀말이와 김치찌개로 한정한다면 윤 대통령의 요리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것. ‘석열이형네 밥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보여주는 레시피는 다양했다. 총 12회에 걸쳐 공개된 ‘석열이형네 밥집’은 방송 한 달여 만에 조회 수 200만 회를 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1화 방송에서 나온 ‘시그니처 블랙 파스타’는 파스타 면을 삶아 짜장소스와 버무린 요리로 화제. 윤 대통령은 파스타 면 삶기부터 양파, 애호박, 삼겹살 등 재료를 손질하고 짜장소스와 면도 직접 볶아냈다. 요리하며 “스파게티 면을 식용유나 올리브기름을 넣고 좀 삶은 다음, 조개나 새우를 넣고 토마토나 크림소스를 넣으면 스파게티가 된다”는 비법도 전수.
이 밖에도 볶음밥과 소고기두부전골, 불고기 정식 등 각종 요리를 게스트들에게 직접 해주는 모습을 통해 요리 실력도 발휘하고 인간적인 면도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요리에 진심이다. 지난해 9월 추석 연휴에는 명동성당에 있는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을 찾는 이들을 위해 일일 김치찌개 요리사로 나섰다. 분홍색 앞치마, 두건, 장갑, 토시 등을 착용한 윤 대통령은 양파와 대파를 썰었다. 이어 돼지고기를 볶고 김치를 꺼내 냄비에 넣는 등 모든 조리 과정을 직접 했다.
당시 화제는 간 조절에 염도 측정기를 사용한 것. 어린이 급식 농도는 0.6이며, 어른 급식 농도는 0.7~0.8이 적정치이고 0.8을 넘으면 안 된다는 백광진 신부의 설명에 윤 대통령은 염도 0.6일 때부터 간 조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끓으면 딱 맞을 것 같다. 김치가 조금 이렇게 풀어져야지, 뭐 한 20분 끓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며 김치찌개 요리에 진심임을 강조하기도.
올해 설에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초청한 윤 대통령은 조리사 대신 직접 떡국과 어묵탕, 달걀말이, 만두 등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윤 대통령이 요리에 진심인 것은 식사를 소통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된다면 ‘혼밥(혼자 밥 먹기)’하지 않겠다”며 “사람이 밥을 같이 나눈다는 건 기본적으로 소통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