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드라마로 대박을 냈다. “오랜 시간 좋은 드라마를 기다려왔다”는 엄정화는 데뷔 30년 차의 단단한 내공으로 ‘차정숙’이라는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JTBC 토일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다. 그녀는 극 중 의대 졸업 후 20년 넘게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오다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1년 차가 되는 차정숙 역으로, 2017년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 이후 6년 만에 타이틀 롤을 맡은 셈이다.
엄정화는 최근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차정숙이 가진 용기와 따뜻함을 사랑했다. 이런 이야기를 그릴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녀는 극과 극의 감정을 경험하는 차정숙의 모습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하며 보는 이들까지 차정숙을 사랑하게 만들고 있다. “엄정화가 아닌 차정숙은 상상할 수 없다”며 찬사를 보내는 시청자들에게 엄정화는 SNS를 통해 “여러분의 댓글과 메시지에 행복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엄정화 특유의 내공으로 버무려진 힐링 연기는 드라마에 재미 요소까지 톡톡히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엄정화는 연예계 대표적인 엔터테이너다. 30년째 배우와 가수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가수로서 예능 출연도 앞두고 있다.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가 함께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는 tvN 예능 <댄스가수 유랑단>이다. 톱 오브 톱인 멤버들의 면면도 그렇지만, 김태호 PD가 연출하는 작품이라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1993년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한 그녀는 곧바로 1집 앨범 <눈동자>로 가수로 데뷔했다. ‘배반의 장미’, ‘포이즌’, ‘초대’, ‘몰라’, ‘페스티벌’ 등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내며 1990년대를 대표하는 ‘댄싱 퀸’이었다.
스크린 속 엄정화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았다.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해운대> <댄싱퀸> <미쓰 와이프> <오케이 마담> 등 수두룩한 흥행작을 만들었다. 2013년엔 영화 <몽타주>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무려 11년 만의 정규 앨범인 10집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을 발표했다. 2010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뒤 나온 앨범이라 더욱 의미 있다. 말 그대로 ‘댄싱퀸의 귀환’이었다.
영화, 앨범에 이어 대중적인 드라마로 대박을 친 엄정화는 제3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데뷔 후 줄곧 호불호 없이 사랑받는 스타이기도 하다.
“정말 감사하죠. 덕분에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고, 이렇게 반겨주시기까지 하니 너무나 감동입니다. 사실 제가 특출 난 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롤 모델이요? 윤여정 선배님, 김희애 선배님 등등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제 또래 여배우들과 선배들 모두 존경해요. 서로를 바라보며 힘이 되고 꿈이 되는 것 같아요.”
엄정화를 제작 보고회에서 만나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차정숙과 함께한 시간, 힐링이었다”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달라.
‘차정숙’은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가정에 충실했던 여자였다. 의사의 꿈을 접고 가정생활에 매진했던 인물인데 어떤 사건으로 의사에 다시 도전한다. 도전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꿈과 기쁨을 찾아가는 역할이다.
오랜만의 컴백이다.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차정숙에게 많은 공감을 느꼈다.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이기도 했고 왠지 모르게 차정숙과 내가 모든 면에서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소중했다. 그만큼 고민도 많이 하며 촬영에 임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애정하는 드라마다.
캐릭터도 드라마도 힐링 그 자체다.
오랫동안 좋은 드라마를 만나고 싶었다. 배우는 다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항상 촬영장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멀어져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런 대본을 기다렸다. 게다가 의학 드라마를 꼭 하고 싶었다. 설레면서 대본을 읽었는데 극 중 차정숙의 도전이 참 좋았다.
연기에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차정숙의 진심에 가까이 가고팠다. 이 드라마가 내 이야기인 것 같고, 정숙의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촬영장 갈 때의 마음가짐으로 잡았다.
‘엄마’를 연기했는데 어땠나?
엄마 역할을 여러 번 했는데, 남편이 오롯이 있다거나 자녀와 함께 생활 연기를 하는 장면은 처음이다. 생활하는 모습과 닿아 있겠다는 의미를 계속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인지 딸, 아들로 나오는 두 배우와의 시간도 너무 좋았다. 내게는 새로운 느낌의 드라마였다.
배우 김병철과 부부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김병철은 극 중 차정숙의 깐깐하고 예민한 남편이자 대장항문외과 과장 ‘서인호’ 역으로 등장한다).
함께 연기하면서 호흡이 맞지 않는다거나 어렵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많이 의지가 됐고 도움이 됐다.
이에 김병철은 “(엄정화 씨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게 호칭, 말투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며 “선배님께서 편하게 말할 수 있게 해주셨고, 호흡을 잘 맞춰나갔다”고 전했다. 극 중 이식외과 전문의 ‘로이킴’을 연기하는 배우 민우혁은 “(제가) 막내임에도 현장에서 많이 배려를 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엄정화 선배님과 관계성이 있는데 늘 아름다우셔서 반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보여주셨다”고 추켜세웠다.
5월 중에 tvN에서 방송하는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가수로서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멤버들(가수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의 반응이 궁금하다.
단체 카톡방이 있는데 응원을 많이 해준다. 예고편 볼 때마다 캡처를 해주며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고, 본방 사수도 할 거라고 말해줘 힘이 난다. <닥터 차정숙>과 <댄스가수 유랑단>이 동시간대에 방송하는 건 아니지만, 시기가 겹치게 돼 신기하기도 하다. 가수와 연기를 함께해 다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배우 엄정화에게 <닥터 차정숙>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도 궁금하다.
차정숙의 감정에 대해 시청자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차정숙과 함께 생활한 시간은 힐링이 됐고, 너무 행복했다. 그런 차정숙이 참 좋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이 여자가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공감하고 응원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응원하고, 또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